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외화를 입출금할 수 있는 전자결제카드 사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카드를 통해 시중의 외화를 은행으로 끌어들이고, 현금 발행과 유통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일부 주민들도 역시 현금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고, 거스름 돈 때문에 겪던 불편도 사라져 카드 사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전자결제카드 사용 실태를 정영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최근 북한의 전자결제 카드 사용 실태는 어떻습니까?
기자: 북한에서 현금카드가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중반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에는 주로 외국인이나 고위층 등 제한된 계층을 중심으로 사용됐지만, 2010년 조선무역은행이 외화를 충전해 사용하는 나래카드를 발행하면서 전자결제 카드 사용이 본격화됐습니다. 이후 고려카드와 전성카드 등 다양한 카드가 등장하면서 평양을 중심으로 사용이 확대됐고, 최근에는 지방의 주요 도시에서도 전자결제 수단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북한에서는 한국이나 국제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용카드, 즉 신용을 기반으로 돈을 먼저 쓰고 나중에 갚는 식의 신용거래 카드는 없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 당국이 기업소 간 거래에서도 현금 사용을 줄이고, 카드 등을 이용한 전자결제로 전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도 점차 ‘무현금 사회’로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북한에서 말하는 ‘무현금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입니까?
기자: 말 그대로 모든 현금이 사라진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국가가 관리하는 경제 영역에서 현금의 사용과 유통을 최대한 줄이고 전자결제를 확대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소 간 거래를 카드나 계좌를 통한 결제로 전환하고, 노동자들의 월급도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카드에 넣어주는 방식입니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화폐를 새로 발행하고 유통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주민들의 소득이 카드에 기록되기 때문에 국가가 개인의 수입과 지출 규모를 파악하기도 쉬워집니다. 결국 전자결제카드는 화폐 발행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주민들의 경제활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북한 노동자들의 월급을 카드로 지급하면 현금이 장마당으로 유출되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공장 기업소가 노동자들의 임금을 카드에 입금하면, 노임이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과정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월급을 카드에 넣어주면 주민들이 식량판매소나 상점에 가서 카드로 물건을 구입하게 되기 때문에, 돈이 장마당으로 빠지지 않고 다시 국가가 관리하는 유통망으로 돌아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노동자들의 월급이 보잘것없습니다. 지난 2023년 북한은 근로자들의 기본 월급을 크게 인상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물가도 함께 오르면서 실제 구매력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는데요. 근로자 한 달 월급으로 쌀 1킬로그램을 사기도 어려울 정도라는 걱정도 들립니다.
앵커: 외화 전자결제카드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외화결제카드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외화 카드 사용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 나온 한 북한 무역업자는 “현재 평양과 지방의 주요 도시에서 외화상점과 호텔 등을 중심으로 무역은행과 대성은행 등이 발행한 나래카드와 미래카드 등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주민들이 필요한 만큼 외화를 카드에 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이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소식통은 “외화상점이나 백화점 같은 매장에서도 외화 카드로 결제가 가능하고, 주민들은 현금자동충진기 등을 이용해 필요한 만큼 돈을 넣고 사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실제로 북한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는 어떤 모습입니까?
기자: 소식통이 제공한 사진을 보면 대성은행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설치돼 있습니다. 기기 아래에는 ‘평양광명정보기술사’라는 명칭이 적혀 있어, 이 기관이 현금자동입출금기의 기술적 지원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기에는 현금을 넣는 곳과 인출하는 곳이 따로 있고, 오른쪽에는 카드를 삽입하는 곳이 있습니다. 또 거래 내역이나 영수증을 출력하는 ‘전표인쇄’ 기능도 있습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부분에는 다른 사람이 비밀번호를 훔쳐보지 못하도록 덮개 형태의 보호장치도 설치돼 있습니다. 즉 기본적인 기능은 외국에서 사용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와 상당히 유사한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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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전자결제카드 선호… “도난 위험, 잔돈 지불 부담 줄여”
앵커: 북한 주민들이 외화 카드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소식통은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위험이 줄어들기 때문이고, 거스름 돈 바꿀때 수수료도 지불하지 않아서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에는 돈지갑을 잃어버리거나 현금을 도난당하면 돈을 되찾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카드를 잃어버리더라도 비밀번호를 모르면 다른 사람이 돈을 사용하기 어렵고, 카드를 정지시키면 남아 있는 돈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북한에서 외화를 현금으로 사용할 때 발생하는 ‘잔돈’ 문제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건을 사고 1달러나 5달러짜리 잔돈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북한에서는 이런 소액 달러가 부족해 잔돈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잔돈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거나 환전상을 찾아가야 했고, 경우에 따라 약 15% 정도의 수수료까지 내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카드로 결제하면 정확한 금액만큼 차감되기 때문에 이런 불편이 사라진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외화 전자결제카드가 북한 당국에는 어떤 이점이 있습니까?
기자: 가장 큰 목적 가운데 하나는 시중에 있는 외화를 은행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북한 당국은 달러나 위안화 같은 외화를 사용하는 주민들을 단속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강압적인 외화 단속은 오히려 주민들이 외화를 국가에 맡기지 않고 집에 보관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른바 ‘장롱 속 달러’가 늘어난 겁니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외화가 주민들의 손에 머물러 있으면, 국가가 사용할 수 있는 외화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강제로 외화를 빼앗거나 단속하기보다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외화를 은행에 넣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카드에 외화를 충전하면 국가 산하 은행으로 돈이 들어오고, 주민들은 그 카드를 이용해 외화상점이나 호텔 등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 “입금은 자유, 출금은 한도 정해” 뱅크런 방지
앵커: 카드를 통해 외화를 은행에 넣도록 하면 반대로 주민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외화는 비교적 자유롭게 입금할 수 있지만, 하루 인출액에는 한도가 설정돼 있습니다. 이는 주민들이 한꺼번에 돈을 인출하는 이른바 뱅크런, 즉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외화를 은행에 모으면서도, 동시에 대규모로 외화가 빠져나가는 상황은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앵커: 전자결제가 확대되면서 기존 환전상들에게는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외화상점이나 외화식당 주변에서 ‘돈 데꼬(환전상)’들이 달러나 위안화를 바꿔주면서 수수료를 챙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드 사용이 확대되면 주민들이 직접 은행에 외화를 입금하고 카드로 결제할 수 있기 때문에 환전상을 찾을 필요가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북한 당국은 카드를 확대함으로써 시중의 외화를 은행으로 집중시키고, 환전상들의 역할을 축소하는 동시에 현금 발행과 유통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주민들은 현금을 보관하는 부담을 줄이고, 잔돈을 구하거나 환전 수수료를 내야 하는 불편도 덜 수 있습니다.
다만 북한 당국이 카드 거래를 통해 주민들의 소득과 지출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통제와 감시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러한 주민들의 우려를 어떻게 극복하면서 ‘무현금 경제’로 갈지 주목됩니다.
앵커: 정 기자, 잘 들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