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대학생활과 대학 문화를 비교해보는 탈북자 코너 ‘남북 대학생활 비교’ 시간입니다. 오늘은 “남한대학의 시험문화”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북한의 대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유명철입니다. 따뜻한 봄날의 향기와 함께 축제의 분위기에 들썩이던 대학가에 슬슬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는 6월이 다가왔습니다.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짐작하시겠어요? 그렇습니다. 바로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기말시험이 다가온 것입니다.
시험이라고 하면 걱정이 앞서고 긴장감이 감도는 것은 한국이나 북한의 대학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북한에 있을 때도 시험기간이 되면 대학의 학년별, 학급별로 “학기말 시험에서 모두가 최우등, 우등생이 되기 위한 학습목표” 같은 것을 정해놓고 교실에서 집체학습을 하군 하였는데 아마 지금도 북한대학생들의 학습열의는 여전하리라고 봅니다.
그럼 남한의 대학과 북한의 대학은 시험문화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볼까요?
우선 남한대학의 시험은 기간이 북한대학보다 긴 것이 특징입니다. 보통 중간시험이나 기말시험기간은 1주일 정도로 잡습니다. 물론 그 기간에 모두 시험을 보는 것은 아니고 2~3일 정도에 그것도 하루에 2~3시간 정도면 시험이 끝나지만 전체기간은 그렇게 긴 것입니다.
이 기간에는 대학 내의 모든 강의와 행사들이 중지되고 대학의 도서관, 강의실, 기숙사 등 모든 시스템이 학생들의 시험공부에 이바지하도록 조정됩니다. 시험기간 초반에는 대학도서관이 새벽부터 자리를 차지하려는 학생들로 붐비고, 매 강의실(시험을 치르지 않는 강의실)마다 시험공부에 열중하는 학생들이 넘칩니다. 하지만 시험을 한 두 과목씩 치르면서부터는 어느 정도 여유 있는 모습들이 보이고 후반부에는 아예 분위기가 풀어져 흔히 시험방학이라고 부를 정도로 해이되게 되죠.
보통 한 학기에 6과목정도를 배우는데 중간고사기간에는 3~4개정도 과목만 시험을 보고 기말시험은 대부분 다 시험을 보고 있습니다. 시험기간은 누구의 통제나 규율이 필요 없이 자체로 공부하는데 시험점수에 관심이 없거나 1~2과목을 시험 보는 학생들은 이 기간에 여행을 가거나 여가활동을 즐기는데 이용하기도 하죠. 다음으로 시험문화를 보면 남한의 시험은 대체로 객관식 위주의 문제를 제출한다는 것입니다.
주관식은 어떤 문제가 제시되면 자기가 배운 것에 기초해서 자신의 생각을 적는 것으로 주로 북한의 대학에서 많이 사용하며 객관식은 한 문제에 여러 개의 답을 제시하고 그중에서 맡는 답을 선택하는 방식인데 남한의 거의 모든 시험방식이 이런 객관식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답까지 보여주고 하는 시험이라 쉬울 것 같지만 역시 만만치는 않습니다.
저도 북한의 주관식 시험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여기 남한대학에서 시험을 치를 때 아직도 요령을 잘 익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제시되는 여러 개의 답들이 모두 정답처럼 비슷하여 공부를 여간 꼼꼼히 하지 않으면 실수를 범할 수 있도록 함정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관식은 기본적인 주제만 파악하면 자신의 입장을 많이 피력하여 분량이라도 채울 수 있지만 객관식은 정확하게 선택해야지만 정답으로 되기 때문이죠. 여기 남한의 학생들은 이러한 객관식시험문화에 중고등학교 때부터 익숙해져 정답을 귀신같이 알아내군 하죠.
제가 처음 시험을 치렀을 때의 경험을 잠간 이야기 해 드릴게요.
대학에 입학하여 첫 시험을 치르는데 그 전에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암튼 시험시간이 다가와 시험장에서 문제를 받았는데 이게 뭡니까. 내가 쓸 시험지가 벌써 문제와 답들도 빼곡이 채워져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안도의 숨을 내 쉬었어요.
그동안 배운 것을 곰곰이 되새기면 정답을 알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슬슬 들기 시작하고 또 정 모르면 눈감고 아무거나 찍으면 혹시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죠. 그래서 문제와 답을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웬일입니까. 모두가 정답같아 보이고 또 아닌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문제에는 제시된 답 중에 정답이 없음이라는 답까지 있는 것이 아닌가요. 그래서 겨우 몇 개의 문제만 배웠던 기억을 되살려 찍고 나머지는 모두 소경 문고리 잡듯 한 개씩 찍고 나왔죠.
그래도 시험을 끝내고 나오면서 주관식이었으면 한문제도 제대로 못 쓸뻔 했는데 다행히 객관식이라 맞던 틀리던 모두 표시를 할 수 있었다고 자체위로를 하기도 했죠. 시험점수가 발표되던 날 저는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죠.
제가 학급에서 꼴찌를 하였기 때문입니다. 교수님이 나눠주시는 시험지를 받아보니 제가 찍은 답들은 전부 틀린 오답이었지 뭡니까? 그때 제가 느낀 것은 노력하지 않으면 요행수는 없다는 것이었으며 특히 남한과 같은 자본주의의 경쟁사회에서는 더욱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끝으로 시험평가와 경쟁에 대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
시험평가는 주로 상대평가로 이루어지는데 간혹 절대평가를 하는 과목도 있습니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북한 대학생 여러분들의 귀에는 상당히 낯설겠는데 상대평가란 그 과목의 전체정원 중에 몇 퍼센트는 A, 몇 퍼센트는 B, 나머지는 C 또는 D나 F를 주는 평가방식을 말합니다. 여기서 A, B, C, D, F는 북한식으로 말하면 최우등, 우등, 보통, 낙제와 같은 평가수준이죠.
대체로 전체 학급학생 중에 30%정도에게 A라는 학점을 주고 30%에게는 B, 나머지 는 C, 와 D를 주며 제일 공부를 못하거나 수업에 결석이 많은 학생에게는 F학점을 주는데 F를 맞는 경우에는 그 과목을 졸업할 수 없고 다시 재수강을 하여야 합니다.
이런 상대평가방식에서 상위권 A에 속하자면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하지요. 반대로 절대평가란 수업을 하시는 교수님의 재량권에 따라 학생들의 수업태도나 성적 등을 감안하여 전체를 모두 A를 주거나 B, C를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주로 소수인원으로 구성된 과목이나 영어로 강의를 받는 과목에 한해서 실시하는 평가방법인데 북한의 평가방법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네요.
이런 평가방식은 시험에서 좀 낮은 성적을 맞더라도 평상시에 공부를 열심히 하여 교수님이 인정하면 학점을 높이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교수님의 주관적인 판단에 기초하고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상대평가는 시험결과와 함께 평상시의 학습태도나 출석율, 질문에 답변정도, 등을 감안하여 학생들을 평가하는 효과적인 평가방법입니다. 물론 같은 학급동료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을 유발시켜 상대적인 좌절감을 줄 수 있는 약점이 있지만 대학생활의 기본, 학생의 근본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평상시에 강의에 잘 참가하지 않고 공부하기 싫어하고 요행수를 바라는 학생은 상대평가에서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없지요.
이렇게 오늘은 남한대학의 시험문화에 대하여 이야기 드렸습니다. 서로 많이 다른 것도 있고 비슷한 것도 있지만 남한의 대학생이나 북한의 대학생 모두에게 공부를 잘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나아가서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인재로 준비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 아니겠습니까. 우리 모두 시험기간 열심히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