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여성들의 ‘절대충성∙책임∙의무’ 강조

서울-양성원, 이현웅 yangs@rfa.org
2024.03.12
[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여성들의 ‘절대충성∙책임∙의무’ 강조 북한은 전국 각지에서 3.8국제부녀절(세계여성의 날) 114주년을 뜻깊게 기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38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우리 여성들은 강의한 정신력과 헌신적 노력으로 나라의 부흥발전을 떠밀어 나가는 힘있는 역량이다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3.8국제부녀절 114돌 기념사설로 북한이 국력강화와 사회주의건설, 가정과 집단의 화목과 단합에 한몫 단단히 이바지해 나가는 충성스럽고 애국적인 여성혁명가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크나큰 힘이며 자랑이라고 여성들을 위무하면서 이 시대의 참된 여성상으로 ①조국의 부름에 주저없이 달려나가는 여성, ②군복을 입고 조국보위초소를 지켜선 여성, ③외진 섬 초소에서 후대교육사업에 한 생을 묵묵히 바쳐가는 직업적인 혁명가, ④언제나 나라 일을 걱정하고 직장일로 뛰어다니는 여성, ⑤전투기술기재들을 더 많이 마련하여 국방력 강화에 이바지하는 여성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북한 여성들이 김정은을 사회주의대가정의 어버이로 높이 모시고 사는 것은 가장 큰 행운이고 최대의 행복이며, “그의 사상과 영도는 여성들의 행복한 삶을 꽃피워주는 결정적 담보라고 선전하면서, 여성들이 김정은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을 확고한 신조로 간직하고 당 앞에 다진 맹세를 관철하는 한편 문화도덕적 순결과 공중도덕 준수, 깨끗한 문화적 환경과 낙천적인 사회분위기 조성, 고상한 옷차림과 몸단장 유지에서 모범이 될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여맹은 맹원들이 나라의 부강을 위한 성스러운 애국사업에 자각적으로 떨쳐 나서도록 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현 시점의 시대적 참된 여성상을 언급하면서 과거의 여성상까지 함께 적시함으로써 북한 여성이 갖추어야 할 정체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북한 여성의 정체성을 충성스럽고 애국적인 여성혁명가, 나라와 운명을 함께하며 부국강병의 험난한 길을 굴함없이 헤쳐온 여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의 바람직한 여성으로 항일대전의 나날에 남편과 자식들을 조국해방의 성전으로 떠밀고 총을 잡고 왜놈들을 쳐부신 불굴의 투사, ②조국해방전쟁시기 적 땅크(탱크)도 맞받아 나가며 폭격과 포격에도 아랑곳 없이 식량증산과 전시수송, 전선원호에 앞장섰던 여성, ③전후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복구건설의 터전을 힘차게 다져가며 나라, 직장, 가정 일에 땀과 양심을 다 바친 여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적에 대한 높은 증오심과 결사항전의 전투참여, 남성이상의 노동전선 투신과 희생을 여성의 정체성으로 몰아 세우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가혹한 여성차별이며 봉건사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여성인권 유린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북한 여성들에게 과도하게 부여한 혁명가적 지위와 전투적 역할을 폐기하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인간존엄성 유지와 자아실현을 담보하는 새로운 여성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김정은이 여성들의 위상과 역할에 커다란 의의를 부여하고 최대의 행복을 누리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선전하면서 김정은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요구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국제부녀절을 맞아 여성들에게 꽃다발 증정하고, 가정과 음식점에서 고급음식을 제공하며, 혁명가극 공연과, 무도회까지 여는 등 기념행사와 각종 시책을 부각시키면서, 한편으로는 여성들에게 김정은의 높은 권위를 백방으로 옹호하며, 그와 함께하는 혁명전사, 그를 일심전력으로 받드는 실천가가 돼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또한 자신은 물론 후대들이 김정은을 굳게 믿고 따르는 충신들로 키움으로써 충실성의 전통을 굳건히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요구는 북한 여성들이 김정은과의 관계에서 노예적 지위를 강요하는 것입니다. 여성들의 정상적인 개인적, 가정적, 정치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철저하게 왜곡하는 반()여성정책의 산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국제부녀절 기념사설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인권과 사회적 지위향상에 관한 내용은 일체 언급하지 않은 채 책임과 의무만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여성의 책무만 유독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올해 여성들은 당제8차대회가 제시한 투쟁목표 점령의 승산을 확정하기 위해 당 결정관철투쟁에서 조선여성의 슬기와 기개를 남김없이 떨쳐야 하며 사회주의애국운동, 혁명적인 대중운동과 여러 가지 좋은 일하기 운동에 적극 참가하여 국가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고 나라의 부강번영에 보탬을 주는 열렬한 애국자가 돼야 하고 자식들을 대바르고 훌륭하게 키우는데 온갖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당과 여맹조직은 여성들이 가정과 사회, 조국을 위해 자기의 책임과 본분을 다해 나가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이런 내용에 근거할 때 이번 여성들에 대한 책무강요는 경제실패 장기화로 여성권익향상에 필요한 계획과 예산을 책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여성들의 전방위적인 역할강화를 통해 총체적인 난국을 돌파해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오늘 우리 여성들은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하늘 같은 사랑과 각별한 보살피심 속에 값 높고 행복한 삶을 마음껏 누려가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여성들의 삶과 사회적 지위는 선전과는 달리 6.25전쟁과 중공업우선 정책, 선군정치와 핵무력강화정책으로 인해 계속 후퇴해 왔으며 고난의 행군 이후 생계유지를 위해 장마당 경제에 참여하면서 온갖 육체적 정신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탈북 여성들의 인권유린 참상은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되어 있지만 전혀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여성인권지수는 세계에서 최하위입니다. 이것은 북한여성이 주체적 존재가 아니라 노예적 객체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여성들이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는 선전을 곧이 곧 대로 믿을 주민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감사합니다.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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