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북, 식량과 환율문제로 경제개혁 진통

서울-박성우, 문성휘 xallsl@rfa.org
2012.09.03
1st_py_dept_store-305.jpg 북한 최대 국영백화점인 평양 제1백화점 내부 모습. 여성들이 백화점 식품매대,의류, 가구매장 등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 당국이 식량문제와 환율문제 때문에 공공부문의 개혁을 일시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 식량과 환율문제로 경제개혁 진통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의 경제개혁, ‘새경제관리체계’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죠. 이런 가운데 북한이 8월 20일부터 지방별로 ‘새경제관리체계’ 시행을 위한 ‘경제일꾼 실무강습’을 조직했다. 이런 내용을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이런 보도했었는데요. 경제일꾼 실무회의와 관련한 내용, 좀 더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새경제관리체계’ 시행과 관련한 이른바 ‘경제일꾼 실무강습’의 내용은 대체로 2002년에 시행됐던 ‘7월 1일 경제개선조치’와 비슷하다. 현지 소식통들은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좀 더 알려진 게 있다면 앞으로 각 도마다 원료와 자재들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직거래 판매소’가 운영된다,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박성우 : 오, 그럼 ‘직거래 판매소’를 장마당 형태로 운영한다, 이겁니까?

문성휘 : 네, 그렇게 운영하면서도 국가가 감독, 관리할 수 있는 거래소를 의미한다, 이런 얘기입니다.

박성우 : 아, 차이는 좀 있군요.

문성휘 : 네, 그러니까 원료나 자재 거래를 일정한 장소를 통해 북한 당국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하도록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전기라든지, 석탄이라든지, 이렇게 현물을 옮겨올 수 없는 거래도 반드시 ‘직거래 판매소’를 통해 현금이나 행표(수표)형식으로 거래를 한다는 거고요. 앞으로 식량도 이러한 ‘직거래 판매소’를 통해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는 겁니다.

중요하게는 반드시 원료와 자재 판매를 ‘직거래 판매소’를 거쳐서 거래를 해야 한다, 이렇게 규정했다는 건데요. 이는 북한 당국이 원료나 자재 판매를 자유롭게 허용하면서도 필요시에는 강력히 통제하겠다는 그런 의도라고 보여 집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런데 식량까지 ‘직거래 판매소’를 통해 판매한다면 지금의 장마당은 어떻게 됩니까? 장마당을 ‘직거래 판매소’로 만든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문성휘 : 네, 일각에서는 그런 우려도 많이 제기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이 장마당은 절대로 없애지 않는다고 설명을 했다고 하니 그런 의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경제실무를 담당한 부기일꾼들도 “자신들도 직거래 판매소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다” 장마당형태로 나오겠는지 어떤 건물 형태로 나오겠는지 자신들도 모른다는 거죠. 그러니까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한 가지는 공장, 기업소들에서 상품을 판매해서 발생한 이익금의 30%를 국가가 의무적으로 징수한다는 겁니다.

박성우 : 이건 꼭 세금을 받겠다는 얘기 같군요?

문성휘 : 네, 결국 그런 건데 북한은 굳이 ‘세금’이라고 말하지 않고 사회공공기관, 사회공동의 혜택을 위한 운영비, 한마디로 학교나 병원과 같은 공공시설 운영을 위한 비용을 개인들을 통해 세금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공장, 기업소들을 통해 운영비로 받는다. 이렇게 주장했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냥 세금성 운영비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시행시기와 관련해서는 일단 경제일꾼 실무 강습이 끝났으니 이젠 공장기업소들에 결정권을 넘겼다는 겁니다. 지금부터는 공장, 기업소들에 대해 기존의 계획경제체계를 고집하지 않겠다. 그러니 딱히 날짜를 정할 필요도 없이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이런 태도라는 건데요.

여기에 대해 소식통들도 딱히 시행날짜를 못 박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굳이 날짜를 못 박는다고 해도 당장 시행할 공장기업소들이 없으니까 지금부터 시행하라고 하면 스스로 알아서 갈 데까지 간다는 거죠.

박성우 : 눈치 봐 가면서 할 만하다 싶으면 할 거다, 이 말이군요?

문성휘 : 네, 문제는 공공부문입니다. 보건부문, 교육부문, 사법기관이나 국가사무원들에 대해서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북한의 대부분 간부들과 주민들은 10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 11월 초에 첫 월급을 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실례로 사법기관들의 경우도 10월분 식량까지 받고 11월부터는 국가가 지급하는 월급을 가지고 자체로 사서 먹고 살아야 한다고 선포한 상태라고 하고요.

사실 공장기업소들은 당장 생산거리가 없고 자금도 부족해 ‘새경제관리체계’시행을 못 박는다고 해도 즉각적인 효력을 보긴 어렵습니다. 그러니깐 공공부문에서 월급이 높아지면 그 시점이 사실상 ‘새경제관리체계’의 시행이라고 보면 된다는 거죠.

그런데 최근 들어 북한이 이런 공공부문의 개혁을 뒤로 미루고 있다는 소식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왜 미룰 수밖에 없느냐에 대해 소식통들은 생산부문에서 시범운영을 해 본 결과 그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 소식통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비닐박스를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라선 수지일용품공장, 또 도색재와 알콜을 비롯해 여러 가지 화학제품들을 생산하는 청진 화학공장을 비롯해 함경북도에서만 여러 개의 공장기업소들을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았다는 겁니다.

일부에선 평양에서도 평양신발공장, 옥류관을 비롯해 일부 공장이나 사회봉사기관들을 상대로 ‘새경제관리체계’를 시험도입 했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참담했다는 거죠.

북한은 ‘새경제관리체계’를 시행해 정상적인 생산에 들어갈 경우 노동자들의 평균 수입을 중국 인민폐로 350~400위안 수준, 북한 돈으로는 10만원부터 15만 원 정도로 예상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라선시 수지일용품 공장과 같이 중국에 수출을 하는 기업이나 청진화학공장과 같이 북한 내에서 시장가격으로 판매를 한 기업이나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이 북한 돈으로 적게는 3만원, 많아야 6만 원 정도밖에 안 됐다는 겁니다.

박성우 : 10만원이나 15만원 정도를 예상했는데 3만원이나 6만원 정도밖에 안 나왔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이는 당시 환율로 중국인민폐로 환산 해봐도 100위안도 못되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이 정도의 수익을 가지고는 주민들의 생존이 어렵다는 거죠. 이 문제를 해결하자면 공장 인원을 감축한다든지, 아니면 북한 돈의 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이 두 가지가 다 해결이 난감하다는 겁니다.

때문에 북한은 공장의 인원은 감축하지 못한다는 조건에서 생산의 현대화와 함께 중요하게는 환율 조정을 거쳐서 북한화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공공부문 개혁을 미루게 된 다른 원인도 있습니다. 이게 식량문제인데요.

올해 역시 농사가 잘 된 것도 아니고 또 부족 되는 쌀을 사오자니 자금도 없다는 거죠. 이미 전에 시행했던 2002년 경제개선조치나 2010년 화폐개혁이 식량문제로 모두 실패했다는 점에서 북한은 당장 공공부문의 개혁을 미룰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또 올해 같은 농사형편에서 농민들에게 적지 않은 량을 주고나면 당장 군량미 문제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문 기자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게 되는 거죠. 새경제관리체계의 본격적인 시행, 이것은 공공부문 일꾼들과 사무원들의 월급이 새로 규정돼서 나올 때부터다. 그런데 오는 10월부터 ‘새경제관리체계’를 도입해서 11월초에 첫 월급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는데 예상했던 대로 못 됐다는 거죠? 그렇다면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 그거죠?

문성휘 : 네, 결론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래도 어느 정도 추정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새경제관리체계 시행을 언제부터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요?

문성휘 : 네, 일각에서는 12월로 미루었다. 또 내년도 1월부터 시행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 설들이 돌면서 저로서도 종잡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소식통들마다 다른 판단을 한다는 거죠?

문성휘 : 네,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 볼 땐 북한이 경제개혁에 대해 너무 서두르지 않았나? 우선 농업부문부터 개혁하고 그 뒤에 생산기업소나 공공부문의 개혁을 하나씩 실현해도 되지 않았겠나?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박성우 : 네, 그건 문 기자 개인 생각이겠죠? 그렇게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거고요. 그런데 북한은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려고 몹시 안달이 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장성택의 중국방문에 이어 최근에는 일본하고도 관계정상회담, 이런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지 않습니까? 이런 방법으로 경제개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의견도 내놓는 전문가들이 있죠? 하지만 워낙 북한의 경제개혁과 관련된 설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