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올여름 북한에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냉방시설이 부족한 평양 주민들이 지하철과 상업시설을 찾아 더위를 피하고 있습니다. 일부 노인들은 한낮에 지하철역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전동차를 종점에서 종점까지 반복해서 타는 이른바 ‘지하철 피서’에 나서고 있습니다.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8일 “올 여름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무더위가 들이닥쳐 모두가 힘들어했다”며 “지방보다는 열을 내뿜는 자동차가 많고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많은 평양은 더 했다”고 밝혔습니다.
8월 초 4일간 평양을 방문했다는 이 소식통은 무더위 속 평양의 풍경을 전했습니다. 특히 눈여겨본 것은 지하철입니다.
북한 유일의 평양 지하철은 2개 노선에 16개 역이 설치돼 있으면 전 구간이 100m 이상 깊은 땅속에 설치되어 있어 냉방 시설이 전혀 없지만 한여름에도 시원합니다.
“종점에서 종점까지”…평양 노인들의 지하철 피서
소식통은 “올해 나이가 72세인 외삼촌은 한낮의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하기 전 지하철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다 어두워질 때쯤 집에 돌아왔다”고 전했습니다. 일명 지하철 피서입니다.
“이런 노인이 한둘이 아니라 지하철 역사 내부의 의자가 먼저 나온 노인들로 만석이면, 의자에 앉지 못한 노인들은 지하철을 타고 노선의 끝에서 끝까지 여러 차례 오가며 시간을 보낸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평양지하철은 거리에 따른 요금제가 아니라, 개찰구 밖으로 나오지 않는 한 전동차를 여러 차례 타고 다녀도 추가 요금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일부 노인들이 무료 지하철을 이용해 장시간 이동하며 소일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평양의 노인들은 군인들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소식통은 “지하철에 노인들이 모여들자 관리국 군인들이 나서 노인들을 단속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평양지하철의 운영 주체는 사회안전성 소속의 군 조직인 평양지하철도관리국으로 관리국 직원들은 모두 현역 군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피서법도 있습니다.
평안남도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일부 부유층 가정과 상업시설을 중심으로 냉풍기 설치가 늘어나면서 “먹고 살 여유가 있는 평양의 일부 여성들은 무더위를 피해 냉풍기가 나오는 봉사 시설을 찾아다닌다”고 밝혔습니다.
“청량음료 한두 잔을 주문한 뒤 몇 시간씩 자리를 차지하는 손님들을 내쫓기도 어려워 일부 시설에서는 음료 가격을 올리거나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고민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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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열악한 곳은 버스입니다. 평양뿐 아니라 지방의 버스에도 냉방기는 물론 선풍기조차 달려있지 않습니다.

선풍기도 없는 “한증탕” 버스
평안남도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여름에 선풍기 한 대 설치되지 않은 버스를 타면 마치 한증탕에 들어간 것 같다”며 “출퇴근 시간에는 버스 문을 겨우 닫을 정도로 사람이 들어차 체온과 열기로 밖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김이 서리고 옷까지 눅눅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양 사람들이 지방 주민보다 유일하게 더 고생하는 게 더위와 추위”라며 “겨울엔 중앙난방이 제대로 오지 않아 추위에 떨어야 하고, 여름에 개울이나 계곡, 바다 같은 곳을 쉽게 갈 수 없어 그나마 지방이 가끔 더 나은 때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