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능시험을 치르는 날입니다. 남쪽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입학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을 자녀로 둔 집에선 전쟁을 치르는 것이나 다름없는 아주 중요한 날이랍니다.
이날은 전국에서 출퇴근시간도 1시간 늦춰지고 심지어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 듣기평가가 실시되는 20분 동안은 시험장 주변 운행차량의 경적사용은 물론이고 항공기의 이착륙도 금지될 정도로 수능생을 위해서 무엇이나 양보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시간 내에 수능 시험장에 도착하지 못한 학생들은 경찰차가 학생들을 실어 나를 정도로 최선을 다해 수능생들의 편의를 도모해 준답니다. 그만큼 수능시험은 중요한 국가적인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남쪽에서 이렇게 중요한 수능시험이란 대학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다시 말하면 대학에 입학하여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북쪽으로 말하면 대학예비시험이나 같은 것입니다.
저도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 정무원시험이라고 하는 대학예비시험을 치른 적이 있었지요. 북쪽의 대학예비시험도 수험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북쪽에선 남쪽과 같이 전 사회적인 관심사는 아니지요.
남쪽에 와서 놀라는 것이 여러 가지지만 항상 감동을 받는 것은 남쪽 엄마들의 교육열입니다. 수능은 일종의 전쟁이며 이 전쟁의 일선엔 대한민국의 엄마들이 학생들과 함께 서있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남쪽에 와서 해마다 치러지는 수능시험을 보면서 가끔은 그 시절로 돌아가 나도 한번 저런 시험을 치러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는 것도 사실입니다.
남쪽에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수능시험을 치르는데 고등학교 3년 동안 학생들은 이 시험을 위하여 밤잠도 설치고 놀고 싶은 것도 참고 그야말로 열심히 공부한답니다. 고삼병이란 유명한 말도 있을 정도로 남쪽에서 수능시험 열기는 정말 뜨겁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각종 종교단체들에선 수능생들의 우수한 성적을 기원하는 여러 가지 축제들을 준비하여 수능생들을 위한 기도모임을 개최합니다.
불교를 믿는 어머니들은 아예 산으로 들어가 3천배 절을 하는 분도 계시고 기독교를 믿는 어머니들은 날마다 새벽 4시면 일어나 교회로 달려가 아이들의 수능시험을 위하여 간절히 기도합니다.
또 기업들은 수능생들의 성공을 기원하는 각종 행사를 펼치는데요, 너무 재미있습니다. 저희들도 북쪽에 있을 때 왜 시험 보러 가는 날 미역국을 먹으면 미끄러진다고 하고 찰떡이나 엿을 먹어야 한다고 하던 생각이 나는데요. 남쪽의 떡집들에 가면 수능생 떡이 따로 판매될 정도이구요, 길거리에 엿장수들도 수능시험 덕을 단단히 보게 된답니다.
저희 어머니도 제가 시험을 치게 될 즈음에 찹쌀을 구하셔서 감추어 두셨다가 찰떡을 만들어 저에게만 살짝 싸주시면서 찰떡을 먹고 찰싹 붙으라고 말씀하셨던 게 엊그제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 것을 보면 우리는 분명 한 민족임에 틀림없습니다.
북쪽에선 대학예비시험과목이 김일성.김정일 혁명력사, 국어, 수학, 물리 화학, 외국어지요, 남쪽에선 언어, 수리, 사회, 과학탐구, 외국어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답니다. 그리고 북쪽에선 대학예비시험이 별로 대학입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남쪽에선 수능시험성적에 따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수능시험은 사회적 관심의 중심에 서있지요.
북쪽에선 대학예비시험 성적이 참고가 되기는 하지만 결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데 비해 남쪽의 수능시험 성적은 대학 선택에 가장 결정적 요인이 된답니다. 남쪽에선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출신 성분 같은 것이 대학 입학과 전혀 무관하기 때문에 수능시험 성적이 대학입시의 결정적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북쪽과 다른 점은 수능시험을 잘못 봐서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재수를 하게 되는데요. 그러니까 한번 잘못하면 그것으로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다시 여러 번의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답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 대학 추천을 받지 못하면 대학 추천의 기회를 다시는 갖지 못하는 북한과는 상당히 다른 면이지요. 남쪽에서는 이외에도 수시입학이라는 제도도 있어서 수능시험에서 기회를 놓친다고 해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답니다. 지난 시간에도 말씀드렸듯이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