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왕조의 실체] 한국전쟁의 주범 김일성

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2010.06.21
kim_ilsung_1950-305.jpg 한국전쟁 중인 1950년 10월 평양에서 수집한 앨범 3첩 분량의 북한 사진자료. 사진은 최고인민회의 제2차 회의에서 연설하는 김일성 당시 수상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주 보내 드리는 주간 기획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입니다. 오늘은 우리 민족의 비극, 6.25 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에 대한 얘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북한은 6.25 전쟁을 미국의 지시를 받은 남한이 먼저 도발한 침략 전쟁이라고 주장하고 북한군이 미국과 맞서 이긴 반제혁명전쟁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매년 6월 25일이면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에서 반미 시위가 열립니다.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가운데서도 이날 '미제 타도'를 목이 쉬도록 외치며 시위에 동원되느라 피곤한 하루를 보내신 분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남한에서도 이날이 되면 한국전쟁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전국에서 열립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열리는 반미 행사와는 의미가 완전히 다릅니다. 남한에서는 6.25 전쟁을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동족상잔의 비극이라고 규정하고, 이날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참전 용사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추모 행사들이 주를 이룹니다.

사실 한국전쟁을 누가 먼저 일으켰는지에 관한 진실은 1991년 구소련이 무너지기 전 까지만 해도 논란 속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북한은 남한과 미국이 먼저 일으켰다고 하고 남한은 북한이 먼저 침략한 전쟁이라며 팽팽히 맞서왔습니다. 당시 남한과 북한 모두 침략전쟁으로 통일을 하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판단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가운데 1991년 구소련이 무너지면서 러시아 정부가 수백 점의 한국전쟁과 관련한 자료들을 공개했습니다. 이 자료들을 통해 한국전쟁의 진실은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한국전쟁을 연구해 온 미국의 우드로윌슨 센터의 캐서린 웨더스비(Kathryn Weathersby) 박사는 당시 러시아가 공개한 자료 속에는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직전부터 휴전협정 후까지 김일성과 스탈린 사이의 오고간 극비 문서와 대화 녹취록도 포함돼 있다며, 이 녹취록에 따르면 한국전쟁은 명백하게 북한의 김일성이 구소련과 중국과의 합의하에 일으킨 전쟁이었다고 말합니다.

Kathryn Weathersby: (in Jan. 1950 the leader of the Soviet Union Stalin changed his mind. when Kim il sung asked Stalin for permission to liberate South Korea.)

"1950년 1월, 김일성은 남한을 미국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전쟁을 하게 해달라고 스탈린을 찾아 갑니다. 그동안 김일성의 전쟁의지를 반대해 오던 소련의 지도자 스탈린은 마음을 바꾸어 김일성의 전쟁을 허락하게 되는데요, 거기에는 단서가 있었습니다. 만약 미국이 참전한다고 하더라도 소련은 참전하지 않는다. 대신 중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웨더스비 박사는 스탈린으로부터 조건부 전쟁 허락을 받은 김일성은 곧바로 중국의 마오쩌둥을 찾아갔고, 당시 구소련으로부터 경제적, 정치적 지원을 받고 있던 마오쩌둥은 스탈린의 제안을 수락했다고 러시아 측 자료를 인용해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4월 김일성은 박헌영과 함께 모스크바에 다시 찾아 갔고 스탈린은 세계 2차 대전에 경험이 풍부한 전쟁 전략가를 소개해 주며 북한이 전쟁 준비를 하는 데 필요한 모든 도움을 주었습니다. 결국 한국전쟁은 구소련과 중국과 사전 협의를 모두 마친 김일성이 1950년 6월 25일 남한을 먼저 공격하면서 일어난 전쟁이라고 웨더스비 박사는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명백한 역사적 기록이 만천하에 공개됐음에도 북한은 여전히 먼저 남한을 침략한 사실을 부인하고 한국전쟁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한국전쟁에 대해 김일성의 지휘아래 싸운 인민군이 미국과 남한의 침략을 물리친 승리한 전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남한 세종연구소 송대성 소장은 북한은 민족의 비극인 한국전쟁의 역사적 사실까지 왜곡하며 정치적 선전에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송대성: 북침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한 그런 이유가 있고, 아무리 (전쟁에서)패배를 해도 승리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본래 공산주의의 고유한 전쟁 논리거둔요. 인민들을 단합시키고 그렇게 하기 위한 하나의 선전 선동의 일환이지요.

결국 김일성이 일으킨 한국전쟁은 남과 북 모두에서 참혹한 불행과 고통만을 남겼습니다. 북한은 전쟁에서 승리는 커녕 중국인민군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38선을 사이에 두고 휴전할 수 있었습니다. 전쟁 이후 남과 북은 국토 전체가 초토화됐고 외국의 지원이 없이는 주민들이 먹고 살기 힘들정도로 경제적으로도 엄청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350만명에 달하는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고, 30여 만 명의 국군과 6만여명의 유엔군이 희생되었습니다. 또 중국 인민군과 북한 인민군의 정확한 전사자 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적어도 수 십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쟁의 주범이 누구인지 인정하는 이도 사과하는 이도 없는 가운데 지금도 수 천만 명의 이산가족들은 피붙이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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