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 北 개혁개방 거부감 강해
2006.05.12
7일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개혁개방은 사회주의를 말아먹는다"며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습니다. 중앙방송은 "제국주의자들이 설교하는 개혁개방을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난관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나라의 자주권과 존엄이 짓밟히고 우리의 사회주의를 말아먹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방송은 또한 "소련과 동구라파(유럽)사회주의가 무너지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시기 제국주의자들은 개혁개방으로 사회주의를 변질, 붕괴시키려 했다"면서 "우리는 우리 식으로 혁명과 건설을 다그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로서 개혁개방을 고대하던 북한주민들의 기대가 또 무너졌습니다. 아시다시피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이미 역사의 뒤 골목으로 사라졌습니다. 이전 소련과 동유럽나라들도 계획경제의 제한성을 인정하고 시장경제를 받아들였습니다.
중국은 1978년 등소평이 내놓은 개혁개방정책에 따라 연평균 9%이상 경제성장을 유지해 지금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북한경제 개방은 중국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중국은 개방을 시작할 때 북한도 같이 하자고 여러 번 권고했습니다. 1983년 김정일국방위원장을 중국에 초청해 근 열흘 동안 상해(上海)와 청도(靑島) 등 경제특구들을 구경시켰습니다. 그러나 평양에 돌아온 김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은 이제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완전히 없어졌고, 있는 것은 수정주의 뿐”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때부터 중국과 북한은 별로 관계가 좋지 않았지요. 김위원장은 83년 이후 2000년 까지 중국에 다니지 않았고, 특히 등소평이 사망한 다음 중국대사관에 조문도 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인식도 상당히 나빴습니다. '한국과 외교관계를 맺었다' '중국 옷을 입으면 전염병에 걸린다.'며 사용하기를 꺼려했지요.
90년대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가 무너진 다음 북한은 전면적인 봉쇄정책을 실시했습니다. 이때부터 북한경제는 10년 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결과 수백만 명의 대 아사를 낳는 '고난의 행군'을 겪었고, 반대로 중국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중국이 개방된 지30년이 되어오지만, 아직 공산당체제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중국과 다시 좋아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입니다. 2001년 상하이를 돌아본 김 위원장은 “천지개벽했다”고 놀랐고, 올해 1월에도 상하이와 광저우(廣州)를 구경했습니다. 과거 등소평을 멀리 대하던 것과 달리 호금도(후진타오)주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김 위원장이 중국에서 경제공부하고 조만간 개방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당국은 중국처럼 공산당이 건재하면서도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중국식 개방인데, 그렇다고 중국이 가르치는 대로 덥석 도입할 태세가 아닙니다.
중국이 북한에 개혁개방을 권유하는 것은 경제를 예속시키자는 것도 아니고 자주권을 빼앗자는 것도 아닙니다. 경제를 발전시켜 인민들을 배곯게 하지 말라는 권고일 뿐입니다. 개방한다고 해서 제도가 무너지는 것도 아닙니다. 중국처럼 주민들에게 자유를 주고 풀어주면 오히려 제도가 더 튼튼해 질것입니다. 요즘 신의주특구가 재개된다는 소문에 주민들의 기대가 컸는데, 개방하지 않겠다니, 과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막막할 것입니다. 자기 주민들을 굶겨 죽이면서까지 사회주의가 왜 필요한지 북한당국은 주민들에게 솔직히 설명해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