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싱크탱크와 한반도] ⑩ 미국외교협회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0.02.26
2010.02.26
주간기획 <미국의 싱크탱크와 한반도>,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 내 연구소들 가운데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연구 기관인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에 관해 살펴봅니다.
1921년에 설립된 외교협회는 미국에선 브루킹스 연구소,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와 함께 가장 오래된 연구소이기도 합니다. 이 연구소는 외교전문 계간지인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를 연구소가 설립된 1921년부터 발간해오고 있는데요. 여기에 실린 기고문 가운데는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에 종종 영향을 미칠 정도로 이 잡지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외교협회 출신으로 역대 미국 정부에 진출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현재 오바마 행정부에서 핵비확산 문제를 총괄하는 책임자로 있는 게리 새모어 박사가 외교협회의 부회장 출신입니다. 미국의회조사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박사의 평가입니다.
Dr. Larry Niksch: Well, I mean the group is a prestigious group. The head of this is Richard Haas who was a high-ranking official... (외교협회는 권위있는 연구소이며, 회장은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 고위관리를 지낸 리처드 부시 박사이다. 외교협회는 <포린 어페어스>란 아주 권위있는 잡지를 펴내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정부 인사에 접근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게 장점이다.)
외교협회는 미국 최고의 민간 외교기관인만큼 외국의 지도자들이 단골로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9월 미국을 방문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에 관한 연설을 한 곳도 바로 외교협회였습니다. 외교협회는 특히 한반도 문제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는데요. 북한 핵문제가 중대한 기로에 접어든 1990년대 후반부터 외교협회는 ‘한반도 특별반’(Task Force on Korea)을 운영해 한미관계와 북한 핵문제 등 주요 한반도 현안과 관련해 특별 보고서를 발간해왔습니다. 외교협회는 올해 초 한반도 특별반을 다시 가동해 내년 중 보고서 발간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현재 이 한반도 특별반의 공동 의장으론 부시 행정부 시절 대북교섭 특별대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 한국경제연구소장과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맡고 있습니다. ‘한반도 대책반’의 실무국장(Project Director)은 아시아재단 소속 한미정책센터 소장인 스콧 스나이더 씨가 맡고 있습니다.
한반도 특별반의 보고서는 지난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발간됐는데요. 그때마다 반향이 컸습니다. 1998년 6월에 나온 한반도 특별반의 첫 보고서 제목은 ‘한반도의 변화 대처’였고, 당시 집필을 맡은 실무국장은 훗날 부시 행정부에서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마이클 그린 박사였습니다. 당시 보고서에서 한반도 특별반은 북한 핵문제에 관한 포괄적 해결을 위해 고위급의 특별 조정관을 임명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결국 이 같은 건의는 클린턴 행정부에 의해 받아들여졌고,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조정관에 임명돼 1999년 ‘특별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한반도 특별반의 스나이더 실무국장입니다.
Scott Snyder: I think the initial reports were quite influential. The timing of the release of the reports provided for an opportunity for influence... (한반도 특별반의 초기 보고서는 상당히 영향력이 있었다. 보고서의 공개 시점이 영향력을 제고하는 데 기회를 준 측면도 있다. 특히 1990년대 후반기는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유동적인 기간이었다. 몇 가지 현안 때문에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제대로 골격을 잡지 못했다. 그러던 당시 한반도 보고서가 공개돼 페리 전 국방장관이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되는 길을 열어놓았다)
한반도 특별반의 스나이더 국장은 내년 상반기에 나올 보고서 작성을 위해 최근 잭 프리처드, 존 틸럴리 공동의장과 함께 남한을 방문했습니다. 남한에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해 현인택 통일부 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외교 안보의 수뇌부를 모두 만났습니다. 이들이 한반도 특별반의 면담요청에 선뜻 응했다는 점은 이 특별반에 내놓을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이번 보고서 작성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 측 인사들을 만나 방문 목적을 설명했고, 이들도 한반도 특별반의 보고서에 관해 알고 있었지만 별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북측이 한반도 대책반의 입국을 허용한 데는 이 특별반이 내놓을 보고서의 영향력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스나이더 국장의 말입니다.
Scott Snyder: Just a couple of weeks ago Jack Pritchard and I went to Pyongyang... (약 2주 전 잭 프리처드 한반도 특별반 공동의장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다. 북측 인사들로부터 들은 내용은 향후 보고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한반도 특별반에 포함된 20여명의 자문인사들 가운데는 민간 전문가들은 물론 미국 정부의 전직 고위 관리들도 두루 포함돼 있습니다. 과거 참여한 미국 측 인사 가운데는 현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로 있는 커트 캠블 씨를 비롯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 프랭크 자누지 상원외교위원회 전문위원, 빅터 차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국장 등도 있습니다. 이런 사실 때문에 한반도 특별반의 보고서는 미국 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주곤 합니다.
그렇지만 한반도 특별반의 보고서에 나온 건의안의 수용 여부는 해당 정부의 소관일 뿐 보고서 자체의 영향력을 과신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반도 특별반이 출범할 때부터 참여해온 존스 홉킨스대 국제대학원 부설 한미연구소의 돈 오버도퍼 소장의 설명입니다.
Don Oberdorfer: Oh, I don't think it will have too much of an impact. This is, you know, a private people having their suggestions and so forth... (보고서가 그다지 큰 영향을 줄 것으론 보지 않는다. 보고서는 어디까지나 민간 인사들이 모여서 제안을 내놓고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 의견을 내놓을 뿐이다. 물론 참여 인사들의 비중을 보면 어느 정도 관심은 끌겠지만, 그렇다고 해당 정부가 보고서가 지적한대로 간다는 건 아니다. 그들도 현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똑똑한 인사들이다. 물론 우리가 뭘 바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정부의 관심을 끈다면 좋을 것이다)
오버도퍼 소장은 이 보고서가 정부에 영향을 주느냐 여부를 떠나 여러 가지로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한반도 특별반 실무국장은 좀 더 솔직합니다. 특별반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건의 내용이 미국 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입니다.
Scott Snyder: We want recommendations to be factored in as part of the policy formulation process... (보고서의 권고안이 정책형성 과정에서 반영되길 바란다는 점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또 그런 노력도 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한반도 문제에 관해 일반 대중을 위한 계몽적 차원에서도 유용하다. 즉 정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관련 현안의 문제점 등에 관해 생각해보고 이해하는 폭을 넓혀줄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교협회 한반도 특별반은 과거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대한 고비가 생길 때마다 가동돼왔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지난 5월 2차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현재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외교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협회의 한반도 특별반이 내년엔 어떤 보고서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주간기획 <미국의 싱크탱크와 한반도> 오늘 순서에서는 한반도 대책반을 만들어 가동할 정도로 한반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미국 외교협회의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1921년에 설립된 외교협회는 미국에선 브루킹스 연구소,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와 함께 가장 오래된 연구소이기도 합니다. 이 연구소는 외교전문 계간지인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를 연구소가 설립된 1921년부터 발간해오고 있는데요. 여기에 실린 기고문 가운데는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에 종종 영향을 미칠 정도로 이 잡지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외교협회 출신으로 역대 미국 정부에 진출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현재 오바마 행정부에서 핵비확산 문제를 총괄하는 책임자로 있는 게리 새모어 박사가 외교협회의 부회장 출신입니다. 미국의회조사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박사의 평가입니다.
Dr. Larry Niksch: Well, I mean the group is a prestigious group. The head of this is Richard Haas who was a high-ranking official... (외교협회는 권위있는 연구소이며, 회장은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 고위관리를 지낸 리처드 부시 박사이다. 외교협회는 <포린 어페어스>란 아주 권위있는 잡지를 펴내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정부 인사에 접근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게 장점이다.)
외교협회는 미국 최고의 민간 외교기관인만큼 외국의 지도자들이 단골로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9월 미국을 방문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에 관한 연설을 한 곳도 바로 외교협회였습니다. 외교협회는 특히 한반도 문제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는데요. 북한 핵문제가 중대한 기로에 접어든 1990년대 후반부터 외교협회는 ‘한반도 특별반’(Task Force on Korea)을 운영해 한미관계와 북한 핵문제 등 주요 한반도 현안과 관련해 특별 보고서를 발간해왔습니다. 외교협회는 올해 초 한반도 특별반을 다시 가동해 내년 중 보고서 발간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현재 이 한반도 특별반의 공동 의장으론 부시 행정부 시절 대북교섭 특별대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 한국경제연구소장과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맡고 있습니다. ‘한반도 대책반’의 실무국장(Project Director)은 아시아재단 소속 한미정책센터 소장인 스콧 스나이더 씨가 맡고 있습니다.
한반도 특별반의 보고서는 지난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발간됐는데요. 그때마다 반향이 컸습니다. 1998년 6월에 나온 한반도 특별반의 첫 보고서 제목은 ‘한반도의 변화 대처’였고, 당시 집필을 맡은 실무국장은 훗날 부시 행정부에서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마이클 그린 박사였습니다. 당시 보고서에서 한반도 특별반은 북한 핵문제에 관한 포괄적 해결을 위해 고위급의 특별 조정관을 임명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결국 이 같은 건의는 클린턴 행정부에 의해 받아들여졌고,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조정관에 임명돼 1999년 ‘특별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한반도 특별반의 스나이더 실무국장입니다.
Scott Snyder: I think the initial reports were quite influential. The timing of the release of the reports provided for an opportunity for influence... (한반도 특별반의 초기 보고서는 상당히 영향력이 있었다. 보고서의 공개 시점이 영향력을 제고하는 데 기회를 준 측면도 있다. 특히 1990년대 후반기는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유동적인 기간이었다. 몇 가지 현안 때문에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제대로 골격을 잡지 못했다. 그러던 당시 한반도 보고서가 공개돼 페리 전 국방장관이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되는 길을 열어놓았다)
한반도 특별반의 스나이더 국장은 내년 상반기에 나올 보고서 작성을 위해 최근 잭 프리처드, 존 틸럴리 공동의장과 함께 남한을 방문했습니다. 남한에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해 현인택 통일부 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외교 안보의 수뇌부를 모두 만났습니다. 이들이 한반도 특별반의 면담요청에 선뜻 응했다는 점은 이 특별반에 내놓을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이번 보고서 작성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 측 인사들을 만나 방문 목적을 설명했고, 이들도 한반도 특별반의 보고서에 관해 알고 있었지만 별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북측이 한반도 대책반의 입국을 허용한 데는 이 특별반이 내놓을 보고서의 영향력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스나이더 국장의 말입니다.
Scott Snyder: Just a couple of weeks ago Jack Pritchard and I went to Pyongyang... (약 2주 전 잭 프리처드 한반도 특별반 공동의장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다. 북측 인사들로부터 들은 내용은 향후 보고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한반도 특별반에 포함된 20여명의 자문인사들 가운데는 민간 전문가들은 물론 미국 정부의 전직 고위 관리들도 두루 포함돼 있습니다. 과거 참여한 미국 측 인사 가운데는 현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로 있는 커트 캠블 씨를 비롯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 프랭크 자누지 상원외교위원회 전문위원, 빅터 차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국장 등도 있습니다. 이런 사실 때문에 한반도 특별반의 보고서는 미국 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주곤 합니다.
그렇지만 한반도 특별반의 보고서에 나온 건의안의 수용 여부는 해당 정부의 소관일 뿐 보고서 자체의 영향력을 과신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반도 특별반이 출범할 때부터 참여해온 존스 홉킨스대 국제대학원 부설 한미연구소의 돈 오버도퍼 소장의 설명입니다.
Don Oberdorfer: Oh, I don't think it will have too much of an impact. This is, you know, a private people having their suggestions and so forth... (보고서가 그다지 큰 영향을 줄 것으론 보지 않는다. 보고서는 어디까지나 민간 인사들이 모여서 제안을 내놓고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 의견을 내놓을 뿐이다. 물론 참여 인사들의 비중을 보면 어느 정도 관심은 끌겠지만, 그렇다고 해당 정부가 보고서가 지적한대로 간다는 건 아니다. 그들도 현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똑똑한 인사들이다. 물론 우리가 뭘 바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정부의 관심을 끈다면 좋을 것이다)
오버도퍼 소장은 이 보고서가 정부에 영향을 주느냐 여부를 떠나 여러 가지로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한반도 특별반 실무국장은 좀 더 솔직합니다. 특별반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건의 내용이 미국 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입니다.
Scott Snyder: We want recommendations to be factored in as part of the policy formulation process... (보고서의 권고안이 정책형성 과정에서 반영되길 바란다는 점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또 그런 노력도 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한반도 문제에 관해 일반 대중을 위한 계몽적 차원에서도 유용하다. 즉 정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관련 현안의 문제점 등에 관해 생각해보고 이해하는 폭을 넓혀줄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교협회 한반도 특별반은 과거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대한 고비가 생길 때마다 가동돼왔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지난 5월 2차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현재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외교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협회의 한반도 특별반이 내년엔 어떤 보고서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주간기획 <미국의 싱크탱크와 한반도> 오늘 순서에서는 한반도 대책반을 만들어 가동할 정도로 한반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미국 외교협회의에 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