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된다면 단계적 협상을 추진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워싱턴 일각에서 제기되는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목표를 완화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북한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우리가 먼저 입장을 바꾸는 ‘자기 자신과의 협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현재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에서 외교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4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힐 전 차관보: 지금 시점에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그 회담의 목적이 무엇이 될지를 말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관계가 좋든 나쁘든 그저 그렇든, 그것이 무언가로 이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을지프리덤실드를 축소하면서 이 훈련을 ‘적대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김여정 부부장은 이를 일축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 우리는 매년 이 훈련을 실시합니다. 목적이 있어서 하는 겁니다. 한국 방위를 목표로 한 군사훈련을 하려는 겁니다. 이건 공격적인 훈련이 아닙니다.
그런데 매년, 북한이 반발합니다. 보통은 이것이 북한을 침공하기 위한 공격적 훈련이라는 식으로 비난하고, 그러고 나서는 항상 위협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대통령이 훈련을 축소한 겁니다.
기자: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돕고 있고 중국과도 경제적으로 가까운 상황입니다. 이런 역학이 북미 대화 성사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힐 전 차관보: 과거에 러시아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동아시아 정세를 어떤 식으로든 불안정하게 만드는 일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과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이는 러시아가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사안을 다루던 시절, 이제 15년이 조금 넘었습니다만, 그때 중국과는 함께 일했습니다. 문제도 있었지만 협력했고 외교를 조율하려 했습니다. 그런 시절은 끝난 것 같습니다.
지금 중국이 걱정하는 것은 북한이 러시아와 지나치게 가까워져 중국이 무대에서 밀려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경제 영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크지만, 북한이 정치적·전략적 사안에서 오직 러시아만 바라보는 상황은 원하지 않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누구에게도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입니다. 중국과 더 체계적으로 대화하는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러시아로부터) 군사적으로 지원까지 받는 북한은 우리 두 나라(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정말로 원하는 바가 아니라는 점을, 중국과 조용히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자: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 없이는 미국과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힐 전 차관보: 수년간 더 강경해져 왔습니다. 제가 일하던 시절에도 그 입장에서 물러서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당시 우리의 접근법은 조금씩 단계적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원자로를 가동 중단시키고, 그다음 불능화하고, 검증할 수 있는 팀을 들여보내 이를 확인하게 합니다. 그리고 고농축우라늄과 관련해 그들이 무엇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작업을 함께 할 수도 있습니다. 아주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몇 걸음 뒤에 고개를 들었을 때 자신이 얼마나 멀리 왔는지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접근법을 선호합니다.
미국에는 우리 협상가들이 들어가서 ‘세기의 합의’를 들고 나오기를 기대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애초에 세기의 합의 같은 것은 없었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는 북한 문제에서 매우 어려운 위치에 있습니다.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지금 워싱턴에 이 문제를 다룰 여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미 우크라이나 문제가 크고, 유럽 동맹국 문제가 크고, 러시아와 중국 문제가 큽니다. 북한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집중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질문의 전제에는 동의합니다. 북한은 지금 핵보유국이 아닌 그 무엇도 될 생각이 없습니다.
기자: 워싱턴에서는 CVID에서 한발 물러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국무부는 여전히 CVID가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힐 전 차관보: 제가 일하던 시절, 15년도 더 전이지만, 우리도 CVID를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CVID를 어떤 식으로든 약화시키려는 시도는 자기 자신과 협상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우리가 알아서 입장을 바꾸는 셈이니까요. 그건 우리끼리 협상하는 겁니다.
CVID가 달성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이해합니다. 제가 일하던 시절에도 똑같은 생각들이 오갔고, 솔직히 저 자신도 CVID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뚜렷한 이유도 없이 양보를 하고, 결국 북한에 “가만히 앉아 있어라, 우리가 더 양보하겠다”고 말하는 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자: 회담이 열린다면 무엇이 있어야 좋은 출발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힐 전 차관보: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마 있을 겁니다. 몇 해 전 베트남에서 북한이 영변의 완전한 해체안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목표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다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 그것은 정상회담 차원이 아니라 더 실무적인 차원에서 논의됐어야 합니다. 저라면 영변 지도를, 바닥을 다 덮을 만한 큰 지도를 가져와서 이렇게 묻는 것이 흥미로웠을 겁니다. “20동은 어떻게 할 겁니까? 19동은 어떻게 할 겁니까?” 그들이 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놓고 붙들고 씨름해보는 겁니다.
라이스 전 국무장관이 쓰던 표현으로 ‘협력의 패턴’을 만들어가는 것이고, 우리가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데 얼마나 진지한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물론 북한은 영변 해체의 대가로 우리가 “따라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고 말해주기를 원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그것을 요구했는지는 모르겠고, 솔직히 그렇게 하는 것은 우리 이익에 부합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테이블에 올라온 것이 원하는 것의 일부에 불과하더라도, 그것을 붙들고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하고 물으며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감을 잡으려는 훨씬 진지한 노력이 있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과의 관여가 왜 중요한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힐 전 차관보: 우리는 이란과 여섯 달째 전쟁을 하고 있고, 그 전쟁의 표방된 이유는 이란이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와 운반체 등을 갖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공정하게 말해서,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무기를 갖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란에는 모든 것을 하면서 북한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 균형을 우리 이익에 맞게 조금은 조정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