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북한 작가 동화집 낸 김태희 편집자 “동화 속의 남북은 같은 모습”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만나고 싶었습니다’ 순서의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지난달 한국의 ‘사계절’ 출판사가 남녘과 북녘의 창작동화를 묶은 책을 내놨습니다. 제목이 ‘올레졸레 북녘동화 올망졸망 남녘동화’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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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졸레 북녘동화 올망졸망 남녘동화’ 펴낸 김태희 편집자. RFA PHOTO/ 박성우

현재 북한에서 활동 중인 동화 작가의 작품을 한국에서 출간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출판사는 말합니다. “남과 북의 아이들이 생활하는 모습은 다르지만, 결국 본질은 똑같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남녘 아이들이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게 출판사의 바람입니다. 이 책의 편집자인 김태희 씨를 만나봅니다.

박성우:

김태희 편집자님, 안녕하세요.

김태희: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사계절> 출판사가 지난달 북녘동화 4권과 남녘동화 3권을 묶어서 ‘올레졸레 북녘동화 올망졸망 남녘동화’라는 제목으로 출간했습니다. 책의 이름이 특별히 의미하는 바가 있는 듯합니다. 설명을 부탁합니다.

김태희:

말씀하셨듯이 북한 동화 4권과 남한 동화 3권을 엮은 건데요. ‘올레졸레’와 ‘올망졸망’이라는 건 귀엽고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나타내는 꾸밈말이에요. ‘올레졸레’는 북녘 말이고 ‘올망졸망’은 같은 뜻에 해당하는 남녘 말이거든요. ‘올레졸레’와 ‘올망졸망’은 비슷한 느낌이 나잖아요. 남녘동화와 북녘동화를 같이 내는 거니까, 제목도 그런 식으로, 남쪽의 아이들이 북쪽의 아이들과 좀 다른 듯하지만, 우린 결국엔 한겨레니까, 그 아이들이 함께 있는 걸 나타내는 말로 시리즈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박성우:

7권의 책에 23편의 단편 동화가 담겨 있다고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북녘동화는 어떤 겁니까?


김태희:

북녘동화가 13편이고 남녘동화가 10편인데요. 북녘동화 중에 김형운 작가가 지은 ‘호박 속에서 자란 토끼’라는 작품이 있어요. 이건 2000년에 발표한 건데요. 어미 토끼가 새끼를 12마리나 났는데, 솔개가 얘네들을 잡아먹으려 할 때 도망가다가, 새끼들이 너무 많으니까 (어미 토끼가) 이 넷째만 놓쳐요. 그런데 그 넷째가 떨어진 곳이 호박꽃 밑이에요. 이 호박꽃이 (넷째 토끼를) 보고선 불쌍해서 얘를 ‘이쪽으로 가까이 와라’고 해서 자기 호박꽃에 있는 꿀을 먹이면서 이 토끼를 키우는 거에요. 그런데 이 토끼가 그 꿀이 맛있으니까 결국엔 이 호박꽃 안으로 들어가서, 마치 엄마 뱃속에 있는 것처럼 그 안에서 자라요. 그런데 이 호박이 얘한테 먹을 걸, 모든 양분을 다 주고, 자기 열매는 하나도 못 맺고, 딱 씨 호박 하나만 남기고 결국 이 어미 호박은 죽거든요. 그리고 이 새끼 토끼는 나중에 자기 형제들과 부모를 만나는데, 그때 엄마 토끼가 그런 이야기를 해요. ‘너를 길러 준 건 그 호박 엄마다. 그 호박 엄마에게 찾아가서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한다’ 이런 내용인데요. 이건 남쪽이나 북쪽이나 똑같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기를 보살펴 준 사람의 은혜를 알아야 한다, 사람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덕목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필요한 덕목이고, 아이들이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내용은 재미있고 가르침도 아주 좋아서 특별히 좀 애착이 가요.


박성우:

남북이 사용하는 어휘가 상당히 다르잖아요. 북녘동화를 남녘 아이들이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보시는지요?

김태희:

이게 결국 북녘 말, 남녘 말인데요. 사실 우리는 똑같은 한국말을 쓰는 겨레잖아요. 또 어렵지 않은 것이, 문장을 읽다 보면 앞뒤 맥락에 따라서 그 뜻을 알 수 있어요. 가령 ‘이상한 귓속말’에서 “수모를 받고 가만있느냐”고 했는데, “자기를 너무 ‘숙보는’ 것 같아서 슬그머니 부화가 치밀었다”에서 ‘숙보다’는 ‘업신여기다’라는 의미의 북녘 말이거든요. 이건 아이들이 앞뒤 맥락을 보면 다 알 수 있고, 그 말 자체를 보면 이게 우리 말이기 때문에 ‘아, 이게 무슨 말이겠구나’라는 걸 알 수가 있어요.

박성우:

북녘동화를 읽으면서 남녘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뭘 배우게 될 거라고 기대하십니까?

김태희:

지금은 체제가 좀 많이 바뀌어서 남쪽과 북쪽이 교류도 하고 하는데, 저희가 어렸을 때만 해도, 북쪽에는 사람이 아니라 늑대가 사는 곳인 줄 알고, 만날 반공 포스터 같은 걸 수업시간에 그리곤 했어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로 자유롭게 왔다갔다할 수 없죠.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잖아요. 그런데 남쪽 아이들이 북쪽 아이들의 동화를 읽으면서 ‘아, 얘네들도 우리랑 정말 똑같구나’ 아니면 창작동화를 읽으면서도 ‘생활 모습은 좀 다르지만, 결국 본질은 우리랑 똑같다’ 이런 걸 느끼고, 결국 우리가 조만간 통일될 테니까, 그때 좀 더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박성우:

동화책을 보면 그림은 모두 남쪽 작가들이 그렸습니다. 이건 왜 그렇습니까?

김태희:

북쪽에도 그림 잘 그리시는 화가들이 있어요. 그리고 처음에 13편만 온 게 아니라 130편 중에서 저희가 고른 건데요. 거기에는 북쪽 화가들의 그림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화가들이 작품 전체의 그림을 모두 다 그린 게 아니라, 샘플 즉 본보기처럼 한 컷씩만 그렸어요. 만화 같고 재미있기는 해요. 그런데 그걸 저희가 북쪽 화가와… 거리상 문제도 있고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체제의 문제 때문에… 그분들에게 직접 부탁을 하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고요. 또 이게 북녘동화니까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려면, 남쪽에서 오랫동안 아동문학 쪽에서 그림을 그린 좋은 화가들이 그리면, 좀 더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림은 남쪽 화가들이 다 그렸습니다.

박성우:

편집자님 아까 북쪽에서 130편의 동화를 받았다고 하셨는데, 이걸 선별하는 작업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셨습니까?

김태희:

일단 (북한의) 체제성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 그리고 이건 뭐 남쪽 동화든 북쪽 동화든,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할 땐 마찬가지인데요. 일단 재미가 있고 작품의 완성도가 있는 걸 우선시했고요. 체제가 아주 강하게 드러나는 현실 동화는 제외했는데요. 제가 놀랐던 것은 북쪽에는 옛이야기나 동물 우화가 굉장히 발달해 있고, 지금까지도 그런 작업을 하는 분들이 많고, 아주 꾸며내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굉장히 담백하고 진솔한 작품들이 많아서, 오히려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해서, 그런 기준으로 꼽았습니다.

박성우:

이번에 출간한 북녘동화의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습니까? 저작권료는 북측에 전달되는 건가요?

김태희:

저작권 문제는 2006년에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라는 게 생겼고, 저희 쪽에서 ‘임꺽정’이라고 홍명희 선생님이 쓰신 소설이 있는데, 북쪽에 홍석중 선생님이라고 (홍명희 선생의) 손자가 살아 계세요. 그분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면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을 알게 됐고요. 그쪽을 통해서 동화를 소개받았고, 그쪽과 정식으로 계약서를 쓰고, 사인을 하고, 이게 이제 출간됐으니까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에서 그쪽(북측)으로 전해 드릴거에요. 인세도 당연히 그쪽(재단)을 통해서 전달됩니다.

박성우:

그러니까 <사계절> 출판사에서 북녘 작가들과 직접 계약을 하신 게 아니고, 중계자를 통해서 이렇게 계약을 성사시킨 거군요?

김태희:

네.

박성우:

알겠습니다. 북녘동화만 묶어서 출간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남녘동화와 함께 출간하신 이유는 뭔가요?

김태희:

2006년에 맨 처음 기획할 때는 북한 동화만 4권으로 내려고 했는데요. 이게 옛이야기이고 동물 우화니까… 북쪽에서 전해내려온 게 아니라 북쪽의 작가들이 새로 쓴 창작 이야기거든요. 작가가 어떤 덕목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지, 그게 다 드러나잖아요. 남쪽에도 분명히 남쪽 작가들이 새로 쓴 옛이야기에는 우리 쪽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히 있을 거로 생각했고, 당시 저희 쪽에도 옛이야기 형식을 빌려서 창작을 하는 작가가 많이 생겨나셨어요. 그래서 북쪽과 남쪽의 옛이야기를 같이 묶으면, 작가들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다 다르니까, 그것들을 서로 비교도 해보고,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는 걸 가려서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남쪽 동화까지 같이 내게 됐습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사계절’ 출판사는 그간 ‘남북이 하나가 되는’ 문학작품을 많이 소개해 오셨습니다. 사례를 좀 들어주시죠. 그리고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나요?

김태희:

저희 출판사가 1981년에 사회과학 출판사로 시작해서, 그때부터 저희 신조가 ‘책에 시대정신을 담는다’는 거에요. 그래서 우리가 통일 문제에도 굉장히 의식이 있었고. 1990년에 처음 기획한 게 ‘남북 어린이가 함께 보는 전래동화’ 10권이에요. 여기에는 남쪽에서 오랫동안 구전돼 온 전래동화와 북쪽 사람들이 즐겨 읽는 전래동화를 10권으로 묶은 거고요. 그다음에 1991년에 나온 게 ‘남북 어린이가 함께 보는 창작동화’ 5권인데, 이건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채만식, 이태준, 이런 분들도 있지만, 이것 역시 남쪽과 북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 그러니까 북쪽 작가들은 월북작가가 되겠죠. 그런 걸 묶었고요. 그리고 ‘임꺽정’이라는 책이 1985년에 나왔는데, 홍명희 선생님이 월북하셔서 이게 당시에는 금서가 되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 이후로 저희가 ‘홍명희 문학제’라는 걸 해마다 해오고 있어요. 거기서 다루는 것들이 통일과 관련된 것, 북한 작품과 관련된 거에요. 세미나도 하고 그러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저희 출판사가 저희 뜻대로 겨레가 하나 되는 것, 통일을 앞당기는 것, 남북 어린이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 이런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파주에 있는 ‘사계절’ 출판사에서 김태희 편집자님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태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