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야기, 사람 사는 길: 남한으로 간 북한 작가 최진이씨


2007.01.01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북한의 인권 실상을 짚어보는 '사람 사는 길,' 진행에 이원희입니다. 남한으로 간 북한 작가 최진이씨는 탈북하기 위해 두만강을 세 번씩 건넜다며 그 이유는 바로 자유였다고 강조합니다.

최진이: 북에서 있을 때는 항상 공기가 밀폐된 박스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아요. 답답하고 신체적인 증상까지도 나타났어요.

최진이씨는 지난 2005년 탈북 과정을 그린 ‘국경을 세 번 건넌 여자’를 발표해 그해 두 번째 출판을 했고 머지않아 세 번째 판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평양에서 태어난 최진이씨는 김형직 사범대학 작가반을 졸업하고 월간 조선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조선작가 동맹 시 분과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런 그가 중국으로 탈출해 남한 에서 ‘국경을 세 번 건넌 여자’를 발표하고 앞으로는 시 보다는 소설을 쓸 것 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진이: 시는 20대에 쓰고 소설은 40대, 희곡은 60대에 쓰라는 말이 있어요. 시는 타고난 재주가 있어야 되는 것 같아요. 제가 탈북할 때 겪었던 드라마 같은 일이 엄청나 시 라는 작은 그릇에 다 담기 역부족이고, 그래서 북에 있을 때도 앞으로는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했고 제가 김정일의 말 하나 좋아 하는 것이 있는데 그 나라 문학을 대표하는 것은 소설이라고 북에서 소설가들은 열심히 공부하는데 시는 공부 좀 안 해요. 그래서 소설공부를 계속 했었고 여기 와서는 소설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는 남한에서 처음으로 낸 '국경을 세 번 건넌 여자'가 그동안 남한의 출판시장 부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책이 팔리고 있다며 특히 탈북자의 책이 많이 나가자 주변 사람들도 놀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진이: 제가 아는 남편이 책을 쓰는데 요즘 베스트셀러는 몇 부나 나가느냐고 했더니 800부 나갔다고, 물론 책이 법과 관련되어 보는 사람이 아무래도 적으니 내 것 4천부 나갔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구요. 요즘 출판시장이 좋지 않아서 천부 나가기도 힘들다고 해요.

그는 이 책이 나오자 남한의 거의 모든 언론들이 이 책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그동안 다른 탈북자들이 쓴 것과는 달리 자신은 어린 시절 부터 탈북하기까지 전 과정을 그렸다고 말했습니다.

최진이: 지금까지 탈북자들이 쓴 책을 보면 감정적이기 일쑤고 좀 편중되어 있어요. 상류층에 치중되어 있든가 아니면 식량난 식으로 함축되어있든가. 이 책은 나서부터 탈북하는 과정 까지 그냥 나열하는 식이 아니고 에세이, 수필 식으로 매 수필마다 다 관통하게 되면 탈북과정까지 읽을 수 있어 그런 것이 좋았던 것 이 아닌가...

그는 마지막 부분에는 남한에서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점들을 지적했습니다. 즉 균형이 맞지 않는 남북한 여성에 대하여, 그리고 남한사회 문제점, 또 우리가 이루어야 할 통일 문제 등에 대해 썼습니다.

최진이: 한국에서 정착하면서 제가 보는 한국사회 문제 몇 가지를 다루었는데 평론가 한 한 분이 이 책을 읽고 앞부분보다 뒷부분이 더 처절하다, 앞으로 통일을 상상하니까 끔찍 하다고 말씀하시고, 그리고 남한 사람들에게 통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 부분 으로 하나의 책을 만들면 좀 더 좋지 않았나 하는 얘기를 해요. 사실 남한 사람들도 말하기 힘들어 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계획을 하고 있어요.

그는 또 문학적인 평가를 받고는 너무 기뻐 그 기쁨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말 했습니다.

최진이: 문장이 수려하다고 평가를 해 주셨는데 그 말이 가장 좋았어요. 작가로서는 우선 다른 것 보다 문학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일반 독자들은 자신이 무조건 북한정권을 타도하기 보다는 북과 남의 중간 입장에서 현실 문제를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북한 주민들의 인권, 자유롭지 못한 생활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컸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최진이: 눈물이 났다. 그러면서 이것을 읽고 찾아온 학생도 있었고, 이 책으로 해서 특별히 인연을 맺은 사람들도 있었고, 저는 여기서 덮어놓고 정부를 비난하고 그런 것은 싫어해요. 그러니까 우리 생활에서 현실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었거든요. 어떤 한국사회의 제 이미지를 인식시키는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최진이 씨는 이어 내가 자란 고향과 부모형제, 스승, 벗들. 40년간의 추억과 사랑이 깃든 땅을 모두 버리면서까지 강을 건넌 이유는 마음대로 얘기하고 책을 볼 수 있고, 또 글을 쓸 수 있는 자유가 절실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냥 듣는 것 하고 직접 체험하는 것은 얼마나 다른 지도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

최진이: 한국 사람들은 자유 세상에 사니까 자유가 얼마나 귀한 줄 몰라요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독재사회 속에서 사니까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비인간적 이라는 것을 몰라요. 저도 북한에 살았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뭐 귀로는 많이 들었죠. 한국이 잘 살고 일본이 어떻고 미국이 어떤지. 한데 그 듣는 것 하고 몸으로 체험 하는 것 하고 또 달라요.

최진이씨는 특히 다른 사회에서 자유를 직접 맛 본 사람들은 북한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진이: 제가 탈북해서 두 달 만에 다시 북한에 가서 애를 데리고 나왔거든요 그런데 중국 와서 두 달 살아보니까 그때 아, 북한이 바로 지옥이구나, 생지옥이구나, 그리고 애 데리러 가서 그곳에서 한 5일을 체류했는데 죽어도 그 사회에서 못 살겠더라구요. 여기 한번 맛보면 더는 그런 사회에서 살 수가 없어요.

최진이씨는 북한에서 결혼 한지 3년 만에 평양 추방령을 받아 친척집에 머물던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청진 역을 중심으로 떠돌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만성적 기아와 명령에 복종만 있는 북한 현실에 절망한 나머지 탈북을 결심했고 지난 1999년 남한으로 입국했습니다. 현재 그는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최진이씨가 남한에서 앞으로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꿈꾸고 있는지 들어봅니다.

워싱턴-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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