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북 ‘완전한 비핵화’ 접근 지속 어려워”

앵커: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북한 핵능력이 최근 30년 동안 10만 배로 늘었다며, 완전한 비핵화를 앞세운 대북 접근이 현실적이지 않단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7일 한국 통일연구원 주관으로 통일부가 서울에서 주최한 ’2026 국제 한반도 포럼‘.

개회사에 나선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완전한 비핵화를 앞세운 대북 접근을 더는 지속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능력은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행사를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완전한 비핵화를 앞세우는 접근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것이 분명한 현실입니다.

정 장관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북한이 모두 57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사실을 들었습니다.

북한이 지난 1992년 신고한 플루토늄 90g과 핵무기 57개 사이에는 10만 배 차이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 1992년 5월 북한이 IAEA에 신고한 5MW 실험용 원자로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을 90g이라고 신고했습니다. 90g과 57개의 핵탄두, 10만 배의 차이가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57개로 특정한 바 있습니다.

정 장관의 이 같은 입장은 북한이 핵능력을 고도화하며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거부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비핵화 목표 언급을 피하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이른바 북핵 ‘우선 중단’을 위한 협상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북한 핵능력 증대 수치에 대한 이 같은 정 장관 발언이 과장된 것이란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10만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 보다는 이전과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을 강조하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정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미북 대화 성사를 위한 대북 메시지를 잇달아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해 “위기가 아닌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자처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은 미국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여 공간을 만들도록 미북 대화를 성사시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북 대화에 그치지 않고 남·북·미·중 4자 대화로 이어지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란 의지도 밝혔습니다.

이는 통일부가 이달 초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4자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것과 방향을 같이하는 것입니다.

당시 조현 한국 외교부 장관은 이 같은 통일부 보고 내용에 ‘이상주의’라는 표현으로 온도차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5일 조현 한국 외교부 장관의 말입니다.

조현 한국 외교부 장관(지난 5일): 정 장관이 이상적인 말씀을 한 것이니까 이를 감안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정 장관은 지난 15일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내용을 언급하며 “선제적이고 지속적 평화조치, 신뢰조치를 통해 미북대화와 4자 대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범정부 차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유관국들과 전략적으로 소통하고 국내외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성을 함께 제기했습니다.


관련기사

한국 정부, 한미 외교 ‘평화’ 표현에 “비핵화의미”

통일장관 “이 대통령, 남북 평화공존 의지 확실”


미 국무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념”

이런 가운데 미 행정부는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라는 미국의 기존 대북 정책에 변화가 없으며, 이를 위해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가 여전히 완전한 북한 비핵화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한국 연합뉴스에 전했습니다.

2008년 6월 27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
2008년 6월 냉각탑 폭파 당시의 영변 핵시설 2008년 6월 냉각탑 폭파 당시의 영변 핵시설 (AFP)

이에 따르면 미국의 또다른 당국자도 같은 질의에 “미국의 정책에는 어떤 변화도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고 미북 대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 외교부가 밝힌 입장과 같은 것입니다. 지난 25일 박두순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박두순 한국 외교부 대변인(지난 25일): 한미 간에 비핵화에 대한, 비핵화 목표에 대해선 흔들림 없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비핵화가 공동 목표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외교부는 한미 외교장관 간 통화 내용을 전한 보도자료에서 ‘비핵화’ 대신 ‘한반도 평화’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이는 ‘북한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이란 입장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