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첩’ 소동에 화교들 긴장

서울-문성휘, 오중석 xallsl@rfa.org
201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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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은 26일 남한 주민 2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최춘길 씨로 알려진 남성이 기자회견하는 모습.
북한 당국은 26일 남한 주민 2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최춘길 씨로 알려진 남성이 기자회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이 중국에 살고 있던 한국인 사업가 두 명을 간첩으로 몰아 체포하면서 현지 의 중국 화교들과 중국에 자주 친척방문을 다니는 주민들속에서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얼마 전 북한이 중국 단둥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사업자 두명을 체포하고 인민문화궁전에서 기자회견까지 했는데요. 북한이 체포한 주민들을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보낸 간첩이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3월 26일 북한은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파견한 '간첩' 두 명을 체포했다며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죤’이 중계한 기자회견 소식 한번 들어보시죠.

조선중앙TV: 괴뢰국적 소유자들인 간첩 김국기, 최춘길 놈들을 현행범으로 적발 체포했습니다.

오중석: 네, 방송원의 목소리도 정말 요란한데 체포된 최춘길 이란 사람은 지난해 12월 30일 귀금속을 중국으로 빼내려고 북한에 몰래 들어가다가 국경경비대에 체포됐다면서요?

문성휘: 네, 북한이 그렇게 발표했는데 중요한 비밀자료를 빼내기 위한 것도 아니고 귀금속을 빼내기 위해서라면 이건 간첩이 아니라 밀수꾼 정도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중석: 네, 그렇죠. 그리고 또 한사람, 김국기라는 사람은 어떻게 체포됐는지 알려진 게 있나요?

문성휘: 그 점이 참 애매합니다. 북한은 김국기를 어떻게 체포했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국 기독교 선교회의 주장에 따르면 김국기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지원할 빵공장도 운영했고 중국으로 도주해 온 탈북자들도 많이 도왔다고 합니다.

한국 기독교 선교회 관계자들도 김국기와 최춘길이 한국 국가정보원의 간첩이라는 건 북한 당국의 터무니없는 날조라고 강조했습니다. 조갑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중앙 총회장의 말을 한번 들어보시죠.

조갑문: 단둥에서 쉼터를 운영하면서 이탈민(탈북자)들이나 조선족 같은 사람들 돕고, 그런 사람이지 간첩활동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분이시다…

오중석: 워낙 단둥이나 북•중 변방지대에 나가보면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 많은 종교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아 체포했다는 건데 북한주민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문성휘: 네, 북한은 기자회견 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텔레비죤’을 통해 주민들에게 대남 적대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쓰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심각한 전력난이 당국의 이러한 노력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전기가 오지 않아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 없는데다 열차 운행이 정상화되지 않아 변방지대인 양강도, 함경북도 지역엔 아직 간첩사건을 보도한 신문조차 보급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네, 그런데 북한에서 신문이라고 해 봐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전부라면서요? 그 외 신문들은 종이사정으로 출간이 안 된다는 얘기를 문 기자가 하지 않았나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노동신문 역시 종이 사정으로 인해 공장기업소 기관장들, 노동당 세포비서들에게까지만 보급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신문들은 더 말할 여지도 없다는 거죠. 소식통들은 ‘간첩사건’을 보도한 3월 27일 ‘노동신문’이 이제야 배포되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전기사정으로 ‘텔레비죤’도 못 보고 종이사정으로 신문도 제대로 출간 하지 못하는데다 열차도 제대로 운행되지 안아 출판해 놓은 신문마저 공급이 어렵다면 북한당국의 정치선전이 주민들속에 제대로 먹혀들 수가 없다는 말이 되겠군요?

문성휘: 네, 그러니 북한이 억지를 부리는 간첩사건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도 ‘노동신문’이 공급된 다음에나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소식통들은 과거에도 북한 당국이 자발적으로 돌아왔다는 탈북자들을 놓고 기자회견도 하고 순회강연도 많이 조직했지만 주민들속에서 별 효과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 간첩사건도 주민들속에서 소문 정도로 확산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특별한 반응은 없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김정은 정권이 초강경의 태도를 보이며 비슷한 내용의 선전을 계속 반복하다 보니 주민들도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로 해석이 되는데요. 그래도 이번 간첩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외국 국적자들, 일부 조선족들과 주민들에 대해서 강하게 경고했으니 그런 사람들이 느끼는 긴장감은 좀 다르지 않을까요?

문성휘: 네, 일단 그렇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북한 당국은 중국화교들이나 외국을 오가는 무역일꾼들, 이런 사람들을 따로 모아 놓고 어떤 경고나 관심을 부탁하는 회의 같은 건 조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반 주민들은 이번 간첩사건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지만 북한에 거주하면서 중국을 자주 오가는 화교들과 친척 방문을 구실로 중국을 자주 오가는 북한의 장사꾼들, 또 무역일꾼들은 상당히 긴장한 표정들이라고 합니다. 최근 들어 북한에 거주하는 화교들은 함경북도 청진시, 함경남도 함흥시,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용천군, 평안남도 평성시 주변에 몰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오중석: 그건 왜 그럴까요? 북한 당국이 통제를 위해 일부러 화교들을 일정한 지역에 집중시키고 있다는 건가요?

문성휘: 그런 건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중국화교들은 북한의 사법기관 간부들의 잦은 뇌물요구, 화교들을 표적으로 한 강도사건과 같은 일들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일정지역에 몰려서 거주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오중석: 화교들이 스스로 알아서 일정지역으로 이주하고 있다는 얘기이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함경북도 회령시만 해도 2012년까지 30여 세대의 중국화교들이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11세대, 모두 22명의 화교들만 남았다고 소식통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양강도의 경우 중국과 국경을 마주한 연선 도시이지만 과거 김일성 정권시절 화교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추방했습니다. 지금은 도 소재지인 혜산시에 5세대, 갑산군에 4세대가 살고 있는 게 전부라고 하는데요. 이런 화교들뿐만 아니라 친척방문을 구실로 중국을 자주 드나들며 장사를 하던 사람들, 무역일꾼들도 갑자기 무슨 날벼락이 떨어질지 몰라 몹시 긴장해 있다고 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중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화교들이 이번 북한당국이 내놓은 간첩사건과 관련해 서로가 빠른 정보를 주고받으며 사건의 진위를 놓고 제 나름의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최근 중국은 자국 내에서 일어난 북한주민들의 마약범죄, 컴퓨터 범죄를 비롯한 각종 범죄들과 관련해 혐의자들을 많이 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마찰을 빚고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은 범죄자들을 넘겨달라는 요구이고 중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 범죄를 일으킨 자들을 넘기지 못한다는 아주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마약범죄에 연루된 일부 북한 주민들에게는 중국 당국이 총살형에서 종신형까지 처벌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칫 중국정부가 이런 내용들을 공개까지 할 경우를 우려해 김정은 정권이 중국에 대항할 구실을 찾고 있지 않는지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화교들은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화교들의 경우 이번 ‘간첩사건’을 사회적 범죄와 관련한 북•중간의 힘겨루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피해가 자신들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몹시 우려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 했는데요.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이번 간첩사건과 관련해 아직까지는 세관을 오가는 화교들과 조선족들을 특별히 제한하지는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제한하려 든다면 가족들과 함께 북한을 탈출하려는 화교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판단입니다.

오중석: 네, 북한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도에서 이번 간첩사건을 부풀리거나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북한당국이 이번 사건을 빌미로 남북관계를 더욱 꼬이게 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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