한국전 참전 희생 미군 기리는 ‘추모의 벽’ 착공 행사를 가다

워싱턴-김진국 kimj@rfa.org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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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참전 희생 미군 기리는 ‘추모의 벽’ 착공 행사를 가다 지난달 21일 워싱턴의 한국전쟁 기념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
/RFA Photo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악단인 미 육군 군악대의 연주가 펼쳐지고 있는 이곳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시의 ‘한국전쟁 기념공원’입니다. 섭씨 30도에 가까울 정도로 무더운 날씨입니다. 워싱턴의 5월 말 한여름같은 무더위인데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마스크를 하고 예를 갖춘 정복과 예복까지 입은 미국인 노병들이 기념공원 잔디밭 행사장 가장 앞에 앉아 있습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국과 한국 전역군인 50여 명을 포함해 250명의 참가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행사가 시작됩니다.

사회자: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등 주요 인사가 전몰 장병에게 헌화하고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한국전쟁 기념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Korean War Veterans Memorial Wall of Remembrance Groundbreaking Ceremony)이 시작됐습니다. 2015년 여름 ‘추모의 벽’ 건립법이 참전용사 출신 의원들의 발의로 처음 소개된 이후 착공일인 2021년 5월 21일까지 6년이 걸렸습니다.

미국과 한국 두 나라의 국가 연주와 희생자를 위한 묵념 후 존 틸러리 전 미국 국방장관이자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 이사장이 환영사를 했습니다.

존 틸러리 전 국방장관: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 이사장으로서 오늘 뜻깊은 행사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추모의 벽은 한미 동맹의 실질적인 상징이 될 것입니다. 매년 4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추모의 벽을 보며 자유의 비용(cost of freedom)과 전쟁의 비용(cost of war)을 생각할 것입니다.

틸러리 이사장은 추모의 벽은 50미터 둘레와 2.2미터 높이의 원형 유리벽을 100개 판으로 연결해서 세우며 2022년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틸러리 이사장은 연설을 한 후 육군 군악대원 중 한 명을 찾아 인사를 나눴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이 군인은 식전 행사에서 군악대 연주에 맞춰 ‘아리랑’을 불렀습니다.

영어로 아리랑의 의미를 소개하던 군인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자신이 미국 육군으로 입대하게 된 이야기를 하며 울먹였습니다.

한국계 미 육군 군악대원: 한국전쟁 이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저도 가난한 한국에 태어났습니다. 그 후 미국으로 와서.. (울먹임)

울음을 참으며 담대히 부르는 한국계 미국 육군의 아리랑 노래는 참석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줬습니다.

(미 육군 군악대 아리랑 연주 및 노래)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한미 동맹을 강조하고, 참전용사와 전몰장병 유가족들에게 추모와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오늘 우리가 첫삽을 뜨는 추모의 벽에는 (한국전쟁 희생 미군) 4만3천769명의 이름이 새겨집니다. 알링턴 국립묘지 묵상의 벤치에는 ‘전쟁의 종식은 추모에서 시작한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는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은 고통스러운 역사도 영광스러운 순간도 항상 함께해왔다면서 앞으로도 동맹의 힘이 필요한 순간마다 한국은 변함없이 미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참전용사의 피와 땀, 우애와 헌신으로 태동한 한미동맹은 사람과 사람, 가치와 가치로 강하게 결속되며 발전해 왔습니다 선배들의 길을 후배들이 잇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은 군사동맹을 넘어 정치, 문화, 사화, 경제를 아우르는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존 틸러리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 이사장,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이수혁 주미대사, 한국전 참전용사와 유가족, 현지 교민 등 25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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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기념공원의 상징 조형물 주인공 중 한 명인 윌리엄 웨버 예비역 육군 대령이 착공식에서 문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RFA Photo

한국전쟁 기념공원의 상징 조형물 주인공도 있었습니다. 한국전쟁의 전장을 정찰하는 미군 동상들이 세워진 곳은 한국전쟁 기념일이나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 고위직이 헌화를 하는 장소입니다. 19명 미군 동상의 실제 주인공인 윌리엄 웨버 예비역 육군 대령도 이날 착공식에서 문 대통령과 인사했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마크 킴 버지니아 주 하원의원은 추모의 벽 착공식이 미국의 한인 사회에도 의미가 크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마크 킴 주 하원의원: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한국전쟁 기념공원에 설치된 추모판에는 병사들의 얼굴만 흐리게 나와서 아쉬웠어요. 이번에 전사자들의 이름 한 명 한 명이 다 새겨지는 의미 있는 상징물이 세워져서 흐믓합니다. 그리고 오늘이 미국의 역사에도 참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버지니아 주 거주 손경준 참전용사회 전 회장은 미국 전사자 뿐만 아니라 함께 목숨을 잃은 한국인 카투사도 함께 기록된다는 것에 감회가 깊다고 말했습니다.

손경준 전 참전용사회장: 71년 전 같은 전우로 우리나라를 위해 사망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예요, 카투사는 당시 일본으로 보내져서 교육받고 영어도 모르고 고생 많이 했던 사람들입니다. 전투에 대해 모르는 채 미국 군인 보좌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많아요.

한국 정부를 대표해서 착공식에 참석한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은 ‘추모의 벽’이 미국의 법에 의해서 공식화되었지만 미국 정부 예산 투입에 제한이 많아서 공사를 위한 첫 삽을 뜨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면서 한국정부가 참여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곳이 한국전쟁 때 희생된 미군 장병과 유가족의 편안한 안식처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황기철 보훈처장: 한국전쟁 때 희생하신 미군장병들과 유가족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것을 계기로 한미동맹이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추모의 벽이 많은 미국사람들에게도 각인되어서 세계 평화를 앞당기는 훌륭한 명소가 되길 바랍니다.  

추모의 벽 건립 사업은 한국전 참전용사에 감사를 표하고 한미 우호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미국의 국가보훈처가 추진한 것으로, 지난 2016년 10월 미국 상원에서 ‘추모의 벽 건립법’이 통과된 뒤 모금 등을 거쳐 착공에 이르게 됐습니다.

전체 건립 예산 2천 420만달러의 97%가 넘는 2천 360만달러를 한국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이 사업의 주체인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이 모금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진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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