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비교: 삼겹살데이와 삼겹살구이

남쪽나라에 살고 있는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육류는 아마 삼겹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북쪽사람들에게는 몹시도 생소한 이름이지만 남쪽사람들에게는 너무 친근한 이름이고 또 한국에 찾아오는 외국인들까지도 이제는 삼겹살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남쪽의 일반사람들은 직장 일을 마친 후에 삼삼오오 모여서 저녁식사를 즐기는데요. 이때 가장 많이 찾는 메뉴가 바로 삼겹살을 구어 먹으면서 소주를 마시는 일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뿐만 아니라 주말이나 특별한 날이면 가족들이 모여 외식을 하거나 집에서도 파티를 하는데 이때에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메뉴가 바로 삼겹살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삼겹살과 같은 육류들이 사람들 속에서 멀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가난이 사라지고 먹을 것이 풍성해진 요즘 부자들만 먹을 수 있었고 또 특별한 날이 아니면 구경할 수 없었던 고기들이 비만의 원인으로 불려 지게 되었습니다.

돼지를 사육하여 생활을 유지해 나가던 양돈 농가들은 현대인들의 생활습관의 변화에 상당히 당황하고 있는데요. 북쪽과는 너무나 많은 차이가 나는 풍경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북쪽에선 김일성의 생일이나 김정일의 생일이 아니면 고기를 구경하기가 어렵지요. 이 특별한 날에 공급해주는 고기도 겨우 1Kg이 고작이어서 불고기나 찜 같은 것은 상상하기도 어렵고 겨우 해 먹을 수 있는 요리가 고깃국이었지요.

그나마 식구가 많은 집에서는 한사람 앞에 차례지는 고깃점이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은 이 고깃국의 이름을 "돼지가 장화신고 건너간 국"이라고 부르곤 했었지요. 가난이 불러온 아픈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쪽인민들의 위대한 수령이라 자처하던 김일성은 해마다 신년사에서 이밥에 고깃국을 먹여주겠다고 약속만 하다가 결국은 온 나라를 굶주림 속에 300만이 굶어죽는 어마어마한 제국으로 만들어 놓고 금수산 의사당의 궁궐 속으로 들어가 버렸지요.

북쪽사람들이 평생 동안 한 번도 먹어볼까 말까한 불고기를 남쪽사람들은 날마다 저녁마다 즐기다 급기야는 다이어트 바람으로 육식을 줄인다고 하니 남쪽과 북쪽은 몇 리 차이나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천국과 지옥의 차이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북쪽의 인민들이 그토록 먹고 싶은 고기요리가 남쪽에선 요새 살빼기 열풍으로 덜 선호하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특히 구제역과 콜레라라는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돼지고기의 소비가 대폭 위축되었는데 이전에 돼지고기는 수출효자 품목으로 불릴 정도로 외화획득과 산업기반조성에 톡톡히 한 몫 하여왔습니다.

삼겹살 데이는 이러한 환경에서 돼지를 사육하는 양돈 농가들이 돼지고기 판매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만든 기념일인데요. 파주에 있는 축산협동조합에서 발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지난방송에서도 설명 드렸지만 남쪽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는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빼빼로 데이 등 상업적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한 마케팅적인 기념일들이 많습니다. 삼겹살 데이도 이런 마케팅차원의 기념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삼겹살데이가 제정된 후 돼지고기의 소비가 많이 촉진되었다고 합니다.

삼겹살 데이는 3월3일인데 이날은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먹으면서 사랑을 고백하기도 하고 직장인들은 삼겹살과 함께 더욱더 돈독한 우애를 쌓아가는 날이기도 합니다.

남쪽사람들이 삼겹살을 어떻게 즐기는지 궁금하시죠? 삼겹살은 특별한 조리과정이 없이 그냥 구워먹으면 되는데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불판을 달군 다음 삼겹살을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상추, 깻잎, 등 채소를 준비하고 쌈장을 준비합니다.

구운 삼겹살을 찍어 먹는 소스로 소금을 살짝 섞은 참기름을 준비하기도 하는데요, 삼겹살기름이 쪽 빠지고 노릇노릇하게 구어지면 그것을 상추나 깻잎 등에 쌈장과 함께 싸서 먹기도 하고 참기름 소스에 찍어 먹기도 하면 고소한 맛이 천하의 일품입니다.

여기에 소주한잔을 함께 기울이면 그보다 금상첨화가 없답니다. 이렇게 삼겹살을 구워먹으면서 남쪽의 사람들은 세상살이를 논하기도 하고 사랑을 운운하기도 한답니다.

삼겹살을 굽는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름이 잘 빠지게 하는 것인데요, 그래서 요새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불고기 판들은 대체로 기름이 밖으로 빠질 수 있게 장치가 잘 되어 있답니다. 삼겹살은 가스 불에 굽기도 하지만 주로 숯불이나 연탄에 굽는데 삼겹살을 굽는데서 불도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랍니다.

저희 집에서도 가끔 삼겹살을 구워먹는 삼겹살파티를 하는데요,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상추에 싸서 먹을 때면 북쪽에서 고생하시는 여러분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북쪽과 남쪽의 차이는 북쪽사람들은 기름진 음식을 너무 부러워하는데 남쪽사람들은 기름진 음식을 상당히 거부한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