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김일성대학 출신 이해연 씨 "학생 열명 중 아홉 명이 MP3 듣는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만나고 싶었습니다’ 순서의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북한 최고의 교육기관인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의 탈북자 한 분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이해연’이라는 가명을 쓰는 이분은 자신이 졸업한 김일성대학교 학생의 90%가 MP3 재생기를 이용해 음악을 듣는다고 말합니다. MP3 재생기는 컴퓨터로 소리를 압축해 만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작은 휴대용 기계죠.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09.08.25
이 씨는 북한에서 음악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바로 이 MP3 재생기를 이용해서 한국과 미국 노래를 많이 들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씨는 앞으로 음악을 통해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북에 남은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음악 이외의 질문은 하지 않는다는 약속 하에서 이뤄졌습니다. 또 자신의 신상에 관한 정보도 묻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이해연 씨를 만나보시겠습니다.

박성우: 이해연 씨, 반갑습니다.

이해연: 네, 반갑습니다.

박성우: 한국에 오신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이해연: 작년 말에 왔어요.

박성우: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 이제 북한 사투리를 거의 안 쓰시네요?

이해연: 아니에요. 안 그래요. 우리 회사 사람들은 첫마디에 ‘조선족’이라고 그러거든요. (웃음)

박성우: 북한에 계실 때 김일성대학교를 졸업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음악이라고 들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이해연: 제가 어렸을 때부터 개인적으로 음악을 무척 좋아했어요. 노래 같은 걸 한 번 들으면 금방 따라 하고, 피아노를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화성을 짚고. 그런데 공부는 일단, 레벨(수준)이 있는 사람이 되려면 공부를 해야 하니까, 아빠의 요구대로 했는데요. 공부도 못한다는 말은 안 들었고요. 아주 잘한 건 아닌데요. (웃음) 그런데 개인적으로 음악을 좋아해서 어렸을 때부터 음악 계통에서 노래도 많이 불러보고 했는데요. 아파서 공부하는 시간에 잘리는 (수업을 빼먹는) 건 있어도, 아픈데도 음악을 하는 시간에 잘리는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웃음)

박성우: 어쨌든 북한에서는 음악을 취미 생활로 하신 거잖아요. 어떤 음악을 주로 하셨습니까?

이해연: 주로 소프라노를 처음에 배웠는데요. 소프라노보다 영화 음악에 들어가는 클래식 노래가 더 듣기 좋더라고요. 그래서 소프라노를 배운 다음에 클래식 쪽으로 소리를 조금 돌렸어요.

박성우: 그럼 좋아하시는 음악은 어떤 게 있습니까? 북한에서 주로 어떤 음악을 들으셨어요?

이해연: 주로 영화 음악이죠. ‘민족과 운명’에서 배우들의 음성만 나오는 영화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박성우
: 그러면 한국 노래나 미국 노래는 접해보셨는지요?

이해연: 네. 외국어대학 친구들이 많으니까요. (그 친구들이) 어디서 얻어오는지 얻어 와서 노래를 ‘다운’도 받고. ‘다운’이라는 건, 여기처럼 인터넷으로 되는 건 없어요. 그러니까 CD든가 하드(디스크)를 가지고 친구 집에 가서, 그걸 (노래를) 내려받아서, 외장 하드 같은 걸 받아서, 그다음에 집에 가지고 와서 내 컴퓨터에서 듣곤 했어요.

박성우
: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 기억에 남는 가수는요?

이해연: 한국 남자 가수 중에서는, 옛날에는 ‘터보’라고 했는데, 여기 와서 보니까 김종국 씨더라고요. 그 소리가 아주 특이했어요.

박성우
: (목소리가) 굉장히 얇지요. 높게 올라가고.

이해연: 그리고 여자 중에서는 옥주현 씨 소리가, 가까이서 들어도 멀리서 나는 소리 같더라고요. 소리가 묘하더라고요. 그다음에 이수영 씨.

박성우
: 그런데 외부 노래, 특히 한국 노래를 듣다가 들키면 어떻게 됩니까? 보통 들키면 처벌을 받는 걸로 한국에서는 알고 있는데요.

이해연
: 처벌을 받는데요. 제가 영어 노래나 중국 노래를 듣다가 (들키는) 거하고, 한국 노래를 듣다가 그렇게 되는 건 아주 문제가 달라져요. 일단 북한과 한국은 적대 국가이고,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적성으로 보기 때문에. 뭐 한국하고 사업하다가 잡혀 들어간 사람은 영영 나올 수 없는, 그런 걸로 처리 되고요. CD로 (한국) 영화를 보다가 (잡힌) 이런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어요. 문제가 아주 커져요. 노래 같은 건 문제는 커지겠지만, 돈을 좀 많이 쓰면 그게 무마될 수 있어요.

박성우: 또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북에서 음악을 좋아하셨으니까 이 질문을 여쭤보고 싶은데요. 음악 알판, CD라고 부르죠. 그리고 음악 테이프. 외국 노래 같은 경우는 이런 걸 주로 어떻게 구하십니까?

이해연: 제 친구들 하는 걸 보니까요, 외국에 갔다가 오는 사람들이 감춰서 가지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요. 두 번째로는 시장에서 CD 같은 걸 몰래 사더라고요. 돈을 주고 사요. 이걸 한 사람이 사서 듣다가, 친구가 부탁하면, 사고팔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돌려서 듣더라고요.

박성우
: 혹시 북에 계실 때 MP3를 갖고 계셨습니까?

이해연
: 네, 저는 MP3를 두 개 가지고 있었어요. 하나는 그냥 북한에서 유행하는 노래가 들어 있고, 밖으로 나갈 때 그걸 귀에다 꼽고 다니면서 들었고요. 다른 하나는 한국 노래가 들어 있었는데, 웬만하면 집에서 잘 때, 잠을 청하면서 듣기가 좋았어요.

박성우
: 주변 친구 중에서 MP3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계를 가진 친구들이 얼마나 됩니까?

이해연
: 평양시 전체로 보면 한 50%는 되는 거 같아요. 학생들은, 우리 대학에선 한 90%라고 볼 수 있죠.

박성우: MP3는 어떻게 구합니까?

이해연
: 시장에서 사는 거예요. 북한 내에서 살 수가 있어요.

박성우
: 비싸지 않습니까?

이해연
: 비싼 거부터 싼 것까지 다 있는데요. 레벨이 삼성이라고 돼 있어도 인차 고장 나는 걸 보면, 중국에서 삼성이라는 이름을 따서 모조로 파는 거 같아요.

박성우
: 두 개를 갖고 계셨다고 했는데요. 얼마에 사셨나요?

이해연
: 두 개 다산 게 아니에요. 선물로 받았어요.

박성우
: 어떤 회사 제품이 인기가 있습니까?

이해연: 북한에서는 그런 걸 잘 모르고요. 그냥 가격으로 봐요. 좀 비싸면 좋은 걸로 인정해 줘요.

박성우
: 보통 비싼 건 얼마에 팔리나요?

이해연
: 30불 정도요.

박성우: 미국 돈으로 30달러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MP3는 컴퓨터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잖아요. (김일성종합대학교의) 90%의 학생들이 컴퓨터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되는 겁니까?

이해연
: 중고 컴퓨터가 많아졌거든요. 그리고 중고는 가격이 싸요. 일단 김일성대에 보낼 정도면, 집에 돈이 있는 사람들이 보내니까, 컴퓨터는 다 있다고 봐요.

박성우
: (이해연 씨는) 어떤 컴퓨터를 갖고 계셨나요?

이해연
: 저는 삼성 노트북 컴퓨터였어요. (기자가 사용하는 컴퓨터를 가리키며) 이거보다 두 배가량 긴 게 있었어요.

박성우
: 아, 제가 쓰는 컴퓨터보다 약간 더 길고 큰 삼성 노트북 컴퓨터였다는 말씀이시죠?

이해연
: 네.

박성우
: 그런데 삼성에서 만든 노트북 컴퓨터를 북한에서 학생이 쓴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이해연
: 그 컴퓨터는 우리 친척이 해외에 나갔다가 가지고 들어온 거예요. 그 사람 물건은 단속할 수가 없어요.

박성우
: 아, 힘이 센 분이셨군요?

이해연
: 네, 그걸 선물로 받았어요.

박성우
: 다시 MP3 관련해서 몇 가지만 더 여쭤볼게요. MP3를 들으면서 길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거지요?

이해연
: 네.

박성우: 전혀 제재가 없습니까?

이해연: 아니요. 혹간 단속기관에 있는 사람들이 불러서 노래를 잠깐 들어봐요. 그 순간에 색다른 노래가 나오게 되면, 그걸 회수하고 본인까지 데리고 가서, 그 안에 어떤 노래가 있는지를 다 들어보죠. 문제가 되는 노래가 있으면 거기서부터 제재가 가해집니다. 이 노래를 어디에서 내려받았으며, 또 원래 내려받은 사람을 데리고 와서 이 노래를 어디서 샀는지, 이렇게 꼬리를 캐요.

박성우: 그렇게 되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거군요.

이해연: 네. 그런데 노래 때문에 추방을 당하고 노래 때문에 아주 엄격한 처벌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어요.

박성우
: 그럼 친구들끼리 알판, 음악이 담긴 CD를 빌려주면서, ‘이거 조심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하나요?

이해연: 그런 말을 안 해도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아주 잘 알아요.

박성우
: 알았습니다.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한국에 오셨는데요. 이제 음악은 마음대로 들으실 것 같고. 앞으로 뭘 하고 싶으십니까?

이해연: 음악을 무척 좋아하는데요. 그런데 이제 음악을 시도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기회만 있으면, 일단 제가 좋아하는 것이고, 앞으로 성공하든 못 하든, 좋아하는 쪽으로, 꼭 음악 쪽으로 해 보고 싶어요.

박성우: 알겠습니다. 이해연 씨가 희망하시는 데로, 앞으로 한국에서 좋은 음악가로 성장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이해연: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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