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2일 전 국경선에 ‘새로운 대응 수단’이 임무 대기 태세에 들어갈 것이며, 대남 확성기도 수일 내 대기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해 미국 내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응 의지를 시험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이 “한국 청와대 국방정책특별보좌관이라는 자가 21일 주제넘은 반응을 내놓은 데 대해 또다시 다음과 같은 경고를 보냈다”라며 이같이 전했다. 특히 “이것은 위협이 아닌 분명한 경고”라며, “그에 대해서는 두고 보면 알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북, 한국 대응 의지 시험 중”
하지만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상황을 악화하려는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한국 정부의 대응 의지를 시험함과 동시에 미북 대화에서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협상의 핵심 의제로 세우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 육군 특수부대 장교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미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현 상황은 분명 경계해야 하지만, 북한이 대규모 무력 충돌을 결정했다는 증거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대남 확성기 방송 위협으로 접경 지역 주민을 압박하고, 한국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주면서 대북 정책에 영향을 주는 것만으로도 북한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군사분계선의 요새화 활동을 유지하면서 한국군의 대응 의지를 시험해 보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맥스웰 부대표는 덧붙였다.
미 국가정보국(DNI) 북한 담당관을 지낸 시드니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도 23일 RFA에 “북한이 남북 간 긴장을 고조하고 있지만, 상황을 악화하려는 것 같지는 않다”는데 동의했다.
사일러 선임고문은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는 한국군이 북한군에 경고 사격을 실시한 데 대한 ‘비대칭적 대응’(asymmetric response)으로써 실제 위해를 가하지 않으며, 긴장을 완화하기도 비교적 쉽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높임으로써, 미북 협상의 핵심 의제와 목표를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의 긴장 완화로 설정하려는 전략적 이점도 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브루스 베넷 선임 국가안보 분석가도 “북한이 한국에 압력을 가하면서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시험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베넷 분석가는 “북한은 한국을 상대로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이재명 정부가 아무런 대응을 못 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재명 한국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지도자임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한국이 강력히 대응할 때 어떤 점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지 등을 파악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유엔사 긴밀한 공조 중요… 북 ‘틈새 공략’ 막아야”
또 전문가들은 한국군과 유엔군사령부의 일관된 전략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사일러 선임 고문은 현시점에서 한국군과 유엔군사령부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맥스웰 부대표는 한국과 미국 정부, 유엔군사령부 사이에 일관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 상황에 대한 공동 평가와 조율된 대외 메시지, 추가 사건 발생 시 대응을 위한 명확한 체계를 갖춰, 북한이 틈새를 노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맥스웰 부대표는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외에도 지뢰 설치, 군사분계선 내 병력 활동과 경고 사격, 군사적 보복 위협 등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남북이 의도치 않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북한이 대응 조치를 주고받는 악순환을 주도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베넷 분석가는 북한의 위협에 한국 정부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 내 일부에서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또 한국이 지나치게 강력히 대응한다면 상황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이라며,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미동맹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맥스웰 부대표는 북한과 외교의 문은 계속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 대화를 추진하더라도, 북한의 강압(coercion) 의도를 간과해서는 안 되며, 동맹의 안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한국 정부와 긴밀히 조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RFA는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에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예고하고, 군사분계선 내 긴장을 높이는 데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거듭 물었지만, 23일까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사일러 선임 고문은 오는 11월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낙관적인 발언에서 지금은 선제적으로 기대를 낮추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는 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나중에 비판받는 상황을 피하면서 기대치를 관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백악관에서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나도 모르겠고, 누가 회담을 요청하고 있는 지도 확실치 않다”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