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대학풍경 : 한국대학생의 수강신청
2006.08.16
안녕하세요. 조명일 입니다. 북한에서도 그렇겠지만 여기 서울은 지긋지긋한 찜통더위가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8월도 이젠 중반을 지나가고 남한의 대학생들도 다음 학기를 준비하느라 새로운 마음가짐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대학들도 비슷하겠지만 저희 대학은 오늘부터 새 학기 수강신청을 하느라고 아주 바쁘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의 대학들에서 수강신청을 어떻게 하는지 이야기해드릴까 합니다.
남한과 북한의 대학들에서 수강신청은 매우 다릅니다. 저도 처음에 한국의 대학에 입학해서 이러한 차이 때문에 큰 고생을 했습니다. 우선 북한의 대학들에서는 수업과목에 대한 선택권이 학생들에게 없고 학교에서 설정해준 시간표에 따라 학급별로 지정된 과목의 수업을 수강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에서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과목을 결정하고 수강신청을 하여 그렇게 짜여진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듣는 방식을 취합니다. 우선 수강신청이라는 말이 북한 친구들 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북한에는 없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수강신청이라고 하면 새 학기가 시작되기 며칠 전에 학교당국에 내가 이번학기에 무슨 과목의 수업을 듣겠다는 신청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과목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들마다 그 대학 고유의 목적에 따라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몇 과목을 선정하기도 하며 또한 전공에 따라 해당전공과목에 따른 필수과목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렇게 정해진 몇 과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교양과목이나 자신의 취미나 전망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재미있는 과목이라든가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과목 등의 인기과목 들은 수강정원에 비해 수강신청 하려는 학생들의 수가 많아져 정원초과라는 현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수강전쟁이라는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 말은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린다는 데서 생겨난 말입니다.
수강신청은 대체로 각자의 가정에 있는 컴퓨터나 학교에 있는 컴퓨터로 인터넷을 통해 합니다. 저희 학교는 학생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학년별로 분산해서 수강신청접수를 받는데 이렇게 분산시켜도 정작 수강신청 하는 날은 너무 많은 학생들이 접속해서 학교 웹사이트가 마비되는 현상이 자주 벌어집니다.
대체로 아침 9시부터 수강신청 접수가 시작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접속하려고 9시 이전부터 준비하고 있다가 정각에 일제히 접속합니다. 왜냐하면 조금이라도 늦으면 인기과목이나 자기가 들으려고 계획했던 과목들의 수강정원이 꽉 차면 수강신청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루에 한 개 학년의 수강신청이 끝나면 다음날은 다음 학년의 수강신청날짜가 됩니다.
자신의 학년과 다른 학년의 수강신청 날짜에는 수강신청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4학년부터 1학년까지 한 번 수강신청이 다 돌아가면 다시 전체 학년이 다 같이 수강신청이 가능한 하루가 또 있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되는 9월초에 다시 한번 며칠간의 수강변경기간이 주어집니다.
수강변경이란 자기가 수강신청 했던 수업을 하루 이틀 정도 들어보고 마음이 없다거나 계획에 변경이 생기면 그 과목의 수강을 철회하고 다른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기간을 마련해 주는 것 입니다. 이 외에도 학기 중간에 수강철회 기간이라고 있는데 이것은 중간시험기간이 끝난 직후 그 과목의 수업이 마음이 안 든다거나 전반기 성적이 안 좋다든지 의 변심이 생기면 해당과목의 수강을 철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수강신청 기간이나 변경기간에도 자신이 원했던 과목에서 다른 학생들이 어떤 이유로 빠져나간다면 정원공백이 생겨 수강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항상 긴장해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기회는 여러 번 있지만 처음에 원하는 과목에 수강신청을 못하면 사실상 다시 넣기가 힘들다 보니 첫날은 말 그대로 수강전쟁이 실감날 정도로 긴장됩니다.
저도 학교에 처음 들어와서 수강신청이라는 생소한 제도 때문에 혼이 나기도 했지만 다음 학기에 원했던 과목을 다 넣었을 때는 너무 좋아서 만세를 불렀을 정도입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 속에서는 수강신청기간이 끝나면 불만이 생겨 나군 합니다. 인기과목을 늘려달라든가 혹은 학교의 컴퓨터 서버를 늘려서 인터넷 접속마비 현상을 없애달라고 말입니다.
수강신청 말고도 한국의 대학생활은 항상 긴장하고 열심히 해야 하는 경쟁의 연속입니다. 이런 긴장된 경쟁 속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배출되고 한국의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것 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