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 군 추가 파병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를 통해 북러 관계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지 시간으로 27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오는 9월 총선거 이후 최대 50만 명 규모 동원령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은 앤디 버넘 영국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을 위해 영국을 방문하기 전 가진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선거 이후인 9월 하순이나 10월 초 동원령을 준비 중이란 정보기관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군 3만 명 추가 파병설도 거듭 제기하면서 이는 우크라이나와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서방에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6월부터 러시아 보로네시 지역에서 북한 군을 수용할 준비가 진행돼 왔다”며 “북한은 러시아에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추가로 보낼 준비도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27일 이에 대해 “굳이 논평할 필요가 없다”며 언급을 거부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오랜 전쟁으로 러시아와 북한이 피로감을 느낄 것이라면서도, 추가 동원과 파병을 감행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양측이 지난 2024년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상 한 쪽이 군사적 공격을 받았을 때 다른 한 쪽은 군사력을 포함한 모든 원조를 지체 없이 제공해야 하며, 파병을 통해 북한이 추가로 얻을 기대 이익을 고려했을 때 실제로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은 ‘상대방이 어려울 때 지원해야 반대급부를 극대화해서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북러 밀착은 이제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 생존 전략으로 이미 자리잡은 상황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임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있는 것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어려운 자국 내 사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요구한다면 그에 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도 북한이 이전보다 더 큰 수준의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파병에 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박 교수는 다만 주요 전선인 쿠르스크가 아닌 접경지역 ‘보로네시’에 파병설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쿠르스크 외 지역에 전력을 보내는 것은 북한으로서도 명분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그 동안 파병은 쿠르스크 지역에 집중된 것이었는데, 쿠르스크 지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침범했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다른 지역에 파병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주장하는 동원령이나 북한 군 추가 파병설은 현 상황에 실현하기 어려운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동원이 연중 수시로 이뤄지는 상황인 만큼 특정 기간에 50만 명을 동원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면서, 북한 군 추가 파병도 지금 추세로 볼 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일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 북한 군이 연중 3만 명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교대 병력을 포함해 러시아 땅을 밟는 북한 군 전략이 5~6만 명 정도가 돼야 교대를 통해 3만 명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두 센터장은 “지금도 파병에 대한 북한 내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상자와 포로 수가 지금보다 늘거나 내부 대비태세에 동원할 전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감수하면서 북한 당국이 추가 파병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어 “북한 군은 이미 쿠르스크 방어와 탈환이란 명확한 목표를 달성했다”며 “러시아에 충분한 기여를 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과 관련해 한국 외교부는 이날 북러 군사협력이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박일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박일 한국 외교부 대변인: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북러 군사협력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엄중한 정세 속에서 한국의 안보 이익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북한 추가 파병설뿐 아니라 최근 최선희 외무상의 모스크바 방문 등 북러 교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북러 군사협력에 반대하는 입장을 확고히 유지하는 가운데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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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 북 핵개발 조달 기관 등 제재대상 통합·정리
이런 가운데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목록 통합·정리 대상에 북한 핵·미사일 관련 조달 기관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OFAC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재 현대화 작업 일환으로 기관과 개인을 합쳐 84개 명단을 제재목록에서 제외했고, 이 가운데 22개는 식별정보를 개선해 제재 준수가 용이해졌다고 밝혔습니다.
공개된 대상 목록에는 북한 ‘조선단군무역회사’가 포함됐고, 제2자연과학원 대외사업국, 조선구월산무역회사, 조선연합2무역회사 등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기관들도 사실상 조선단군무역회사와 같은 조직으로 정리하는 한편 ‘정부기관’이라는 분류를 추가했습니다.
지난 2009년 미국 정부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오른 조선단군무역회사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물자 조달 담당 조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선단군무역회사는 당시 북한의 첨단무기 연구·개발 기관인 제2자연과학원 산하에서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필요한 물자와 기술을 조달했다는 이유로 제재 목록에 포함됐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