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 저출산 문제
서울-노재완∙이나영 xallsl@rfa.org
2009.12.02
2009.12.02
임신과 출산. 모두의 축복 속에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고민과 갈등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말입니다. ‘아이는 누구한테 맡겨야 하나’, ‘출산휴가를 다녀오면 내 자리는 그대로 있을까’, ‘일을 하면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등등... 이런 문제로 최근 한국에서는 일하는 엄마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하나 둘씩 도입되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도 한국의 출산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나경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이나경: 네. 안녕하십니까.
노재완: 이나경 씨는 자녀가 한명 있다고 하셨죠?
이나경: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자녀수를 물어보세요. (웃음)
노재완: 한 명이면 좀.. 불안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한 명은 더 낳으셔야 할 것 같은데..
이나경: 솔직히 한 명 더 낳고 싶은데요. 한국에 와서 살다 보니까 자녀를 낳고 키우는 게 보통 힘들어야죠. 지금 아이 하나 키우는 것도 힘들어서 헉헉 대고 있습니다.
노재완: 가정에 자녀가 없는 경우는 물론, 한 자녀만 있는 경우에도 출산율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데요. 옛날에는 한 가정에서 3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했기 때문에 인구가 많이 증가했습니다. 지금의 저출산 정책은 대략 1980년대 초반,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나경: 그러면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가 너무 일찍 저출산 정책을 편 거네요. 지금 보면 고령자는 늘어나고 있는 반면, 3세 이하 영유아의 수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상태잖아요. 이대로 간다면, 몇 십 년 뒤에는 한국의 인구가 엄청 줄어들텐데 걱정입니다.
노재완: 이 때문에 자녀를 많이 낳아야 한다고 한국 정부가 계속 유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까지 직접 발 벗고 나서고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출산율을 높이는 게 국가의 미래를 위한 국정과제라면서 면밀한 대책마련을 지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각 가정의 양육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재 만 6세인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5살로 한 살 낮추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는데요.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나경: 신문에서 보니까 다자녀 가구 지원을 위해 셋째 자녀부터 대학입시와 취업에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제시됐더라고요.
노재완: 네. 그 뿐만 아니라, 남성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임산부를 배려하는 기업에게는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출산정책은 여러 변천과정을 거쳐 왔는데요.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1980년대가 분수령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선전 문구가 유행했는데요. 나중에는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바뀌었습니다. 항간에서는 아예 ‘한 집 건너 하나만 낳자’라는 우수개 말도 등장했고요,. 그 결과 대부분의 부부가 하나 혹은 둘의 자녀를 낳았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자녀들을 왕자, 공주처럼 키우기 시작했고요. 당연히 과거에 비해서 양육비가 급증했겠죠. 자식이 귀하다 보니까 자녀의 미래를 위해 교육투자에 몰두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나경: 그 때부터 한국의 사교육열풍이 불기 시작했겠네요?
노재완: 네. 그렇죠. 이젠 자녀가 능력껏 알아서 공부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정신 나간 사람의 생각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나경: 지난 봄에도 저희 시간 때 사교육 관련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결국 한국의 사교육 열풍은 저출산 정책에서 비롯된 거군요.
노재완: 네. 솔직히 그렇게 되면서 가난한 집안의 자녀들은 당연히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되는 현상도 벌어졌고요. 오죽하면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이제 그 의미가 상실했다고 말하겠어요.
이나경: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삶을 가장 우선시 하는 요즘 신세대가 자녀를 낳아 양육한다는 것은 지극히 부담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자녀를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로 어불성설이고요. 특히 여자 입장에서 다자녀를 낳아 기를 경우 국가에서 보조를 해준다 해도 설득력이 없는 얘기입니다. 경쟁력이 있게 자녀를 키울 수 있는 안정적인 고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한, 출산장려금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당장 내손에 쥐어지지도 않았고 또 얼마가 쥐어질지도 모르는 지원금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노재완: 결국 저출산의 원인도 돈에 있는 것 같습니다. 돈이 없으면 자녀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고, 이런 상황에서 누가 아이를 많이 낳겠어요. 실제로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결혼한 뒤 한 자녀만 낳겠다는 여성들은 그 이유로 바로 교육과 양육비 부담을 꼽았습니다. 또 일하는 기혼 여성 절반이 첫아이 출산을 앞두고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일하더라도 비정규직 등 힘든 일을 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나경: 요즘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지만,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부부 중 육아휴직을 써야한다면 수입이 적은 부인이 쓰는 게 유리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고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잘못된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재완: 네. 맞습니다. 육아를 포함한 가사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고요. 궁극적으로는 양성 평등의 실현이 저출산 해결의 근본적 해결책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나경: 일하는 아내들이 남편에게서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뭔지 아세요?
노재완: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이나경: 그건요. “내가 도와줄게'라는 말입니다.
노재완: 도와준다는 말이 왜 듣기 싫습니까? 오히려 여성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 아닙니까?
이나경: 솔직히 남편도 아내와 함께 절반의 책임을 가진 사람인데.. 도와준다는 표현 자체가 본인은 육아의 책임자가 아니라는 말이잖아요. 결국 육아를 자기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말이고요.
노재완: 듣고 보니까 그러네요. 사회가 일하는 여성을 존중하고 도와줘야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말로 들립니다.
이나경: 무엇보다 남편들이 변해야 합니다. 집안일 부담을 줄여 줘야 여성들이 일하면서 아이 낳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노재완: 네. 그 말씀 꼭 명심하겠습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서울지국, 진행에 노재완 이나경이었습니다. 청취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나경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이나경: 네. 안녕하십니까.
노재완: 이나경 씨는 자녀가 한명 있다고 하셨죠?
이나경: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자녀수를 물어보세요. (웃음)
노재완: 한 명이면 좀.. 불안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한 명은 더 낳으셔야 할 것 같은데..
이나경: 솔직히 한 명 더 낳고 싶은데요. 한국에 와서 살다 보니까 자녀를 낳고 키우는 게 보통 힘들어야죠. 지금 아이 하나 키우는 것도 힘들어서 헉헉 대고 있습니다.
노재완: 가정에 자녀가 없는 경우는 물론, 한 자녀만 있는 경우에도 출산율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데요. 옛날에는 한 가정에서 3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했기 때문에 인구가 많이 증가했습니다. 지금의 저출산 정책은 대략 1980년대 초반,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나경: 그러면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가 너무 일찍 저출산 정책을 편 거네요. 지금 보면 고령자는 늘어나고 있는 반면, 3세 이하 영유아의 수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상태잖아요. 이대로 간다면, 몇 십 년 뒤에는 한국의 인구가 엄청 줄어들텐데 걱정입니다.
노재완: 이 때문에 자녀를 많이 낳아야 한다고 한국 정부가 계속 유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까지 직접 발 벗고 나서고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출산율을 높이는 게 국가의 미래를 위한 국정과제라면서 면밀한 대책마련을 지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각 가정의 양육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재 만 6세인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5살로 한 살 낮추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는데요.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나경: 신문에서 보니까 다자녀 가구 지원을 위해 셋째 자녀부터 대학입시와 취업에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제시됐더라고요.
노재완: 네. 그 뿐만 아니라, 남성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임산부를 배려하는 기업에게는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출산정책은 여러 변천과정을 거쳐 왔는데요.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1980년대가 분수령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선전 문구가 유행했는데요. 나중에는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바뀌었습니다. 항간에서는 아예 ‘한 집 건너 하나만 낳자’라는 우수개 말도 등장했고요,. 그 결과 대부분의 부부가 하나 혹은 둘의 자녀를 낳았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자녀들을 왕자, 공주처럼 키우기 시작했고요. 당연히 과거에 비해서 양육비가 급증했겠죠. 자식이 귀하다 보니까 자녀의 미래를 위해 교육투자에 몰두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나경: 그 때부터 한국의 사교육열풍이 불기 시작했겠네요?
노재완: 네. 그렇죠. 이젠 자녀가 능력껏 알아서 공부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정신 나간 사람의 생각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나경: 지난 봄에도 저희 시간 때 사교육 관련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결국 한국의 사교육 열풍은 저출산 정책에서 비롯된 거군요.
노재완: 네. 솔직히 그렇게 되면서 가난한 집안의 자녀들은 당연히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되는 현상도 벌어졌고요. 오죽하면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이제 그 의미가 상실했다고 말하겠어요.
이나경: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삶을 가장 우선시 하는 요즘 신세대가 자녀를 낳아 양육한다는 것은 지극히 부담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자녀를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로 어불성설이고요. 특히 여자 입장에서 다자녀를 낳아 기를 경우 국가에서 보조를 해준다 해도 설득력이 없는 얘기입니다. 경쟁력이 있게 자녀를 키울 수 있는 안정적인 고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한, 출산장려금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당장 내손에 쥐어지지도 않았고 또 얼마가 쥐어질지도 모르는 지원금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노재완: 결국 저출산의 원인도 돈에 있는 것 같습니다. 돈이 없으면 자녀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고, 이런 상황에서 누가 아이를 많이 낳겠어요. 실제로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결혼한 뒤 한 자녀만 낳겠다는 여성들은 그 이유로 바로 교육과 양육비 부담을 꼽았습니다. 또 일하는 기혼 여성 절반이 첫아이 출산을 앞두고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일하더라도 비정규직 등 힘든 일을 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나경: 요즘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지만,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부부 중 육아휴직을 써야한다면 수입이 적은 부인이 쓰는 게 유리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고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잘못된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재완: 네. 맞습니다. 육아를 포함한 가사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고요. 궁극적으로는 양성 평등의 실현이 저출산 해결의 근본적 해결책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나경: 일하는 아내들이 남편에게서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뭔지 아세요?
노재완: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이나경: 그건요. “내가 도와줄게'라는 말입니다.
노재완: 도와준다는 말이 왜 듣기 싫습니까? 오히려 여성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 아닙니까?
이나경: 솔직히 남편도 아내와 함께 절반의 책임을 가진 사람인데.. 도와준다는 표현 자체가 본인은 육아의 책임자가 아니라는 말이잖아요. 결국 육아를 자기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말이고요.
노재완: 듣고 보니까 그러네요. 사회가 일하는 여성을 존중하고 도와줘야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말로 들립니다.
이나경: 무엇보다 남편들이 변해야 합니다. 집안일 부담을 줄여 줘야 여성들이 일하면서 아이 낳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노재완: 네. 그 말씀 꼭 명심하겠습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서울지국, 진행에 노재완 이나경이었습니다. 청취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