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가는 길: 휘영 37호 선원 박길윤씨의 형 박동경씨 사연
2007.12.26
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2007년도 벌써 며칠 안 남았네요 연말이 되면 망년회다 해서 친구들과 혹은 동료들과 모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며 식당이며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북적 거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럴 때 일수록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멀리 있는 가족들, 친구들 생각이 더 간절해지는 것 같습니다.
혹시 주변에 혼자 외롭게 힘들게 연말을 보내는 친구가 없는지... 만약 그런 친구가 있다면 정다운 말 한마디, 따뜻한 위로를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요?
고향가는 길 오늘 첫 번째 소개해 드릴 사연은요. 1971년 납북된 휘영 37호 선원 박길윤씨의 형 박동경씨가 보내는 편지입니다. 박동경씨가 직접 낭독해 드립니다.
"동생 길윤이에게 그간 30년이 넘어 40년이 되어가는 구나 형님 두분은 다 돌아 가셨다. 너의 누님은 아직 건강하게 아이들과 잘 살고 있다 나도 동생과 헤어진 후 아이 셋을 두고 잘 있다 동생은 제수와 아이들이 있는지 궁금하구나 휘영 37호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 강제로 납북된 동생.. 보고 싶구나 이제 형도 70을 바라보는 나이이다.
내가 살아 있을 때 내 동생 길윤이를 만나야 할텐데 동생을 만나 할말을 다하고 가야 눈을 감을 텐데 길윤아 꼭 만나고 싶다 그때까지 몸 조심하고.."
네 납북된 휘영 37호 선원 박길윤씨의 형 박동경씨가 보내주신 편지였습니다. 휘영 37호는 1971년 1월 6일 서해상에서 고기잡이를 하다 납북됐는데요 당시 그 배에는 박길윤씨를 포함해 12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다고 합니다. 박길윤씨의 형 동경씨에 따르면, 지금도 당시 납북된 선원들의 가족들은 이렇게 연말이나 새해 때는 서로 모임을 갖고 안부도 나누고 정보도 교환한다고 하는데요, 동병상련이라고 하죠? 납북자 가족들은 이런 모임을 통해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하네요.
다음 소개해 드릴 사연은요. 북한을 떠나온 한 탈북자의 편지입니다. 2000년 8월 남한에 입국한 장한수(가명, 44)씨가 고향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친구야 그동안 잘 있었니? 언젠가 정주 시장에 너와 함께 갔다가 가짜 달러 백달러 짜리에 속아 자전거를 사기 당했던 나야. 누군지 알겠지? 난 지금 남한에서 이 편지를 보낸다. 너에게 다른 지방으로 이사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고향을 떠난 나를 용서해라 그땐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나를 이해할 줄로 안다.
너와 함께 정주, 안주, 신의주로 자전거 장사를 다니며 별 고생을 다 했었지.. 친구야! 청진행 열차에서 다친 다리는 지금 괜찮니? 그 다리를 끌며 장사해 보겠다고 뛰어 다니던 네 얼굴이 눈에 선하다. 참, 우리 삼촌 알지? 자전거도 없이 매일 산길로 출퇴근 16킬로를 걸어 다니느라 남의 자전거를 늘 부러워 했는데 지금도 걸어 다니는지... 그 때 내가 왜 삼촌한테 자전거 한 대 드릴 만한 마음을 가지지 못했는지 지금 후회가 많이 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별것도 아닌 물건이 왜 내 고향에서는 목숨을 걸어도 구하기 어려운 것인지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친구야, 난 이곳에서 컴퓨터 기술자가 되어 열심히 일을 한단다. 북한에서는 꿈조차 꿀 수 없었던 현실이야. 친구야, 통일되면 난 남한에서 제일 좋은 자전거를 50대 사서 우리 고향 어르신들과 친구들에게 나눠줄 거야. 그리고 나와 제일 친한 친구들에게는 오토바이도 선물할 거야. 약속 꼭 지킬게. 나한테 오토바이 선물 받고 싶으면 우선 그날까지 건강하게 살아 있어야 해.
그날을 위해 우리 서로 열심히 살자. 몸이 불편하신 내 어머님을 누가 돌봐드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분께 무릎 꿇고 인사드린다. 너도 건강하길 바라며.."
북한에서 함께 자전거 장사를 하며 고생하던 친구에게 보내는 탈북자의 사연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두 분의 끈끈한 우정이 느껴지는 그런 편지였습니다.
저희 고향 가는 길을 사랑해 주신 여러분들께 지난 한해 동안 함께 해 주셨음을 그리고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편지 사연을 통해 함께 공감하고 울고 웃었던 소중한 시간들을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제 2007년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남은 시간도 뜻있고 보람 있게 마무리 하시길 바라며 2008년 새해에는 더욱 유익한 내용으로 여러분들을 찾아 뵙겠습니다. 앞으로도 자유아시아 방송 '고향 가는 길' 많은 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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