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INS - 안녕하세요, 이찬미 씨? 처음 뵙겠습니다. 이현줍니다. 안녕하세요!
This is from Radio Free Asia...
오늘 <젊은 그대>는 좀 특별한 곳을 방문해봤습니다. 미국 워싱턴 DC 부근 알링턴의 한 체육관입니다. 하늘 높이 솟은 초고층 건물들 사이에 위치한 체육관은 꽤 규모가 큽니다. 수영장과 실내 테니스장 또 각종 운동 기구들이 잘 갖춰져 있는데요. 저의 목적지는 체육관 입구에 있는 근육통증완화클리닉, 물리치료실입니다. 기계보단 사람의 손을 이용해 근육통을 치료하는 곳이라는데 바로 이곳에서 탈북 대학생, 이찬미 씨가 일하고 있습니다.
이찬미 : 사실 물리 치료라는 개념이 미국에서 온 거예요. 그래서 여기가 사실 본토지요. 기자 : 찬미 씨가 이곳에서 하는 일은 뭔가요?
이찬미 : 저는 이곳에서 직접 환자를 만지지는 못해요. 인턴이고 아직 학생이니까요. 주로 옆에서 도움을 드리고 함께 일하는 분들께 실습도 해보고 근데 아이들이 오면 함께 놀아도 주고... (웃음) 그런 일을 해요.
미국 정부에서는 한국 대학생들이 미국에서 영어를 배우고 미국의 기업에서 실습 경험을 쌓도록 하는 어학, 취업 연수 프로그램인 '웨스트'(WEST)'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매년 120명의 한국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으로 미국을 방문해 공부하고 여행하고 직업 체험을 하고 있는데 올 여름엔 특별한 손님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바로 찬미 씨 같은 5명의 탈북 대학생입니다. 시험과 면접을 통해 참가자를 선발했다는데 공교롭게도 합격자는 모두 여학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은 현재 학교에서 5개월의 영어 연수 과정을 모두 마치고 각각의 대학 전공을 살려 인턴쉽, 그러니까 일종의 직업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함흥 출신의 이찬미 씨는 2006년 남한에 입국해서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물리치료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서울에서 온 사람 보니까 반갑죠?
이찬미 : 네, 엄청 반가워요. (웃음)
진행자 : 일하는 건 어때요?
이찬미 : 일하는 건 여러 가지 배울 것이 많아요. 클리닉 안에 저를 지도해주는 멘토가 있어요. 멘토는 일종의 선배, 선생님 같은 분인데요. 이분이 일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거의 치료를 손을 이용해서 하거든요? 이런 걸 보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우게 됩니다.
진행자 : 제가 아까 치료하는 걸 지켜봤는데 손으로 아픈 근육을 마사지해서 풀어주더라고요?
이찬미 : 네, 목이나 등 같은 곳이 아픈 경우에는 한 부분만 습관적으로 사용해서 아픈 경우가 많아요. 어떤 근육은 늘어나 있고 어떤 근육을 짧아져서 통증이 유발되는데 이럴 때 손으로 마사지해서 짧은 근육은 늘려주고 동시에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바로 잡아주면서 운동 방법도 알려줍니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근육이 어디 붙어 있고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배웠고 그걸 응용해 치료하는 것이죠.
진행자 : 올 여름에 미국에 와서 학교에서 영어 공부를 했고 영어 공부 끝나고 1개월 동안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찬미 : 네, 맞아요. 저는 11월 14일부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제 크리스마스 전까지 하니까 한 달 조금 넘게 일하는 거죠.
진행자 : 이제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이찬미 : 이제 36일 남았어요.
진행자 : 대답이 바로 나오는 것 보니까 하루하루 세고 있나 봐요? (웃음)
이찬미 : 네, 저는 오는 날부터 세고 있어요. (웃음)
진행자 : 미국 생활은 어때요?
이찬미 : 일단, 영어를 배우는 것이 좋았어요. 영어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세계 공용어니까요. 그리고 외국에 나온다면 들뜨잖아요? 자기가 막 큰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런 마음도 있었고 또 밖에 나오니까 마음이 편안해요. 한국에서는 전공 공부, 중국어 공부도 하면서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데 여기 나오니까 영어 공부만 해도 돼서 수월해요.
진행자 : 영어 공부는 많이 했어요?
이찬미 : 5개월이니까 곁에 분들은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도 많이 부족해요. 진행자 : 참, 미국은 모든 게 다 큰 것 같아요. 지금 찬미 씨가 일하는 이 건물도 엄청나게 큰 데요. 처음에 왔을 때 이런 큰 건물, 키 큰 사람들... 기 죽지 않았어요?
이찬미 : 처음에는 긴장 많이 했죠. 어우, 너무 크다... 막 놀라면서요. 클리닉에 들어가서도 멘토들이 무서웠어요. 긴장 많이 했죠. 근데 한국에서는 인턴 나가면 보통 서서 대기하거든요? 여기는 막 자꾸 앉아 있으래요. (웃음) 서서 허리 다치지 말라고... 근데 앉아있으면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아 자꾸 앉았다 일어났다 앉았다 일어났다 하고요. 치료 끝나면 침대 닦고 배게 같은 것도 필요하니까 눈치 봐서 갔다 줘요. 근데 이런 일도 잘 안 시키고 마냥 서서 일하는 것을 지켜보라고 하고 가끔 자기한테 실습해보라고 연습시켜주고 합니다.
진행자 : 이런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찬미 : 그럼요. 환자를 대하는 태도 같은 것을 많이 배웁니다. 여기 선생님들은 환자들이 오면 아무리 아파 보여도 나를 믿어라 이런 태도로 담담하게 대하는데요. 저는 아무래도 아파하는 환자를 보면 안절부절 못하거든요. 아플 것 같아 막 이러면서... 환자를 좀 담담하게 대하는 그런 태도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진행자 : 북한에서는 미국에 대해 나쁘게 배우지 않습니까? 그래서 오기 전에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선입견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찬미 : 제가 중국에 오래있었는데요. 중국에 있을 때 미국 기자분이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그때는 정말 인터뷰하다가 나를 잡아 어디다 팔아버리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웃음) 집에 무사히 돌아가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때는 정말 선입견이 강했죠. 15살 때였으니까 어리기도 했고요. 처음, 미국에 와보니 다들 정말 인사를 잘 하시더라고요. (웃음) 하이! 이러면서... 처음엔 모르는 사람이 저를 보고 인사하면 저 사람 누군가, 나를 아는 사람인가? 했는데 이제는 습관이 돼서 제가 먼저 인사를 하고요. 그런데 사람들이 인사를 잘 할 뿐 사생활에 대해 전혀 묻지 않아요. 우리는 얼굴을 익히면 바로 몇 살이냐 묻고 특히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어땠냐, 슬펐냐, 힘들었냐, 고생했겠다 막 그러는데 여기서는 일하러 왔다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묻지 않아요.
진행자 : 어쩌면 더 편했을 수도 있겠네요.
이찬미 : 편하긴 한데 감정이 좀 없어 보이죠? 근데 일터 밖에서 만나면 또 달라요.
진행자 : 지금 지내는 데는 어디에요?
이찬미 : 미국인 가정집에서 홈스테이하고 있어요. 함께 지내는 미국인 부부는 정말, 정말 좋으세요. 음식도 아주머니가 잘 해주셔서 저녁마다 폭식합니다. 이 부부는 지원해서 이렇게 미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보살펴주는 홈스테이를 하고 계신다는데요.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진행자 : 서울에 있는 가족들은 보고 싶지 않아요?
이찬미 : 많이 보고 싶어요. 제가 미국 온 걸 할머니랑 엄마랑 굉장히 대견해 하세요. 요즘 자랑 많이 하고 다니신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이번 미국 연수가 좀 많은 도움이 될까요?
이찬미 : 그럼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이제 많이 받았으니까요. 열심히 일해서 나중에 통일된 뒤엔 동포들에게 꼭 제가 받은 호의를 돌려줄려고요.
니콜 (이찬미 씨 멘토) : She is excited... 찬미는 진짜 물리치료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연습도 많이 하고 열심히 배우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질문도 많이 하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해요. 찬미가 여기서 일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특히, 찬미는 굉장히 행복한 사람입니다.
물리치료실에서 찬미 씨를 지도하는 니콜의 얘기였습니다. 마지막 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찬미는 행복해 보인다... . 성실하게 준비해서 자기에게 온 기회를 잡고 그 기회를 맘껏 즐기는 찬미 씨! 아닌 게 아니라 활짝 웃는 그녀는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녀의 이런 행복이 오랫동안 지속되길 그리고 좀 더 많은 젊은 친구들이 이런 행복을 함께 하게 되길 빌어봅니다.
<젊은 그대> 오늘은 WEST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탈북 학생, 이찬미 씨를 만나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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