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 내부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이 시간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장사나 출장목적으로 타 지역을 방문하는 주민들에게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추모행사에 참가했다는 ‘확인증’을 요구해 비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지도 어느덧 4년이 지났습니다. 북한은 해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일에 맞춰 여러 가지 추모행사들을 조직해 왔는데요. 올해는 어떻습니까? 어떤 추모행사들이 예정돼 있는 건가요?
문성휘: 네, 북한에서 12월은 새해를 앞둔 시점으로 한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매우 바쁜 시기입니다. 북한만의 여러 가지 행사들도 많이 조직되는데요. 우선 12월 17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일입니다. 또 12월 27일은 북한의 ‘헌법절’이고요.
12월 29일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날입니다. 그리고 새해가 시작되니까 북한으로선 줄줄이 행사들이 많이 예견돼 있죠. 이런 관계로 하여 북한은 12월 10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를 ‘특별경비기간’으로 정해놓았다고 합니다.
오중석: 북한에는 ‘특별경비기간’이라는 게 유난히 많군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에도 ‘특별경비기간’이 정해지지 않나요?
문성휘: 네, 북한은 중요 명절이나 행사가 제기되는 기간이면 늘 ‘특별경비기간’을 정해놓습니다. ‘특별경비기간’엔 주민들의 이동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고요. 이 기간에 범죄를 지으면 평소보다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12월 10일부터 가정대사나 국가적인 회의와 같은 특별한 계기가 없는 주민들은 이동을 금지했다고 하고요. 국가적이나 가정적인 사정이 없는 주민들에겐 아예 ‘여행증명서’ 자체를 발급해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행증명서’가 없으면 북한 주민들은 타 지역으로 이동할 수가 없습니다. ‘여행증명서’가 없이 타 지역에 불법적으로 들어갔다 적발되면 일반지역인 경우 6개월, 평양이나 군사분계선, 국경지역은 8개월까지의 ‘노동단련대’ 형을 선고받습니다.
오중석: 외국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국내여행을 하는데 ‘증명서’라는 것까지 따로 준비해야 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북한 말고 또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특별경비기간’이 내년 1월 10일까지라고 했죠? 날짜로 따지면 꼭 한달 인데 이 기간 동안 장사목적으로 타 지역을 방문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말이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12월은 워낙 북한군의 ‘동계훈련’이 시작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특별경비기간’까지 정해져 북한 주민들은 그야말로 지역적으로 고립무원한 상태나 마찬가지라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북한 당국은 언론과 각종 선전수단들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추모열기를 조성하느라 분주하다고는 합니다. 일단은 당 세포와 근로단체 말단조직, 인민반 강연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업적을 널리 알리고 있다고 하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특별경비기간’을 맞으며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자들을 엄벌한다는 내용과 국경연선 주민들을 향해서는 따로 국경질서를 잘 지킬 데 대한 주민강연과 인민반회의들을 잇달아 벌려 놓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놓고 볼 때 올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된 추모행사는 예년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12월 29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최고사령관 추대행사에 관심이 더 높은 모양새라고 하는데요.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추모분위기가 잘 서지 않는다는 거죠.
오중석: 네,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모행사를 지나치게 강조할 여력도 없고 김정은 제1위원장과 관련된 행사들이 너무 많아 추모분위기 조성도 어려운 형편이다, 그런 얘기군요.
문성휘: 네, 한마디로 그렇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모행사와 관련해 북한 당국이 예년과 달리 강조하고 있는 점은 있다고 합니다.
오중석: 예년과 달리 강조한다면 그게 대체 뭔가요?
문성휘: 기존에는 북한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또 사망일에는 주민들에게 무조건 추모행사에 참가하도록 강요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하기만 기대하면서 인원관리를 허술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나니 최근 김일성, 김정일 생일이나 사망일에 추모행사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오중석: 그런데 문 기자,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추모행사는 각 인민반, 직장별로 조직적으로 참여시키는 게 아닌가요? 그러면 누가 추모행사에 빠졌는지 뻔히 드러날 텐데 참여하는 인원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네요.
문성휘: 네, 저도 그런 소식에 많이 놀랐는데요. 이게 북한의 조직구성별 특성 때문에 가능하다고 합니다. 북한의 인민반은 30세대 정도씩 가족단위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인민반에 소속된 주민들은 직업이 없는 사람들도 있고 직업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모든 주민들을 어떤 조직에 무조건 가입시켜 의무적으로 조직생활을 시키는 국가입니다. 소학교 7살이면 벌써 소년단에 가입해야 하고 노동당 외에도 청년동맹, 농업근로자동맹, 직업총동맹, 민주여성동맹이 있습니다.
누구든 이렇게 인민반에 소속되어 생활하고 어떤 사회적 집단에서 조직생활을 해야 하는데 또 자신의 직업에 따라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빠져나갈 공간이 많다는 뜻입니다. 이게 예컨대 인민반에서 추모행사를 나가는데 누가 빠졌다고 하면 “그 사람은 자기가 속한 여맹이나 직맹조직을 따라 추모행사에 갔겠구나” 이렇게 판단을 한다는 거죠.
오중석: 주민들을 하도 얽매어 놓으니 그런 틈이 또 생기는 거군요.
문성휘: 네, 그렇다 합니다. 누구나 다 추모행사에 참가했다고 하는데 실제 추모행사장에 가보면 예전보다 참여 인원이 눈에 띄게 줄어 든 것이 뻔히 드러나 있다는 거죠. 이런 결함을 메우기 위해 북한 당국이 취한 대책이 ‘확인서’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오중석: 참가 ‘확인서’라면 추모행사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에게 ‘확인서’를 발급해 준다는 건가요?
문성휘: 그런 건 아닙라고 합니다. 조직, 집단별로 참여한 사람들의 명단을 적어서 추모행사장에 가면 보안원들이 인원을 확인하고 참여자 명단에 확인도장을 눌러 준다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 추모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분명히 드러난다는 거죠.
오중석: 강제로 하다못해 이젠 확인도장을 눌러주는 놀음까지 벌려 놓았다는 거군요. 이게 전부 사실이라면 북한에서 김씨 일가에 대한 주민들의 감정이 얼마나 나빠졌는지를 확인할 계기가 될 수도 있겠군요.
문성휘: 그렇기도 합니다. 특히 여기에서도 장사나 출장, 집안 대사를 구실로 타 지역에 나간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고 하지만 인민보안부 주민등록과 2부에 뇌물만 먹이면 가족 대사 등으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외지에 나간 사람들은 추모행사에 참여했는지 확인을 할 방법이 없다는 거죠. 그래서 북한 당국은 타 지역에 나간 사람들은 현지의 추모행사장에서 해당 보안원에게 ‘여행증명서’를 제출하면 추모행사에 참여했다는 ‘확인서’를 떼어준다고 합니다.
이번 추모행사는 참여 ‘확인서’를 받아오지 못하면 어떤 불이익이 차례질지 모르기 때문에 여행을 간 사람들은 반드시 머물고 있는 해당 지역에서 추모행사에 참여할 것이고 그래서 이번 김정일 추모행사에는 예전보다 참여 인원이 많이 몰릴 것이라는 게 소식통들이 전한 이야기들입니다.
오중석: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사망 추모행사에 참여 인원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인기가 점점 떨어진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나 생각을 해 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