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 점령한 요즘 중국 제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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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북한 청취자 여러분들은 최근 장마당에 나가보셨습니까? 요즘 북한 장마당에는 어떤 제품이 많은가요? 단연 중국제품이죠. 북한 장마당에서 중국산 생필품과 식품 등이 많은 자리를 차지한 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갈수록 중국 제품의 질이 좋아지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동영상을 보면서 놀란 것은 중국 지방도시의 장마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중국제 식품도 다양한 물건이 유입하고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질이 낮고 싸구려란 인식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요즘은 고급화된 중국 제품이 많아 과거와 달리 '좋은 것은 좋고, 좋은 것은 비싸다'는 평가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북한 시장을 점령한 요즘 중국 제품을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물건 다양해지고, 질도 좋아지고

- 포장도 좋아지고, 고급화 추세

- 중국 지방도시의 장마당을 보는 듯

- '한국산이 중국산보다 낫다'는 인식 여전

경제의 몰락과 함께 자국 생산품이 자취를 감춘 북한. 이미 북한 시장에는 중국산 생필품과 식품 등이 많은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입니다.

예전에는 공업품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식량을 비롯한 각종 식료품에서도 중국산 상품을 북한 장마당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데요, 요즘은 과거와 달리 중국 제품의 질과 종류가 많이 좋아지고 다양해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최근의 특징은 중국 제품도 질이 좋아졌습니다. 물건도 다양해졌고요. 예를 들어 10년 전 중국 과자는 옛날 과자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스낵 종류가 많아졌고, 다양해졌습니다. 또 포장도 멋있게 하고, 고급화가 됐죠. 북한 내부에서 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격차가 커지면서 돈이 여유 있는 사람은 다양한 현대식 과자를 요구합니다. 이런 것은 북한 내부에서 만들지 못하니까 계속 그런 수요가 생기는 거죠.

'아시아프레스'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한 북한 장마당의 사진을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10월 북한 국경도시에서 촬영한 첫 번째 사진에서는 여성 장사꾼들이 앞에 쌀자루를 진열해 놓고 냉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는데요, 쌀자루의 포장에는 중국어가 쓰여 있습니다.

중국산 라면 너머로, 한글로 '인삼삼보술'이라고 적힌 중국산 술이 보인다. 2013년 10월 북한 국경도시.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중국산 라면 너머로, 한글로 '인삼삼보술'이라고 적힌 중국산 술이 보인다. 2013년 10월 북한 국경도시.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또 다른 사진에는 중국산 라면이 보이고요, 그 뒤에는 한글로 '인삼삼보술'이라 적힌 중국산 술도 있습니다.

2013년 9월,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촬영한 세 번째 사진에는 여성 장사꾼이 많은 쌀자루를 앞에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이처럼 북한 장마당에는 중국산 흰쌀과 밀가루, 술, 소시지 등이 가득해 마치 중국의 시골 장마당을 연상케 합니다.

또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쌀 매대만큼은 북한에서 생산한 흰쌀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매대에는 중국산 상품이 많이 보이는데요,

[Ishimaru Jiro] 사진을 보내드렸는데, 동영상의 일부거든요. 동영상을 보면서 놀란 것은 여러 종류의 중국제 맥주, 미네랄 워터, 술, 과자, 라면 등 아주 다양합니다. 중국 지방도시의 장마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중국제 식품도 다양한 물건이 유입되고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이는 북한 무역업자가 잘 팔리는 물건을 수입한 결과로 봐야죠.

실제로 지난 5월 자유아시아방송의 취재에서도 중국의 먹을거리가 북한의 장마당을 잠식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국경지역의 장마당에는 이제 채소까지도 대부분 중국산이었는데요 이밖에도 중국산 달걀, 돼지고기 등도 북한산보다 값이 싸거나 같은 가격에 양은 더 많아 북한 주민의 인기를 끌었습니다.

많은 쌀자루를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여성 장사꾼. 맨 오른쪽 쌀자루에는 '4900'(원)이라고 적힌 가격표가 보인다. 2013년 9월 청진시.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많은 쌀자루를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여성 장사꾼. 맨 오른쪽 쌀자루에는 '4900'(원)이라고 적힌 가격표가 보인다. 2013년 9월 청진시.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그렇다면 요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북한 주민의 인식은 어떨까요? 이전에는 '중국에서 넘어온 물건은 싸구려가 많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중국산도 좋은 것은 좋고, 좋은 것은 비싸다'는 인식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한국산 제품의 인기는 여전히 최고입니다.

[Ishimaru Jiro] 한국 상품은 여전히 인기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 장마당의 내부에서 파는 물건 대부분은 중국산인데, 중국에서 넘어오는 물건은 싸구려가 많습니다. 중국에서 질이 낮고 싼 물건이 많이 수출되죠. 북한 사람도 (중국산 제품의)질이 안 좋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어요. 그런데 요즘 중국산에 대해서는 좋은 것은 좋고, 좋은 것은 비싸다고 합니다. 또 한국산을 보면 확실히 질이 좋죠. 값은 비싸지만 질이 좋으니까 한국산이 중국산보다 위에 있다는 것은 상식이 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 당국도 중국 물품에 대한 통제를 시작했는데요, '아시아프레스'가 지난달 25일, 평양 무역상과 통화해 보니 중국 글씨가 쓰인 상자에 넣어 팔지 못하게 했습니다.

장마당에서 파는 물건 대부분이 중국산이기 때문에 중국 제품을 전부 통제할 수 없지만, 최소한 중국 글씨를 안 보이게끔 하는 형식적 통제에 들어간 겁니다.

또 한국 제품은 한국에 대한 정보와 다름없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한국 제품에 대해 계속 신경을 쓰고 통제하는 것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이미 국가적으로 생산력을 잃어 식품마저도 만들 수 없게 된 북한에서 중국과 한국산 상품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한편, 장마당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산 제품은 비슷한 제품을 취급하는 북한 장사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