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북 이산 상봉

워싱턴-박봉현 parkb@rfa.org
201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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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p_hands_305 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 둘째날인 24일 오후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김정운씨와 북측 오빠 김재곤(84)씨가 두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북북 이산상봉’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올해 82살인 이선종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가족과 헤어져 혈혈단신으로 남한에 내려갔습니다. 그 이후 60여 년간 북한에 남은 가족을 한시도 잊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번 상봉에서 북한의 여동생을 만난 이 할아버지는 몸은 노쇠했지만, 전쟁 통에 헤어진 가족과 함께 사는 세상을 갈망하는 마음엔 조금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 할아버지의 고향은 함경남도 북청입니다. 4년 전 당시 82살에 북한의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신 제 아버지와 동향이라서 그런지 감회가 남다릅니다.

초반에 북한 측이 이미 오래 전에 정해진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갖고 트집을 잡는 바람에 무산 위기에까지 몰렸던 이산상봉이 천신만고 끝에 성사돼 가족들이 잠시나마 혈육의 정을 나눈 것은 천만다행입니다. 어찌 한 번의 상봉으로 이산의 한을 달랠 수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연로하신 이산가족이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게 하는 극적인 만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산상봉 성사에는 북한 측의 최종 결단이 큰 몫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 측은 막판 협상에서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를 중시하신다니까 그 말을 믿겠다”며 “통 큰 용단을 해서 받을 테니 앞으로 잘해보자”고 했습니다.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던 기존의 태도에서 크게 선회한 이유가 무엇이든, 그 동안 마음 졸이던 이산가족들은 북한 측이 담대하게 내놓은 이른바 ‘통 큰 용단’에 한숨을 놓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말하는 ‘통 큰 용단’은 일회용이 돼선 안 됩니다. 이런 용단은 쓸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특히 인권 문제를 다룰 때는 ‘통 큰 용단’이 절실합니다. 이번 남북 이산상봉이 끝나면 한동안 이산상봉을 비롯한 인권 문제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북한으로선 한고비 넘겼다고 안도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인권에 관한 한 북한엔 쉴 시간이 없습니다. 유엔이 1년 가까이 조사해 며칠 전 발표한 보고서로 처참한 북한의 인권실태가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 최고지도층의 정책과 결정에 따라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반 인도범죄가 자행돼왔다고 공표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정부를 국제형사재판소나 유엔 임시 재판소에 회부하고 책임자를 제재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이로써 북한지도자 김정은이 최종적인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습니다. 중국이 국제형사재판소 회부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 사안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겁니다.

예상대로 북한은 발끈하며 북한에는 “보고서가 언급한 인권 침해 사례가 실제 없다고 다시 확인한다”고 응수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북한에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가 없다면 이를 입증해 국제사회에 비친 면모를 쇄신할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남북 이산 상봉과 관련해 보여준 ‘통 큰 용단’이란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면 됩니다.

남한에는 2만 7천여 명의 탈북자가 있습니다. 한 사람당 북한에 남은 가족이 서너 명 된다고 가정하면 북한에 남은 이들의 가족만 해도 어림잡아 8만에서 10만 명 정도 됩니다. 이들은 남북 이산의 아픔이 아니라 ‘북북 이산’의 아픔에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불가피한 결정을 하고 고향을 떠났으니 남북이산 아픔 못지않은 통한에 사무쳐 있을 겁니다. 탈북자와 북한의 가족을 만나게 하는 ‘북북 이산’ 상봉은 북한 정부에겐 또 한 번의 그 ‘통 큰 용단’을 자랑할 만한 계기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북한에 남은 탈북자의 가족 가운데 수용소나 교화소에서 모진 고초를 겪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정부는 이는 터무니 없는 거짓말이며 북한에는 인권 유린이 자행되지 않는다고 강변합니다. 양쪽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인권보고서가 북한 인권 유린의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북한 당국의 주장대로 북한에 인권침해 사례가 없다면, 당당하게 탈북자와 북한에 있는 그들의 가족을 만나게 해 온갖 의혹을 구름 걷히듯 씻어낼 수 있을 겁니다. 남북 이산 상봉의 후속작품으로 북북 이산 상봉을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제안하는 겁니다. 탈북자는 남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뒤집을 수 있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한 차례 북북 이산 상봉으로 국제사회의 믿음을 얻지 못해도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북북 이산 상봉을 정례화하면 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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