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을 위해 뛴다-57] 2010년 하반기 북한 인권 뉴스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0.12.28
gomes_release-305.jpg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북한에 억류돼 온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와 함께 8월 27일 북한을 출발해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2010년 하반기 북한 인권 분야의 주요 뉴스를 되돌아봅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2010년 북한 인권 분야 하반기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6월 신임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에 인도네시아 출신 마르주키 다루스만 씨를 임명하면서 시작했습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인도네시아 국가인권위원장과 검찰총장을 지낸 뒤, 아시아 지역의 인권 증진을 위해 활동해왔습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임명된 지 얼마 뒤 방북을 요청했다 거부당했는데요, 그럼에도 언제든지 공식, 비공식적으로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앞으로 다시 방북을 신청하거나 대화를 제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7월 들어서는 유럽의회가 북한 정권에 인권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對)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유럽의회는 특히 결의안에서 중국 정부가 북한 주민의 사회적 권리 향상을 위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촉구했는데요, 유럽의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지적한 결의안을 별도로 채택한 것은 2006년 6월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8월 말에는 북한에 7개월가량 억류되었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씨가 미국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희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곰즈 씨는 지난 1월 기독교 선교 활동과 인권운동을 위해 북한에 들어갔다가 체포됐는데요, 불법 입국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8년의 노동 교화형과 약 60만 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다행히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석방되었습니다. 곰즈 씨는 억류 기간 중에 자살을 시도하고 단식 농성을 벌여 국제사회가 크게 우려했는데요, 곰즈 씨 어머니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곰즈 어머니
: I'm just joyful and grateful that my son is home and thank President Jimmy Carter...

(더빙)
아들이 집에 돌아와서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특히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아들을 무사히 고향으로 데려와줘서 감사합니다. 아들을 위해 기도해주신 여러분과 하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9월에는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따라 제3국에서 난민 지위를 부여받은 100번째 탈북자가 미국에 입국해 큰 화제가 됐습니다. 러시아 벌목공 출신인 조 씨가 그 주인공인데요, 조 씨는 북한에서 온 다른 벌목공과 함께 지난 3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국 영사관에 진입한 뒤 난민 판정을 받고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보호를 받아왔습니다. 2006년 태국에서 탈북자 6명이 처음 미국에 입국한 이후 매년 20∼30명의 탈북 난민이 태국, 중국, 몽골, 러시아 등을 통해 미국에 들어왔는데요,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 출연한 조 씨의 말, 들어보시죠.

조 씨: 너무 자유롭고, 꿈같고, 환상적이에요, 정말. 그래서 목숨은 버릴지언정 자유는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북한 사람이 바로 알았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됐죠. 미국에 처음 오니까 일반 평민들이 사는 주택이나 건물이 북한에서는 중앙당 고위 간부들이나 살 수 있는 그런 곳인데 여기에서는 다민족의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거예요.

같은 달에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국립민주주의기금'이 북한의 장마당 연구를 위해 모두 145만5000달러의 2010 회계연도 대북 예산 집행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국립민주주의기금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는데요, 지원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에도 출연했던 국립민주주의기금의 칼 거쉬먼 회장의 말, 들어보시죠.

Carl Gershman
: 국립민주주의기금의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는 역량강화사업입니다. 특히 탈북자 단체들이 새 조직을 만들고 북한의 인권과 관련한 사업을 펼쳐나가면서 자체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겁니다. 북한 체제가 영원히 갈 줄 아십니까? 북한 체제가 무너질 때 민주사회에서 교육받고 훈련받은 탈북자들이야말로 북한 사회를 재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들입니다.

10월 들어서는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한반도와 국제사회를 뒤흔들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주체사상의 대부로, 남한으로 망명 후에는 북한 권력 비판자로 활동해오던 황 전 비서. 한국의 여러 시민단체와 인권운동가는 황 전 비서가 그토록 갈망한 민주화된 북녘 땅이 아닌, 분단의 현장 한편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게 된 점에 애석함을 금할 길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탈북자 출신 박사 1호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의 말, 들어보시죠.

안찬일 교수: 그분이 대한민국 서울에서 보낸 13년 동안 어떤 모습으로 살아오셨는가를 보고 장례식장에서 2만여 명의 탈북자들이 그분의 영면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볼 때 누가 변절자냐, 배신자냐 이런 논리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분이 탈북할 때 자신의 영달이나 부귀영화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자신이 탈북하면 부인과 가족이 어떤 처참한 일을 당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11월에는 유엔의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 미국 국무부의 북한인권특사가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목소리를 드높이 내세웠습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22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는데요,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북한은 국내 인권상황이나 인도주의적 협력과 지원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고립을 자초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로버트 킹 특사는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 나와 미국 정부가 북한 주민의 삶의 질과 복지 문제를 우려하고 있으며 두 사안은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버트 킹: 외교를 정의하는 여러 개념 가운데, 가장 빠르게 요약할 수 있는 것은 이겁니다. ‘외교’란 걸으면서 동시에 껌을 씹는 예술이라는 겁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 문제에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동시에, 북한 주민의 복지와 안녕을 우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두 사안은 별개가 아닙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하면서, 이와 동시에 북한의 인권 문제도 압박해 나가야 합니다. 왜냐면 인권 분야의 개선이 없으면 비핵화 분야에서도 진전을 이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12월에는 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미국 국무부가 특별 회견을 통해 북한의 인권 상황이 최악이며, 어떤 변화의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해 북한을 위해 뛰는 사람들을 우울하게 했는데요. 이와는 달리 이명박 한국 대통령은 3일 '과거와 달리 최근 북한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라고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텃밭을 가꾸고 시장도 열리고 있으며 많은 탈북자가 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은 2010년 북한 인권 분야 하반기의 주요뉴스를 살펴봤습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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