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철: 대학생과 옷차림

남북한의 대학생활과 대학 문화를 비교해보는 새 탈북자 코너 ‘남북 대학생활 비교’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이렇게 따뜻하고 화창한 봄날과 함께 우리들의 모습에 찾아온 변화, 남한대학생들의 옷차림에 대하여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조명일입니다. 요즘 들어 너무도 화창한 봄날과 함께 우리들은 중간고사를 끝낸 여유로움과 대학축제의 분위기에 한껏 도취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공부만 하는 학생이라지만 봄이 오면 설레이는 것, 이것이 청춘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들은 아마 대학생이라고 하면 단정하고 일률적인 대학교복을 입은 대학생들이 생각되겠죠. 저도 북한에서 대학을 다닐 때 4.15에 내준 교복을 일년내내 입고 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멋진 대학교복을 입고 유명대학의 뺏지를 달고 평양시내를 나가 다니면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던 추억이 새롭습니다. 하지만 여기 남한의 대학생들은 교복을 입지 않습니다. 아니 교복이 없지요. 그래서 길거리에 나가도 누가 대학생이고 누가 사회 사람인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교복은 고등학교 때까지만 일률적으로 맞춰 입고 대학에 입학하면 모두 자유롭게 복장을 하고 다닙니다. 저 두 처음에 대학에 입학하여 깜짝 놀랐습니다. 첫 등교하던 날 저는 옷차림이며 머리단장에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북한에서 온 대학생인데 남한학생들에게 뒤떨어지면 안 된다는 그런 자존심으로 첫날부터 단정한 모습으로 점잖게 보이고 싶었지요. 그래서 한국에 입국할 때 정부에서 사준 멋쟁이 양복을 잘 다려 입고 단정하게 하고 학교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멉니까. 정장을 입고 온 학생은 저와 우리를 가르치려 들어오신 교수님뿐이었어요.

다들 서로 다른 옷차림에 자기들의 개성을 멋있게 살려 옷을 입고 온 것입니다. 누구 하나 같은 옷을 입고 온 사람이 없었어요. 친구들이 좀 이상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기에 너무 민망했는데 후에 알고 보니 저를 회사에 다니다 입학한 나이 많은 편입생으로 생각했다고 하네요.

한국에서 정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닐 때나 중요한 모임, 결혼식에 입고 가는 옷일 뿐 학교에서 공부할 때는 누구도 입지 않습니다. 대학생활은 누구의 구속이나 틀에 얽매임이 없이 자유롭게 하는 것이 남한의 대학이며 그러한 가치가 잘 반영된 것이 학생들의 옷차림이라고 할 수 있죠.

제가 북한에 있을 때 통일의 꽃이라던 임수경 학생과 또 tv에서 많이 나오던 80년대의 한국대학생들의 시위를 보면서 대학생들이 교복이 아니라 서로 다른 옷들을 입고 있는데 대하여 의문을 가졌었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 이해가 되더라구요.

요즘처럼 화창한 봄날에는 대학구내가 말 그대로 커다란 화원입니다. 울긋불긋 아름다운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는 캠퍼스로 화려한 옷차림을 뽐내는 젊은 청춘대학생들이 오고가는 광경을 생각해 보세요.

너무 자유롭고 개성이 넘치게 옷차림을 하고 다니다 보니 어떤 때는 좀 보기 민망한 차림새도 많이 눈에 보입니다. 너무 짧게 무릎위로 올라와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며 유행이라고 일부러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이 아직 남한생활에 덜 적응된 저의 눈에는 조금 이상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남한과 북한의 대학은 옷차림 문화에서는 너무도 차이가 많습니다. 2-3년 전 부산 아시아게임과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가하려 한국에 온 북한 대학생들의 입고 온 교복인 치마저고리는 한때 남한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일률적으로 꼭 같은 옷을 입고 집단적인 행동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남한 대학생들은 구속감과 답답함을 느꼈다고 하네요.

저도 그때 응원단으로 온 북한 여대생들을 보면서 얼굴도 이쁘고 피부도 좋은 북한의 미녀들이 언제면 여기 한국학생들처럼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낼수 있게 자유롭게 옷차림을 하고 다닐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어요.

옷차림을 소개하면서 꼭 말씀 드려야 할 부분이 바로 헤어스타일(북한말로는 머리모양이라고 하죠)과 몸단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대학생들이 장발을 하지 못하고 또 머리에 염색을 하는 것은 더욱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네요. 아마 지금도 그런 규제와 단속은 여전하리라 봅니다.

하지만 여기 남한의 대학생들은 자유분방 그 자체입니다. 머리를 노랗고 파랗게 물들이거나 손톱과 발톱에 메니큐어를 칠하고 귀걸이며 목걸이는 보통이죠.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공부하는 학생이 너무 단정하지 못하고 방탕한 문화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지만 그런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고 대부분이 자기의 취미와 성격, 외모를 더 잘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죠.

가령 일이 잘 안 풀린다거나 생활에 어떤 변화를 주어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머리모양을 바꾸고 옷차림과 화장도 평소와 다르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주위의 사람들도 다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게 되고 자신도 한결 다른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학생활은 인생의 가장 젊고 아름다운 청춘시절에 흘러 보내는 귀중한 시절이기 때문에 공부도 중요하지만 젊음과 아름다움을 마음껏 뿜어내는 것, 이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서 북한의 대학생들도 남한대학생들과 같이 청춘의 자유로움과 아름다움, 스스로의 독특한 개성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화창한 봄날을 함께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마치려고 합니다. 다음시간을 또 기대해 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