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러 동방경제포럼에 주러대사 파견

앵커: 러시아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참석 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한국 정부가 주러시아대사를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통일부 차원에선 전쟁 상황 등을 고려해 불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가 극동 시베리아 지역 개발을 위한 투자를 유치하고 주변국들과의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해 개최해온 연례 행사 ‘동방경제포럼’.

한국 정부는 다음 달 1~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 이석배 주러시아한국대사를 파견한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에는 주러시아 공사가 공석이었고, 올해 포럼엔 여러 상황을 고려해 대사가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포럼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다가,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급을 낮춰 경제공사나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를 보내왔습니다.

한국 통일부 차원에선 올해 포럼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윤민호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윤민호 한국 통일부 대변인: 제반 상황을 고려해서 통일부에서는 이번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지 않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방경제포럼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된 내용이 없습니다.

통일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참석 여부와 관련해 “아직 파악된 내용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앞서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8월 초 청와대 업무보고를 계기로 한 기자설명회에서 북한과 대화·협상 재개 성사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포럼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지난 5일): 물론 북한은 한국의 동방경제포럼 참여에 부정적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의 입장인거고, 한러관계는 한러관계 대로 독자성이 있기 때문에 포럼 참석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경제포럼 참여를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당시 한국 외교부는 통일부의 포럼 참석 의지를 두고 다소 온도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5일 조현 한국 외교부 장관의 말입니다.

조현 한국 외교부 장관(지난 5일): 매년 그렇듯이 러시아측 행사나 초청 등은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것은 외교부가 해야 할 일인데, 이게 북한과 연계되기 때문에 통일부 장관이 보고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통일부에선 코로나 사태 가운데 지난 2021년 열린 포럼에 이인영 당시 장관이 온라인으로 참석했고, 국장 등 실무급 인사가 대면 참석한 전례도 있습니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최강경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의 변함없는 적대시 정책에 끝까지 최강경으로 대응하려는 우리의 대미정책에는 추호의 변화가 없다”며 “국가 안전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주권을 단호하고 명백하게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현 지위가 “미국의 반복적인 ‘비핵화’ 입장 표명에 의해 약화되거나 희석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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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기억 위한 투쟁 시작해야”

이런 가운데 한국전쟁 기간 동안 발생한 납북 사건 등이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이른바 ‘기억화’(Memorialization) 작업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이옥남 전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6·25납북문제 현주소와 기억화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전시 납북사건은 “기억되기 위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전시 납북희생자 사건을 직접 겪은 가족이나 목격자들이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고 있지만 다음 세대에 관련 기억이나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등, 이른바 ‘기억화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31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6·25납북문제 현주소와 기억화 방향 모색' 세미나.
31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6·25납북문제 현주소와 기억화 방향 모색' 세미나. 31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6·25납북문제 현주소와 기억화 방향 모색' 세미나. (RFA)

정치 상황이나 남북관계에 따라 전시 납북사건 문제가 주요 의제에서 소외됐단 점도 낮은 인지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면서 이미 발굴된 다양한 사료를 활용해 피해자 가족의 사적인 기억을 사회적 기억으로 활성화하고, 유엔 등 북한 인권 관련 국제기구·시민단체·연구기관이 연대해서 전시 납북 문제를 보편적인 인권 문제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인권대사를 지낸 제성호 중앙대 명예교수는 같은 자리에서 여러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권리 구제를 위한 실질적 방안이 여전히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성호 중앙대 명예교수: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한국 서울중앙지방법원에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또 1심에서 승소 판결을 얻어냈습니다. 그런데 이 판결에 근거해서 실제 배상금을 주는 추심금 소송 진행은 지금 막혀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제 교수는 “북한은 여전히 납북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완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사법적인 구제 시도마저도 실질적인 배상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미비해 좌절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 1세대 가족들이 급격히 고령화돼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하며, 한국 정부가 북한 지도부에 대한 국제법적 책임 추궁과 국제 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성의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KWAFU) 이사장도 같은 자리에서 책임 규명 등을 위한 기억화 사업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이성의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 세월이 지남에 따라, 6·25전쟁 납북자라는 역사적 기억은 점차 거의 주변화되어 가기 때문에 지금 시기마저 놓치면 영영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절박감이 있습니다.

이날 토론회는 납북사건 피해자 가족 모임인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가 법정단체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개최됐습니다.

협의회는 개정된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 지난 28일 시행됨에 따라 통일부 승인을 받은 법정단체가 됐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