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의 남북 먹거리 비교: 셔벗

무더위에 얼음과자가 너무 먹고 싶어서 청량음료점 얼음과자 파는 매대에서 전투를 벌이던 생각이 가끔 나는데 사카린을 풀어서 얼린 얼음과자라도 녹이느라면 더위는 간데없고 뼛속까지 시원해지던 생각이 납니다.

북쪽의 청량음료점들은 여름철이면 북쪽말로 얼음보숭이로 불리는 아이스크림이나 남쪽에선 아이스케키나 하드로 불리는 얼음과자를 찾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지요.

냉장고를 가지고 있는 집이 몇 집 안 되는데다가 전기가 모자라 밤새 얼려서 파는 에스키모라고 불리던 사카린을 넣어서 얼린 얼음덩어리도 북쪽사람들에겐 상당한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여름음료중의 하나였지요.

중국에서 한 사업자가 제가 살던 도시에 북쪽과 합영 계약을 맺고 들어와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였는데 그때 처음으로 지금 남쪽에서 먹을 수 있는 빙거라고 불리는 아이스크림을 먹어보았습니다.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혀까지 함께 넘어갈 번했잖아요.

그런데 그 값이 만만치 않아 온 식구가 특별음식으로 사다놓고는 한 사람당 한 개씩만 배급을 주군 하였는데 어쩌다 먹어본 아이스크림은 너무 맛이 있어 나무막대기와 아이스크림을 포장했던 포장종이를 핥고 또 핥던 아이들이 생각납니다.

남쪽에 오니 그렇게 맛있던 중국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더 맛이 좋은 아이스크림이 많아도 왠지 손이 잘 가지 않네요. 물론 저의 아들은 한 겨울 대소한 추위 때에도 아이스크림을 찾지요.

요즈음 아이스크림보다 셔벗이라는 청량음료가 더 인기가 있는데요. 이 음식은 서양에서 정찬(연회와 같은 것)코스에서 앙트레(코스의 중심이 되는 요리라고 하네요)와 로스트(훈제)육류 요리 사이에 나오는 것이 정석이라고 하는데 남쪽에선 식사 후에 먹는 디저트(양식을 먹은 뒤에 먹는 과일이나 음료)로 셔벗을 많이 이용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여름을 달래는 아이스크림대용으로도 많이 이용된답니다.

셔벗은 과즙에 설탕·향료·우유·달걀흰자·젤라틴 등을 첨가해서 얼린 것인데 식품 분류상 빙과류에 속하며, 재료에 우유나 생크림 등을 이용한 것이라도 유지방이 적기 때문에 유제품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셔벗의 유래는 터키(북한에선 토이기라고 부릅니다.)에서 시작되었으며, 16세기에 이탈리아인에 의해 프랑스에 전해졌다고 합니다. 프랑스어로는 소르베라고 하며, 리큐어 등의 양주를 과즙에 넣고 일부 액체가 남도록 얼린 음료수를 뜻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식사중의 입가심으로 앙트레 뒤에 내놓았지만, 단맛이 강하고 얼린 점 때문에 점차 디저트로 내놓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과즙에 물과 감미료 그리고 산미료를 첨가하여 얼린 맛이 강한 것과, 달걀흰자위나 젤라틴, 크림을 넣고 거품을 내어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게 한 것이 있습니다. 요즘은 가정에서도 많이 만들어 아이들의 간식으로 이용하거나 디저트로 쓰기도 하는데 만들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집에서 만드는 경우, 좋아하는 과즙에 물·포도주·설탕·레몬즙 등으로 맛을 조절하고 중탕으로 녹인 젤라틴액 또는 거품을 낸 달걀흰자위를 첨가하여 용기에 넣어 냉동실에서 얼린 다음 거의 얼면 스푼(숟가락)으로 휘저어 다시 얼립니다.

셔벗은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종류가 무진장하게 많은데요, 제가 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는 셔벗은 토마토, 딸기, 수박, 키위, 파인애플, 망고, 사과, 감등이랍니다. 이외에 채소로도 셔벗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구요, 흔한 콜라나 과일음료로도 셔벗을 만들 수 있답니다.

왜냐하면 쥬스(과일을 갈아서 만든 것)에 사탕가루 시럽(북한말로 단물이지요)을 넣고 입맛에 따라서는 우유나 생크림을 첨가해 냉동실에 얼리기만 하면 되니까요. 여러분도 만일 집에 냉동기를 가지고 계시다면 얼마든지 만들어 보실 수 있는데요, 과일을 강판에 갈아서 시럽이나 사탕가루를 첨가한 후에 얼려서 먹으면 되니까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할 수 있는 것이랍니다.

가끔 남새상점에서 겨우내 보관하였던 언 사과를 파는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찬물에 담구어 얼음을 빼고 먹 군 하였는데 셔벗을 알고 난후에는 언 사과를 강판에 갈아서 먹으면 훌륭한 사과셔벗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참고로 서울에선 언 사과를 절대 팔지 않습니다. 다 버린답니다. 아깝습니다. 하지만 저도 이젠 입이 높아져서 절대 언 사과 안 먹게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