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말, 북한 말: 모델하우스


2007.10.04

이애란

덥지도 춥지도 않으니 이사에 좋은 계절입니다. 가을엔 남쪽도 북쪽도 사람이 많이 이사를 합니다.

며칠 전, 동생과 함께 모델하우스란 곳을 다녀왔습니다. 모델 하우스... 처음 듣는 말이죠? 모델은 모형, 본보기 이런 뜻의 영어 단어고 하우스는 집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풀어보자면 모형, 본보기가 되는 집이라는 뜻이죠. 견본 주택이다..이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한국에선 아파트를 짓기 전에 미리 아파트를 사고 싶은 사람의 신청을 받는데요, 아파트 건설사가 구매자들에게.. 앞으로 우리는 이런 집을 짓습니다...이렇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모델 하우습니다.

제가 남쪽에 와서 생활한지 10년이 다 되가는 데요, 모델하우스는 처음 가보았습니다. 그 동안은 집을 장만할 만큼의 자금이 마련되지 않아서 모델하우스 같은데 신경을 써본 적은 사실 없습니다. 그런데 간혹 지나가다 보면 모델하우스 지어진 곳엔 사람이 바글바글해, 얼마나 좋은 지 한번 마음먹고 가봤습니다.

그런데요, 정말 요즘은 아파트를 잘 짓더군요. 시설이 얼마나 잘되어 있는지 정말 제가 꿈에서 그려보았던 것보다 더 좋았습니다.

요즘 모델하우스는 첨단소재와 첨단 시스템을 사용해 생활에 편리하게 돼있기도 했지만 그 분위기가 고급스러워 정말 살아보고 싶은 아파트였습니다.

욕실까지도 난방 시설이 다 되있구요. 외출 전에 엘리베이터를 미리 불러서 대기시켜 놓을 수 있는 장치도 되어있는데요, 정말 아파트에 들어와 살 사람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게 지을 것인가를 많이 고민하여 만들었더군요.

북한의 아파트 현장과 비교가 돼죠? 지방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평양사람들 조차도 아파트를 배정받으려면 집을 짓는 건설현장에 가서 1년이상 건설노동을 해야 하지요.

평양에 살았던 저의 오빠도 결혼 후에 집이 없어, 단칸방 부모님 집에 7년간을 얹혀살았습니다. 다행히 오빠는 평양의 광복거리건설에 2년간 동원되어 건설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었고 광복거리에 새로 건설된 30층 아파트에 집을 배정받았습니다.

또 북한에서는 아파트 뼈대만 세워놓고 입주를 시키는 일도 있는데, 부엌은 물론이고 집안 방바닥 미장과 벽 미장도 주택을 배정받은 사람이 맡아서 해야 했지요. 지금도 아마 그렇겠죠?

보통 권력이나 돈을 가지고는 배정받은 아파트에서 살기가 어려웠었는데요. 대부분의 아내들은 누가 시멘트를 더 잘 구해오나 또 누가 더 좋은 벽지나 장판지를 구입해 오나.... 배정받은 아파트 마감공사를 통해서도 남편들의 능력과 권력을 뽐내기도 하고 재보기도 했었던 생각이 나는군요.

얼마 전에 방송에서 북한주민들의 생활을 기록한 영상물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요, 북한의 주택사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을 해주더군요. 주택문제 또한 제가 북한에서 살던 10년 전과 별반 다른 점이 없더군요.

북쪽에서도 역시 집을 마련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도 아니고 또 집 안을 꾸미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죠.

남쪽에서도 사실 집이 비싸서 모델 하우스 같은 멋진 집을 마련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래도 노력하면, 내가 열심히 살면, 모델 하우스처럼 최첨단을 아니여도 나만의 모델하우스를 만들 수는 있다는 희망은 있습니다.

통일이 되면 북쪽주민를 위한 모델하우스가 여기저기 생기게 되겠죠. 정말 놀라실 꺼에요.

오늘은 시간이 되어 여기서 그만 마칩니다. 다음시간에 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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