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SLBM 개발에 광분하는 북한

김태우·동국대 석좌교수
2016.08.31

북한이 또 다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았습니다. 북한이 ‘북극성’으로 명명한 이 미사일은 8월 24일 동해를 향해 고각으로 발사되어 500km를 날아 일본의 방공식별구역(JADIZ)에 떨어졌는데, 이로써 수중에서의 사출과 수면 위에서의 비행에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2013년 제3차 핵실험 이후부터 SLBM의 개발에 승부를 걸다시피 올인해 왔습니다. 북한은 2014년 10월에 육상에서 SLBM의 사출시험을 실시했고, 2015년 1월 23일에는 해상에서 두 번째 사출시험을 실시했으며, 2015년 4월 22일에 해상에서 세 번째 사출시험을 실시했습니다. 그러다가 2015년 5월 8일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신포 부근 해역에서 잠수함을 이용하여 네 번째 시험발사를 했고, 직후 북한 당국은 “수중사출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해 11월 28일에는 원산 인근 해역에서 다섯 번째 발사를 했지만 미사일은 비행하지 못하고 공중에서 폭발했습니다. 2016년 4월 23일 신포 해역에서 여섯 번째로 발사된 SLBM은 수중사출 후 30km를 비행했고, 이어서 7월 9일 일곱 번째로 발사된 미사일은 10km 고도에서 폭발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8월 24일에 여덟 번째로 발사된 SLBM은 수중사출 후 500km를 비행함으로써 일단 실험에 성공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동안 한미 양국군은 북한의 SLBM을 ‘KN-11’으로 명명하고 개발 동향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었는데,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즉, 2014년에 사출실험을 시작하여 2015년 세 번째 실험 때까지는 미사일의 수중사출에 성공하지 못했고, 이후에는 수중사출에는 성공했으나 비행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일곱 번째까지 실험을 실시하다가 결국 이번에 여덟 번째 만에 수중에서의 콜드론치(cold launch)와 수면 밖에서의 핫론치(hot launch)에 모두 성공한 셈입니다. 이렇듯 북한은 2013년 제3차 핵실험 직후부터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표준화와 함께 SLBM 개발에 광분해왔는데, 그 이유를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북한이 SLBM 개발에 집착하는 첫째 이유는 미국에 대한 공격 또는 응징능력을 확보함으로써 핵보유국으로서의 대등한 협상력을 획득하고 한반도 유사시 한국에 미군이 증원 전개되는 것을 억제하는 일종의 동맹이완 효과(decoupling effect)를 노리겠다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말해 잠수함은 탐지하기 어려운 핵무기 운용수단이어서 은밀하게 상대국에 접근하여 불시에 탑재된 SLBM을 발사할 수 있으며 동시에 적국의 선제공격을 받을시 생존성이 높은 제2격 군사력(2nd strike forces)이 될 수 있어 선제공격을 억제하는 효과가 높습니다.

한 마디로, 북한은 SLBM의 실전배치를 통해 미국과도 맞상대할 수 있다는 오기를 보이고 싶은 것입니다. 둘째, 북한은 지금까지도 핵무력 건설을 통해 경제적으로 우월한 남한을 압박해왔지만, PAC, 사드(THAAD) 등 한국이 보유하거나 향후 보유할 미사일방어망을 돌파할 수 있는 핵무력 수단을 확보함으로써 더욱 확실하게 남북관계를 지배하겠다는 것입니다. 셋째, 그럼에도 북한정권에게 있어 더욱 절실한 것은 권력의 균열과 민심의 동요를 막고 내부결속을 꾀하는 일입니다. 최근 영국주재 북한대사관의 태영호 공사의 탈북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북한 외교관의 망명에서 보듯 북한 엘리트 계층의 탈북이 늘어나고 있으며, 유엔의 제재로 인해 경제가 더욱 고갈되면서 주민의 고통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정권은 핵무력의 건설과 SLBM과 같은 투발수단의 개발을 통해 정권의 권위를 고양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높임으로써 내부결속을 꾀하고 체제를 수호하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평양정권의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2016년 4월 IMF 자료를 기준으로 볼 때 북한의 일인당 개인소득은 세계 174위이고 남한은 28위입니다. 금액으로는 140만원 정도로 남한의 개인소득 3천만원의 1/2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국가총생산의 20% 내외를 국방비에 투입하는, 즉 GDP 대비 국방비 비율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며, 핵무력 건설을 고수함으로써 유엔과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제재까지 받고 있어 무역은 위축되고 민생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공갈용·협박용 수단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사용할 수 없는 핵무기를 만드는데 국가재정을 쏟아 붓는 무리수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북한당국은 SLBM 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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