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994년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를 이끌어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는 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회담 자체는 긴장을 낮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갈루치 전 특사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기자: 4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갈루치: ‘비교우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그는 이전에 김정은을 여러 차례 만났고,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미국은 여러 세대의 김씨 일가를 상대로 관여를 시도해왔지만 우리 관점에서 그다지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을 어떻게 평가하든, 개인적 외교를 펼쳐 그 나라 지도자와 일종의 정상회담을 가졌다는 점에서 독특한 일을 해냈습니다.
1기 행정부 말기의 마지막 회담이 잘 풀리지 않았다는 점도 짚어야합니다. 알려진 바로는 김정은은 그 회담이 마무리된 방식에 매우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한 번의 정상회담이라는 구상에 지나친 낙관을 갖고 접근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다만 이것이 미국과 북한이 다시 관여할 기회일 수는 있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 없이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으려나요?
갈루치: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어야 합니다. 누구 눈에나 명백한 사실이니까요. 미국이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 자체는 특별히 흥미로운 일도 아니고 어떤 종류의 양보도 아닙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그 인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느냐입니다. 만약 미국이나 다른 어떤 나라가 핵확산금지조약, 즉 NPT에서 쓰이는 의미의 ‘핵보유국’으로 북한을 대우하겠다고 말한다면, 저는 그것이 심각한 실수이자 오판이라고 봅니다.
미국은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아마도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미국이 핵확산에 반대하는 정책을 계속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최초의 5개국을 넘어서는 국가는 확산으로 간주하며, 이들이 비핵 지위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미국의 정책입니다.
기자: 국무부는 최근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현실적인 목표일까요?
갈루치: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라는 목표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 목표를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현실을 보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고, 핵보유 지위를 헌법에 명시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므로 미국이 관계 개선과 긴장 완화를 논의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되, 북한의 핵보유 지위를 최우선 의제로 먼저 꺼내들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목표를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것이 첫 번째 의제일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첫 단계는 핵 동결이 되어야 합니까?
갈루치: 고전적인 방법 중 하나가 신뢰안보구축조치, CSBMs(Confidence-and security-building measures)입니다. 양측이 서로의 군사훈련을 참관하는 형태가 있을 수 있고, 북한이 핵무기 추가 보유나 핵실험에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결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실수와 확전 가능성을 줄이는 군비통제, 나아가 실제 감축인 군축까지 갈 수 있습니다.
1980년대를 떠올려 봅시다. 미국과 당시 소련은 합쳐서 6만 기에 가까운 핵무기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군비통제 합의와 병행한 일방적 조치를 통해 그 숫자를 약 1만 2천 기로 줄였습니다. 상당히 진지한 감축입니다.
이 역사가 시사하는 바는, 핵무기의 즉각적 포기를 논하지 않고도 긴장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다는 것입니다. 즉각적 포기는 극히 가능성이 낮습니다. 먼저 양측의 정치적 행동으로 약간의 신뢰를 쌓고, 그 다음에 사고나 실수의 가능성을 줄일 물리적 조치를 봐야 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핵탄두 57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수치가 정확하다고 보시나요?
갈루치: 우리가 북한의 핵무기 수를 한 자리 숫자까지 정확히 알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57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범위로 말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정보기관이 함께 추정한다면 아마 십 단위 오차 범위 안에서 정답에 꽤 근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57이라는 정확한 숫자를 집어내는 것은, 정보 공동체에 요구하는 수준을 생각할 때 다소 개연성이 떨어져 보입니다.
기자: 북한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돕고 경제적으로 중국과도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역학이 협상에 영향을 줄까요?
갈루치: 현재 북러 간의 관계는 양국 모두의 편의에 따른 것입니다. 새로운 동맹을 떠받치는 깊은 지정학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전직 협상가로서 미국 정부에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갈루치: 외교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군사력은 강하게 유지하고, 동맹의 견고함에 대해서는 어떤 모호함도 남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특히 서울과 일본의 동맹국들에게 말이죠. 그리고 북한이 군사적 경로로는 더 나은 위치에 이를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긴장이 있더라도 안정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외교를 통해 긴장이 덜한 상태로, 신뢰안보구축조치가 작동하는 상태로 나아가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동북아시아가 당사국 간의 충돌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 관여하려 시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