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대학풍경: 대학시절 친구 사귀기


2006.10.05

사랑하는 북한 대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유명철입니다. 10월 3일은 한민족의 시원이 열린 개천절이었습니다. 북한에는 없는 명절이지요. 개천절은 우리 민족의 시조인 단군이 나라를 세운 날을 기념하여 지내는 명절인데 북한에는 단군릉도 있고 단군의 뼈라고 하는 유물도 잘 보존해 놓았지만 개천절은 없다는 것이 좀 아쉽네요.

그리고 좀 있으면 우리 민족의 최대의 명절 추석입니다. 이번 추석연휴는 개천절과 맞물려 한주에 5일을 전주 공휴일까지 합하면 어떤 분들은 9일 동안 푹 쉬는 말 그대로 단군 이래 가장 긴 연휴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4.15와 2.16을 가장 큰 명절로 쇠지만 여기 남한은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명절인 추석과 음력설을 가장 크고 성대하게 쇠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우리 북한에서 온 대학생들이 대학시절에 여기 남한 친구들과 어떻게 사귀고 학창시절을 보내는 가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학생활에서 공부도 중요하고 동아리 활동이나 사회봉사 활동 등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과 실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친구를 잘 사귀는 것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돈이나 명예보다 귀중한 것이 바로 사람, 운명을 같이하고 뜻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아니겠습니까. 우리처럼 북한에서 홀로 와서 남한에 부모형제나 친척도 없는 외톨이들이 명절이나 뜻 깊은 날에 가장 서러운 것이 바로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죠.

남한은 자본주의 경쟁사회이기 때문에 경제가 빨리 발전하고 물질생활이 풍족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 경쟁관계가 치열한 나머지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단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활은 그러한 경쟁관계가 사회생활보다 별로 없고 또 대학생들 모두가 높은 지성을 갖춘 인재들이기 때문에 대학생활에 친구들을 잘 사귀는 것이 사회보다 쉽고 또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북한에서 온 학생들이 남한의 대학생들과 사귀는 것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나이차이가 많은 경우가 있고 또 사고방식이나 행동, 말투에서부터 많이 차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대학에 늦둥이로 입학하여 공부했는데 저와 같은 동기의 학생들은 저보다 거의 8년이나 아래였습니다. 한참 동생뻘 되는 동기들과 처음에는 말 걸기도 창피했고 또 말투도 다르다 나니 많이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저만 외톨이가 되었고 누구도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습니다. 동기들은 제가 나이도 많아 보이고 또 옷차림이나 말투가 이상하였기 때문에 섣불리 다가와서 이야기를 건네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가 느낀 것이 제가 적극적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곁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결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은 제가 북한에서 온 학생이라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라면서 어떻게 왔는가? 정말 대단하다고 하면서 관심을 가지고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남한과 어떻게 다르고 북한대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생활하는지 또 대학기간에 연애는 할 수 있는지 등 한동안 얼마나 귀찮게 따라다니는지 제가 뭐 큰 인물이나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함께 마음을 열고 시작하니 생각보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정말 순수하였고 또 열정적이었습니다. 항상 저에게 형이라고 꼬박꼬박 예의를 지키고 제가 힘들고 어려울 때면 남 먼저 나서서 도와주려고 애를 썼습니다.

수강신청을 할 때나 동아리 활동을 할 때 그리고 시험기간에도 자기들의 노하우를 가르쳐 주고 유용한 정보를 나누면서 정말이지 그들이 없다면 대학생활이 너무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나이가 많다고 티를 내지 않고 그들과 편하게 농담도 하고 겸손하게 배우는 모습으로 그들을 대하니 한결 좋은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해 두해 함께 친구로 사귀어 가는 과정에 남과 북의 사람들이 얼마나 다른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는지도 더 잘 알게 되었고 또 북한문제나 남한의 정치, 경제 문제들에 대해 서로 토론해 나가는 과정에 저도 점차 남한대학생들과 같은 의식구조와 사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도 저를 통해 북한 사람들과 대학생들에 대하여 더 잘 알게 되었고 지금은 서로 끈끈한 우정으로 맺어진 인생의 귀중한 벗들로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북한에서 온 학생들 중에는 남한 학생들과 잘 지내지 못하고 홀로, 혹은 북한에서 온 학생들과만 친하게 지내면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너무도 어려운 시련을 겪으며 사선을 헤쳐오다 나니 남들을 잘 믿지 못하고 또 자존심도 강해 자기의 마음을 잘 열지 못하고 외롭게 지내다 나니 학교 생활도 점점 재미없어 지고 점심에 같이 밥 먹을 친구도 없이 혼자 먹어야 하는 등 결국에는 대학생활을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 북한대학생들은 여기 한국에서는 소수에 속하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다수인 한국학생들에게 다가가야만 그들과 사귈 수 있고 또 그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저는 지금도 북한 친구들을 만나면 이야기 해주군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고 공통점을 찾아가면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것이야 말로 앞으로 통일과정에 중요한 경험으로 되리라고 봅니다.

그럼 하루 빨리 통일의 그날이 와서 남과 북 대학생들이 서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함께 나라의 미래를 가꿔가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오늘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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