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왕조의 실체] 김정은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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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보내 드리는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수경입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일가와 관련한 소식은 말해서도 들어서도 안되는 일급 비밀입니다.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을 통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북한 지도자들의 권력 유지와 사생활 등과 관련한 소식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삼남인 김정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유력하다고 알려진 정은은 김 위원장의 세 아들 가운데 막내로 가장 베일에 쌓인 인물입니다. 정은이란 이름조차 그동안 정운으로 통용되다 최근에서야 정은이 맞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고쳐지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습니다. 정은은 두 형인 정남과 정철과는 달리 외부 언론에 노출된 적이 없어 그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사진 한장도 현재까지 공개된 게 없습니다. 다만 그는 키 약 175cm, 몸무게 약 90kg정도의 뚱뚱한 체격으로 20대의 젊은 나이에도 당뇨와 고혈압 등이 상당히 심하다고 알려진 것이 전부입니다.

정은은 1984년 9월 25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만수대 예술단 무용수 출신의 고영희 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일부에서는 정은이 1983년생이라는 주장도 있으며, 북한에서는 그의 나이를 부풀려 30대라고 선전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그의 학력은 90년대 스위스 베른에서 국제학교를 다녔으며 평양으로 귀환해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다녔다는 정도입니다. 정은이 스위스에서 유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때 국제 언론들은 정은이 학교에서 어떤 학생이었는지 취재하기 위해 정은과 함께 스위스에서 학교를 다녔던 동창들을 찾아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은이 스위스에서 자본주의의 나쁜 문물에 물들 것을 우려한 김 위원장과 생모의 지시에 따라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환경에서 지냈기 때문에 언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스위스 생활에 대해 특별히 밝혀진 사실이 없습니다. 정은은 평양으로 돌아와 북한의 최고 엘리트 자녀들만 다닌다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다른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정식으로 수업을 받지 않고 교수들이 직접 정은의 집에서 개인교습을 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정은을 직접 만난 적이 있는 외부 사람으로는 10년 동안 김 위원장의 요리사를 지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씨가 유일합니다. 겐지 씨는 자서전 '김정일의 요리사'에서 김 위원장이 평소에 둘째 아들인 정철에 대해서는 여자아이 같아서 안된다고 평가한 반면, 정은에 대해서는 지도력과 권력욕이 있어서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아들로 꼽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정은의 성격을 알 수 있는 예로, 한번은 정철과 정은이 농구 시합을 했는데 정철은 농구 경기가 끝난 후 다른 선수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가버렸지만, 정은은 오랫동안 경기의 결과에 대한 반성회를 갖고 더 연습하라고 지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겐지 씨는 정은이 김 위원장의 아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언론과의 회견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 국제관계센터(IRC)의 존 페퍼(John Feffer) 국제담당국장은 정은이 배경과 자질 면에서 두 형을 제치고 후계자가 되기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페퍼 국장은 정은이 후계자로 완전히 결정됐다기보다는 이제 후계자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고 보는 시각이 더 옳다고 지적했습니다.

John Feffer: That might be the beginning of training process for next leader… 김정은은 차기 북한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이제 수업을 받기 시작했을 거라고 봅니다. 과거 김정일이 수년간에 걸쳐 후계자 수업을 받은 경우에 비춰 볼 때 벌써 후계자로 완성됐을 가능성은 적습니다.

남한의 정보당국은 정은이 후계자 수업을 위해 현재 노동당 조직 관련 부서에서 부국장급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노동당의 조직 부서는 권력 핵심에 있는 자리 가운데 하나로, 김 위원장이 과거 후계자로 확정되기 직전까지 당 조직지도부장 자리에 올라 후계자 수업을 받은 바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는 정은이 업적을 쌓기 위해 150일 전투를 주도했다거나 김 위원장의 대외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는 등의 얘기도 돌았습니다.

북한의 후계자 문제를 연구해 온 한국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박사는 과거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지명된 후 ‘70일 전투’를 통해서 단기적으로나마 경제 건설에서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에 비춰볼 때, 차기 후계자로 유력한 정은이 선전용 성과를 만들기 위해 최근 북한의 경제 건설 운동을 주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성장: 김정은이 지금까지 특별히 내세울 만한 업적이 없어서, 만약 올해 초에 후계자로 내정됐다면, 수년 내에 구체적인 성과를 쌓고 제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김정은이 ‘150일 전투’를 주도하고 있다는 보도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한편, 정은의 생모인 고영희 씨는 제주도 출신의 재일교포 고경태 씨의 딸로 1960년대 재일교포 북송 때 부모를 따라 평양에 정착한 뒤 만수대예술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했습니다. 고 씨는 1970년대 중반 김 위원장의 눈에 들어 동거했고 김 위원장과의 사이에서 정철과 정은, 그리고 여정 등 2남 1녀를 두었습니다. 고 씨는 암을 치료하기 위해 머물던 프랑스에서 2004년 사망하기 전까지 줄곧 김 위원장과 함께 살며 실질적인 부인 노릇을 했다고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