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조명해보는 홍콩 민주화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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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홍콩 행정장관의 선출 문제를 놓고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됐습니다. 지난 28일로 꼭 한 달째를 맞았는데요, 이날 홍콩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도로에 운집해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지난 9월 28일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섰고, 시민들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우산을 들고 거리로 나서면서 홍콩의 민주화 운동은 '우산 혁명'으로까지 불렸습니다.

그동안 시위대와 홍콩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한 차례 대화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시위는 한 달을 넘겼는데요, 오늘은 홍콩대 정치행정학과 교수이자 현재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초빙 연구원으로 있는 손인주 교수와 함께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이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홍콩 민주화 도심 점거 시위 한 달

- 반중국 정서, 경제적 불평등으로 시작된 시위

- 내 손으로 비전 있는 지도자를 뽑고 싶다

- 홍콩 민주화 시위가 국제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 홍콩대 정치행정학과 손인주 교수


지난 9월 28일, 본격적인 도심 점거와 함께 시작된 홍콩 민주화운동의 배경은 '반중국 정서'와 '경제적 불평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홍콩에 많은 혜택을 가져왔지만, 중국의 자본․인구의 유입과 함께 중국의 통제가 심해진 데 대한 저항,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에 따른 빈부 격차가 시위의 도화선이 됐는데요,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확산하는 불투명한 미래가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로 발전했습니다.

홍콩대학교 정치행정학과 손인주 교수의 설명입니다.

손인주, 홍콩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브루킹스연구소 초빙 펠로. 사진-손인주 교수 제공
손인주, 홍콩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브루킹스연구소 초빙 펠로. 사진-손인주 교수 제공

[손인주 교수] 첫 번째는 반중국 정서란 부분입니다. 중국의 간섭, 즉 중국의 돈과 사람이 (홍콩에) 들어오면서 중국의 통제가 커지자, 자기가 스스로 통제하겠다는 저항이 나오는, 이른바 반중국 정서와 불만이 기본적으로 깔려있고요, 두 번째는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나의 삶은 왜 발전하지 않았느냐?', '앞으로 미래를 봤을 때 나에게 기회가 없다'라는 사회적 신분 상승에 대한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젊은이들은 '청년실업문제'를 비롯해 직장을 잡아도 첫 월급부터 10년까지 상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 돈으로 집도 살 수 없고 결혼도 할 수 없고...이 때문에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20~30대가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요구하게 됐고, 그것이 도화선이 된 것이죠.

홍콩은 중국 영토 안에서 중국을 유일하게 비난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특히 교육 수준이나 준법정신이 매우 투철한 홍콩 시민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대규모로 시위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요,

손인주 교수에 따르면 홍콩의 빈부격차는 심각합니다. 특히 좁은 도시 안에 많은 사람이 밀집해 있는 홍콩에서는 부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삽니다. 일상생활에서 빈부 격차의 현실을 매일 보고 느끼게 되는 건데요,

중국이 경제성장으로 큰 국가를 이뤄가면서 홍콩도 혜택을 받았지만, 부의 분배에 있어 큰 혜택을 받지 못하고 불만을 가진 사람이 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다른 중화권 국가에서도 불거지고 있는데요, 결국 홍콩과 홍콩 시민에 대한 비전이 있는 지도자를 내 손으로 뽑자는 것이 홍콩 시위대의 주장인 겁니다.

[손인주 교수] 홍콩의 사례를 보면 '우리의 행정장관은 우리 손으로 뽑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물론 직접 선거로 뽑는다고 해서 홍콩 문제가 당장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다 알지만, 이는 매우 중요한 단계라는 것이죠. 지금 홍콩의 행정장관은 권위가 없고, 그렇다 보니 이익을 조정하고 설득해야 하는 것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중이 권위를 주고 정당성을 줄 때 그 지도자가 좀 더 역할을 할 수 있고, 다수가 원하는 대로 의견을 수렴해 좋은 정치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란 건데요, 결국 홍콩 시위는 '후보자의 비전에 따라 (지도자를) 뽑자. 중국 정부나 소수의 재벌이 내세우는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홍콩의 미래에 대해 비전을 가진 사람을 뽑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나은 방법이 아니겠느냐?'란 겁니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또 국제사회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주목했는데요, 손인주 교수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국제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두 가지로 정리합니다.

첫째는 중화집권의 질서. 경제적 개혁을 이룬 중국이 성숙한 정치개혁도 이뤄야 하는데, '중국이 홍콩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새로운 정치모델을 선보일 것이냐?' 아니면 '끝까지 이전 원칙을 고집하며 위기를 자초할 것이냐?'에 관한 시험대란 겁니다.

둘째는 우리 공동체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는 홍콩 시민의 의지. '우리의 문제는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스스로 해결하고 싶다'는 것인데, '중국 정부가 이를 어디까지 수용해 줄 수 있느냐?'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손인주 교수]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개혁을 해왔는데, 핵심은 중국이 더 성숙한 정치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만, 지금까지 미뤄왔던 거죠. 북경에 있는 개혁파들은 지금 시기에 일당 독재로 가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이에 관해 개혁을 하고 싶어 하는데, 안다고 해서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과연 홍콩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좀 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방법으로 홍콩 문제를 통해 다른 정치모델을 할 것이냐? 아니면 끝까지 버티다가 비극적인 일까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갈 것이냐? 그것을 보고 싶은 거죠.
또 하나는 지역의 사람들이 우리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하고 싶다는 겁니다. 정치적이던, 경제적이던 자기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어느 나라나 이런 부분이 있거든요. 우리 문제는 우리가 더 잘 알고 우리가 해결하고 싶다는 거죠. '그런데 어디까지 수용해 줄 수 있느냐?', 이것도 우리가 눈여겨볼 문제입니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한 달을 넘긴 오늘날, 앞으로 시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오히려 금방 해결되기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으로서도 제2의 천안문 사태를 만들 수 없고, 전략적으로도 주변에서 견제를 받는 좋은 않은 상황에서 일단 홍콩의 시위를 지켜보고 있는데요, 그러면서도 '결국 홍콩의 행정장관은 이전 방식대로 해결해야 한다', '민주화 시위를 그대로 놔두면 중국 정부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공존하는 듯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시위대와 홍콩 정부는 추가 대화 일정도 결정하지 못하고 정치적 갈등은 점점 깊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손인주 교수에 따르면 홍콩 시민을 통해 교육, 비즈니스, 금융, 준법정신 등 배울 점이 여전히 많습니다. 또 홍콩은 지금까지 적지 않은 성공을 거둬왔습니다. 하지만 다음 단계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미래의 불확실성, 젊은 층이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님 세대만큼 잘살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비관 등이 오늘날 실용적이고 차분했던 홍콩 시민을 거리로 내몰았는데요, 그만큼 삶과 미래에 대해 다급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내 손으로 비전 있는 지도자를 뽑겠다', '우리 공동체의 운명은 우리가 해결하고 싶다', '경제적 불평등에서 벗어나 나도 잘살 수 있는 밝은 미래를 꿈꾸고 싶다'는 홍콩 시민의 바람은 오늘날 북한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