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보톡스’ 유행, 값싼 모조품 인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단순히 좋은 화장품을 골라 쓰는 것을 넘어 주름을 없애는 ‘이도수’(보톡스의 일종), 머리 염색, 귀걸이 등 미용을 향한 관심이 점점 다양화하고 있다. 북한 특유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 등 집단공동체적 스타일을 추구하던 것에서 벗어나 남들보다 특별하게 보이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평안북도의 주민소식통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여성들이 미용에 돈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라며 “특히 주름을 펴 젊게 보이게 해 준다는 이도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도수는 한국의 보톡스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미용 제품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수는 주사 형태이며 1회용 앰플 1개당 정품은 중국돈 2천위안에 거래되고 있다. 북한에서 2천위안으로 쌀 50kg을 살 수 있는 것을 고려하면 정품의 가격이 상당히 비싸 부유층 여성만 이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은 효과의 유지 기간은 짧지만 가격은 싼 이도수 ‘모조품’을 찾고 있다고 한다. 모조품은 중국산으로 개인이 주요 성분을 조합해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품 이도수의 효과는 약 1년간 유지되지만 모조품은 효과가 3개월정도 유지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모조품의 가격이 정품의 20분의 1 정도인 100위안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중국산 이도수 모조품은 북한 여성들의 폭발적인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평안남도의 주민소식통도 20일 “요즘 들어 여성들 속에서 아름다움과 젊음을 추구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면서 “특히 여성들 속에서 좋은 화장품도 인기가 높지만 얼굴의 본바탕을 희게 하고 주름을 없앨 근본 방법을 더 추구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만 타이베이의 한 성형외과에서 여성이 히알루론산 주사를 맞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대만 타이베이의 한 성형외과에서 여성이 히알루론산 주사를 맞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대만 타이베이의 한 성형외과에서 여성이 히알루론산 주사를 맞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AFP)

모조품은 부작용 유발

이도수의 사회적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젊게 보이고 싶은 여성들이 가정 형편은 고려하지 않고 이도수에 집착해 가정불화로 이어지는 현상도 있다고 한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또한 이도수 모조품의 부작용으로 얼굴이 부풀어 오르고 일그러져 볼품이 없게 된 여성도 있다고 한다.

주름 펴기 주사 외에 머리를 검게 염색한다는 핑계로 주민들 속에서 최근 갈색머리 염색도 많이 하고 있다고 평안북도 주민소식통은 전했다. 검정 염색이 오래돼 갈색으로 변했다고 변명을 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연한 갈색이나 노란색 염색까지는 하기가 어렵다. 이 소식통은 “갈색이 분명하지만 일부 길거리의 규찰대도 어쩔 수 없는지 보고도 못본 척 한다” 고 전했다.

또한 여성들 속에서 귀걸이도 미의 주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한때 북한에서 귀걸이는 ‘자본주의 날라리 풍’이라며 통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2011년부터 일부 제한적으로 귀걸이를 허용했으나 링(고리)의 크기가 1cm 이내로 제한했다.

이에 여성들은 귀걸이의 크기가 제한된 상황에서 다양한 변형을 하기 시작했다고 평양북도 소식통은 밝혔다. 둥근 모양의 링귀걸이에서 벗어나 별, 꽃, 복숭아, 사과 등을 비롯해 동물의 모양까지 다양한 귀걸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은 남한 영화와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면서 “남한 드라마와 영화가 유입되기 전에는 옷도 ‘장군님 잠바’, 머리도 ‘원수님 머리’라며 짧게 깎고, 옷차림도 사회주의 생활양식이라며 단체복이 유행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요즘은 단체복장이나 비슷한 색깔과 모양의 차림새를 거부하는 분위기라고 그는 주장했다. 같은 모양의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나면 다른 옷으로 바꿔 입는다는 것이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보톡스와 같은 미용 시술로까지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차원을 넘어, 외모를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소비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은이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에서도 시장경제 활동이 확대되면서 소득 수준에 따른 소비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며 “미용 소비의 고급화는 북한 사회의 소비 수준이 높아지는 현상인 동시에, 계층 간 경제적 격차가 소비생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정 실장은 북한 당국이 한국식 화장법이나 외모를 모방하는 현상, 지나친 사치와 외래문화 확산에 대해서는 단속을 강화하면서도 미용 소비는 일부 허용하는 이중적 대응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디터 이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