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당 대회’ 특별배급 외면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6.05.12
food_store_b 식료품 상점 앞에 늘어선 행렬. 특별공급이 있을 때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끝없이 늘어선다.
사진제공 – 아시아프레스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북한 당국이 ‘70일 전투’를 끝내고 당 대회 개최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특별배급을 시행했지만, 북한 주민은 이를 철저히 외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상이 아닌 돈을 내야 하고, 제품 자체도 매우 질이 나쁘기 때문인데요, 배급을 받으러 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북한 주민이 특별 배급 내용을 듣고 처음부터 물건을 보지 않았고, 대부분 사람은 가지도 않았다는 거죠. 함경북도에서는 자기 지역에서 20% 정도 밖에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공짜도 아닌 유상으로 제공하고 질마저 나쁜 특별배급에 대한 불평은 물론, 북한의 경제력과 공약의 허구성을 꼬집으면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70일 전투’위로․당 대회 축하 의미 특별 배급

- 북한산 칫솔․치약 하나, 술 한 병

- 무상이 아닌 유상으로 공급․질도 나빠 북한 주민 외면

- 받으러 가지도 않고, 아예 가난한 사람에게 배급도 주기도

- 배급에 대한 불평 넘어 북한의 경제력․공약의 허구성에 불만


36년 만에 열린 제7차 노동당 대회가 폐막한 가운데 북한 당국이 ‘70일 전투’의 수고를 위로하고 당 대회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주민에게 ‘특별배급’을 시행했지만, 대부분 외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함경북도와 양강도 취재협력자의 말을 인용해 “70일 전투가 끝난 뒤 세대마다 북한산 칫솔과 치약 하나, 술 한 병을 공급했다”고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는데요, 워낙 질이 나빠 대부분 북한 주민이 이를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북한 주민은 질 좋은 중국 제품에 익숙해져 있는 데다 특별배급을 받으려면 길게 줄을 서야 하고, 게다가 돈까지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70일 전투’가 끝난 뒤 가구 당 치약 하나, 칫솔 하나, 술 한 병 배급을 주겠다는 통보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 주민이 특별 배급 내용을 듣고 처음부터 물건을 보지 않았고, 대부분 사람은 가지도 않았다는 거죠. 함경북도에서는 자기 지역에서 20% 정도 밖에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질이 나쁜 특별배급이 나올 때는 주로 가난한 사람이 받으러 가고, 일반 주민 사이에서는 아예 배급표를 가난한 사람에게 건네주기도 하는데요,

북한 정권이 ‘70일 전투’를 통해 모든 역량을 당 대회에 집중했고, 전국의 북한 주민을 준비에 동원했지만, 그 대가치고는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 현지 북한 주민과 이시마루 대표의 지적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이 ‘특별배급’을 나눠줄 때 공짜가 아닌 돈을 받고 나눠주는 것도 외면의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당 대회에 관한 특별배급도 북한 돈으로 1천500원을 내야 했기 때문에 협동농장에서는 대부분 공급을 받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동안 북한의 배급은 저렴한 가격이지만, 돈을 내야 했습니다.

이는 김일성․김정일의 생일 때 시행한 ‘특별배급’도 마찬가지였는데요,

[Ishimaru Jiro] 그렇죠. 기본 배급은 저렴한 가격이지만 돈을 내야 해요. 김일성 생일 때 어린이에게 과자를 공급하잖아요. 그것도 돈을 받을 때가 있고, 안 받을 때도 있다고 합니다. 올해는 김정일 생일 때 돈을 내야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 생일 때 과자도 안 받으러 간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소학생 교복을 나눠줬는데 이것도 유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질은 매우 나빴는데요, 취재협력자는 “받은 교복이 얼마나 한심한지 모른다”며 “치마는 칙칙한 회색으로 노인들이 입는 것과 비슷한데 허술함에 놀랐다”며 혀를 찼습니다.

지난 2월, 김정일의 생일인 광명설절의 특별배급에서는 각종 식품과 술, 담배 등이 공급됐으며 어린이에게는 교복과 학용품, 과자 등을 나눠줬는데요, 과자의 질은 현저히 떨어짐은 물론 맛도 없었습니다.

배급은 사회주의 경제를 대표하는 공급체계입니다. 또 특별배급은 북한 당국의 경제력을 과시하고 민심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정책 중 하나인데요, 하지만 마음도 능력도 없는 배급은 북한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Ishimaru Jiro] 배급제라는 것은 너무 합리성이 없는 방법이잖아요. 이것은 돈을 받아도 적자가 되고, 많은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것도 큰 부담이 될 겁니다. 북한은 당 대회를 통해 여전히 사회주의를 고수해야 하고 조선식 사회주의를 한다고 선언했지만, 북한의 김정은식 사회주의 현주소는 이 정도 밖에 안 된다고 보면 될 겁니다.

이전의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특별배급이라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종종 내비쳐 왔습니다. 그렇게 받는 배급이 생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오늘날 북한 주민은 특별배급에 관심도 두지 않을뿐더러 철저히 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특별배급에 대한 불평을 넘어 김정은 정권의 경제력은 물론 ‘인민 생활을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의 허구성을 꼬집는, 북한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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