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왕조의 실체] 김정일의 은폐된 이복동생

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2009.11.23
매주 보내 드리는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수경입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일가와 관련한 소식은 말해서도 들어서도 안되는 일급 비밀입니다.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을 통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북한 지도자들의 권력 유지와 사생활 등과 관련한 소식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은폐된 이복동생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에게는 친형제와 이복형제들이 여럿 있습니다. 우선 김 위원장 바로 밑에 1944년 태어난 남동생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러시아식으로 '슈라'입니다. 한국이름이 '만일'인 그는 1947년 3살 때 평양 김일성 관저 연못에서 형인 김정일과 함께 놀다가 익사했습니다.

그 밑으로 생존해 있는 유일한 김 위원장의 혈육인 여동생 김경희가 있습니다. 오빠 김 위원장의 후광으로 김경희는 조선노동당 경공업부 부장으로 오랫동안 권력을 누리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아무리 화가 났을 때도 김경희가 하는 말은 들었을 정도로 여동생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고 알려졌습니다. 김경희의 남편은 노동당 행정부장으로 북한의 핵심 실세이자 사실상 제 2인자로 할 수 있는 장성택입니다. 장성택은 한때 북한내에서 파벌을 형성했다는 이유로 실각했지만 2007년 다시 권력의 중심으로 복귀하면서 북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에게는 이복형제들도 있습니다. 고 김일성 주석은 김 위원장의 생모 김정숙이 사망한 후 비서였던 김성애와 재혼해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두었습니다. 그들이 현재 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로 나가있는 김평일과 그리고 독일에서 병으로 사망한 김영일, 그리고 오스트리아 대사 김광섭의 부인인 김경진입니다.

어린 동생을 잃은 경험이 있는 김 위원장은 어린 시절 이복 형제들과 친형제처럼 잘 지냈다고 전해졌습니다. 특히 김평일은 김 위원장을 형이라고 부르며 형의 말을 잘 따라 김 위원장이 귀여워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김 주석은 생전에 노동당은 김정일에게 맏기고 북한군은 김평일에게 맏기겠다는 발언을 했을 정도로 두 아들에 대한 신임이 컸다고 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정일과 김평일은 북한 최고의 권력자 김 주석의 아들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후부터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이복형제들에 관한 얘기는 철저한 비밀이 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1970년대 후계자로 공인된 후부터 계모 김성애와 이복동생 평일과 영일 경진 등을 곁가지로 분류하고 이들을 숙청했기 때문입니다. 평양 보위부 출신 탈북자 김철혁씨의 말입니다.

김철혁: 당시 김일성 측근 속에서 김평일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김정일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갈리어 있었어요. 그런데 김정일이 김평일 보다 사악하고 잔인하니까 김일성에게 갖은 아첨을 다해서 본인이 공식 후계자로 지명되자 마자 김평일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싹 다 제거해 버렸습니다.

그 결과 김평일은 1988년 헝가리 북한 대사를 시작으로 불가리아, 핀란드 대사를 거쳐 1998년부터 폴란드 대사를 맡으며 지난 20년이 넘게 해외에 머물고 있습니다. 김평일은 평양에 해외 공관장 회의가 있을 때 외에는 북한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김평일 대사는 평소 외교 행사에 참석을 잘 하지 않을 뿐더러 친북 단체 관계자나 몇몇 지인들 외에는 접촉하는 일도 별로 없어서 폴란드 외교가에서도 가장 말이 없고 은둔에 싸여진 외교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평일의 누나 경진 역시 김광섭 주 오스트리아 대사의 부인으로 15년째 오스트리아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일주재 북한 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하던 막내 영일은 2000년 현지에서 병으로 객사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계모 김성애의 근황도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1994년 6월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의 평양 방북 당시 김일성 주석과 함께 카터 전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던 김성애는 그로부터 한달 뒤 김 주석이 숨지자 장례 행사에 얼굴을 잠깐 비춘 것이 공개석상에서 보인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탈북자 강금철 씨는 김 위원장의 이복형제들이 한때는 김 주석의 자녀라는 화려한 출신 배경을 안고 출세가 보장됐지만 지금은 북한 주민들의 기억 속에서 아예 사라져 버렸다고 말합니다.

강금철: 일반 국민들은 고위층의 권력 암투나 이런 것에 대해서 전혀 몰라요. 여기 한국에서처럼 정치에 대해 낱낱이 몰라요. 그리고 권력 암투가 끝난 후에도 그것에 대한 비밀을 고수했습니다. 설사 안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 말을 하면 정치범에게 잡혀가요. 그만큼 북한의 폭압 감시 체제는 잘되어 있습니다.

한편, 김 위원장에게는 나이 어린 이복동생이 하나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로 김 주석이 담당 간호원과의 사이에서 1971년에 낳은 김현입니다. 북한 내부에서도 철저히 숨겨져 알 수 없었던 김현의 존재는 한국에 망명한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이 수기 '김정일 로얄 패밀리'가 출간되면서 드러났습니다.

이한영은 이 수기에서 자신이 북한에서 직접 본 김현이 김일성의 숨겨진 아들이라고 밝혔습니다. 김현은 동갑내기인 조카, 즉 김 위원장의 장남 정남과 1970년대 말 모스크바에서 함께 유학했고 당시 김현의 생모인 간호사도 모스크바에서 김현의 이모로 가장해 함께 지냈다고 합니다. 김 주석은 어느날 숨겨왔던 김현을 김 위원장에게 알아서 키우라고 지시했고 김현은 이후 장성택의 호적에 올려져 장현으로 살기도 했다고 이한영 씨는 전했습니다.

한편 김일성과 겉모습이 많이 닮았다고 알려진 김현은 생전에 마약을 복용하고 방탕한 생활을 했으며 일각에서는 그가 2001년 처형됐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