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 경수로중단 책임 누구에게 있나?
2006.02.03
북한 언론의 보도내용을 분석해보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는 2002년 탈북한 뒤 현재 남한 언론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영씨입니다.
요즘 북한에서 핵 문제와 관련해 반미선전이 거세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신문 1월31일자는 "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제목의 글을 싣고 미국이 경수로 파탄책임을 져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90년대에 체결한 '조미기본합의문'을 휴지 장으로 만들고, 처음부터 우리 공화국을 무장해제시키려고 악랄하게 책동했다"고 성토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다른 나라 방송을 듣지 못하니 '미국이 정말 나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경수로건설이 파탄된 것은 사실입니다. 올해 1월 8일 경수로현장에 남아 장비를 지키던 57명의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철수하면서 경수로 건설은 중단되었습니다. 북한은 경수로 중단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에 책임이 있다고 합니다.
그럼 누가 진짜 장본인인지 지난 사실을 통해 살펴봅시다. 1991년 당시 연형묵 총리는 남한에 나와 노태우대통령을 만나고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선언문에서 남북한은 핵무기를 시험, 생산, 반입, 보유를 하지 말자고 약속했지요.
1985년 북한은 영변원자력발전소를 돌린다며 국제원자력기구에 신고하고 핵무기전파방지조약(NPT)에도 가입했습니다. 국제법상 원자력발전소를 돌리려면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게 되어있습니다. 핵사찰 결과와 북한이 보고한 풀루토니움 양이 같지 않자, 국제원자력기구는 의심이 가는 2곳에 대한 특별사찰을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못 받겠다고 93년에 ‘준 전시상태’를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 탈퇴했습니다. 그때 '미국비행기 200대가 영변을 폭격한다'며 군대와 노동적위대, 교도대들이 전쟁준비에 들어갔던 시기입니다.
이때 중재자로 나선 미국 전 대통령 지미 카터는 김일성주석을 만나 ‘풀루토니움을 추출할 수 있는 흑연감속로를 포기하면, 경수로를 대신 지어주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동의한 북한은 1994년 10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조미제네바기본합의서’를 채택했습니다.
합의서에 따르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북한에 100만KW급 경수로2기를 건설하기 시작하면 북한은 영변원자로를 동결시키고, 건설이 완공되어 주요부품이 들어갈 때 핵사찰을 받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영변발전소를 돌리지 않는다는 담보로 미국은 경수로발전소건설이 끝날 때까지 매년 중유50만 톤을 지원하기로 했고요. 한, 미, 일 3국으로 이루어진 KEDO국가들은 96년부터 신포지구에 발전소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2002년 북한에 고농축우라니움(HEU)을 생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증거가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제네바'합의를 어겼다고 추궁하자, 북한은 '미국이 핵무기를 가지고 위협하기 때문에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이것이 2차 핵위기입니다. 사실 북한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경수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핵이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에게는 핵보다도 전기가 더 중요합니다. 전기가 있어야 경제를 발전시킬게 아닙니까?
2005년 2월 10일 북한이 ‘핵보유선언’을 하면서 '조미제네바합의'은 파탄되었고, 케도는 더 이상 경수로를 지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