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당일 일정으로 중국 단둥을 깜짝방문 한 데 대해 많은 언론과 전문가의 다양한 평가와 분석이 나왔다.
신압록강대교를 통한 북중 경제협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과 군사 교류 또는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조율의 가능성 등이 제기된 가운데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는 “북한 체제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자신의 눈에는 다른 장면이 보인다”라며 김 위원장이 모순된 행보를 보였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다.
“평양이 원치 않았던 항미원조기념관 방문”
리 대표는 김 위원장의 방중 다음 날인 지난 25일 RFA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의 중심은 경제협력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중국의 6.25 한국전쟁 참전을 기린 항미원조기념관이었다며,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보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리정호] 북한은 지금까지 중국이 자기 나라를 지켜줬다고 선전하지 않고, 김일성이 조국 해방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래서 김정은도 집권 후 2013년에 조국해방 전쟁기념관을 새로 만들었는데, 그곳에 가면 몇십 개 전시관 중 중국인민지원군에 관한 전시관은 한 개밖에 없습니다. 내가 알기로 김일성, 김정일도 중국이 만든 항미원조기념관을 가 보지 않았을 겁니다.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의 발자취를 경건히 추억하며 영원한 감사와 경의를 드린다’란 친필 사진문헌기념판을 선물했다.
리 대표는 시진핑 주석의 집권 초기부터 중국의 희생이 잊혀서는 안 된다는 뜻을 평양에 분명히 전해왔다며 지난 15일 개통한 신압록강대교도 같은 맥락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북중 관계와 협력의 상징인 신압록강대교가 중국의 전액 투자로 2014년에 완공됐지만, 장성택의 처형과 함께 사형 선고를 받고 12년 동안 방치된 것에 대해 베이징은 모욕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리 대표는 설명했다.
자신이 사형 선고 내렸던 ‘장성택 다리’ 직접 건너
북러 자동차 두만강 다리와 달리 오랫동안 방치된 다리에 불만을 품은 중국 지도부가 개통을 지속적으로 압박했고, 북한도 극심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빗장을 열었지만, 개방과 외부 정보 유입에 대한 김 위원장의 두려움은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처형한 ‘장성택의 다리’를 건너 항미원조기념관을 찾은 김 위원장의 행보는 김씨 일가가 70여 년간 감춰 온 역사 앞에 선 것과 다름없다고 리 대표는 해석했다.
또 리 대표는 미중 경쟁 속에 중국이 냉전 시대의 반미 공동전선을 되살리려는 것 같다며, 북한에는 항미원조의 과거를 잊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그 대열에 묶어 두려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당일치기 방중의 배경과 의미 등을 일문일답으로 짚어봤다.
[기자]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당일치기 중국 방문을 어떻게 평가하고 분석하는가?
[리정호] 김정은이 당일치기로 갔다 오지 않았나. 그것도 12년 동안 닫아놨던 다리로(신압록강대교) 갔다. 중국이 김정은을 그 다리로 오게 하고 단둥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베이징도 아니고 단둥에서 만난 것은, 다리를 새로 만들었으니까 그걸 타고 오라는 뜻이다. ‘장성택 다리’로 건너가 다른 행사도 아닌 항미원조기념관을 찾았는데, 여기는 중국이 보는 시각으로 중국이 북한을 지켜내고, 해방시킨 해방자로 되어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미 제국주의를 물리친 ‘백전백승 강철의 영장’으로 돼 있다.
중국은 6.25 한국전쟁 당시 북한이 압록강까지 다 밀려났을 때 무기와 탄약, 식량 등을 다 보급하고, 수십만 명이 참전했다. 그래서 중국은 늘 “조선의 산과 들, 땅에는 중국인민지원군 전사들의 피와 뼈가 묻어 있다”고 말한다. 그걸 잊지 말라고 하는데, 2012년에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면서 이걸 세게 들고나온다. 이번에 김정은도 아마 깜짝 놀랐을 수 있다.
[기자] 어떤 점에서 놀랐을 거란 말인가?
[리정호] (항미원조기념관)의 전시관을 둘러보고 중국인민해방군이 북한을 지켜준 것에 대해서 말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중국이 자기 나라를 지켜줬다고 선전하지 않고, 김일성이 조국 해방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말해왔다. 김정은이 집권한 후 2013년에 조국해방 전쟁기념관을 새로 만들었는데, 그곳에 가면 몇십 개 전시관 중 중국인민지원군에 관한 전시관은 한 개밖에 없다. 내가 알기로 김일성, 김정일도 중국이 만든 항미원조기념관을 가 보지 않았을 거다.

[기자] 그렇다면 중국의 의도와 권유에 따라 김 위원장이 직접 항미원조기념관을 방문하고, 헌화했다고 보나?
[리정호] 아마 여러 가지 조건이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중국과 협상할 일이 있다면 베이징에 가서 시진핑을 만나는 게 관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둥에 가서 항미원조기념관을 방문하고, 왕후닝을 만나고, 버스 공장을 본 뒤 돌아갔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북러 간 두만강 자동차 다리는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16개월 만에 다 완성하고, 개통식을 할 때는 김덕훈 내각 제1부총리까지 보냈다. 그런데 신압록강대교 개통식은 지방 행사로 처리하는 수준이었다. 중국으로서는 현재 북한이 러시아에 너무 쏠려 있으니까 무언가 압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12년 동안 미뤄왔던 다리를 개통할 수 없다고 본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일정을 조율했을 수도 있지만, 이는 북한의 자주 외교 원칙과 모순된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늘 자주권, 자주 외교를 외치는데, 중국에 가서 이를 조율하고, 중국의 승인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미숙하다고 본다.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의 압력이 없이는 김정은이 단둥에 갈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방중은 정치적 메시지... 미북 회담 조율 가능성도”
[기자]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그런 의도를 알면서도 단둥에 갔다는 것인가?
[리정호] 내 생각에는 중국이 압박과 함께 뭔가 베네핏(혜택)을 던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 않으면 김정은이 왜 당일치기로, 그것도 자신이 12년 동안 사형 선고를 내렸던 그 다리를 건너, 특별히 하는 것도 없이 단둥에 갔을까 싶다. 이것은 중국의 의도된 전략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본다. 또 사진을 보면 왕후닝과 김정은이 중앙석에 나란히 앉아 있다. 김정은도 한 나라의 수반이고, 북한 사람이 볼 때 신적인 존재로 모시는 우리 지도자가 제일이라고 했는데, 세팅 자체를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다.
[기자] 모두가 김 위원장의 방중을 갑작스럽게 받아들였다. 이 방문 일정이 오래전부터 계획돼 있었다고 보나?
[리정호]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한 달 전, 아니면 신압록강대교 개통 전에 이미 압력이 있었고, 일정은 갑작스럽게 조정됐을 수 있다. 이번 방문의 면면을 보면 이건 정치적이다. 정치적 메시지가 있단 뜻이다. 경제 협력이나 개방과 관련해서 왕후닝과 할 이야기는 없다고 본다.

[기자] 마지막으로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후 미북 정상회담 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리정호] 여전히 반반인데, 김정은의 입장에서 본인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그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위상이 올라가는 거다. 그다음은 어디서 만나는가의 장소 문제인데, 김정은으로서는 중국보다 평양에 와서 만나자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은 중국에서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번 단둥 방문에서 이런 것도 논의했을 수 있고, 시진핑이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조건은 충분한데, 이는 김정은이 자주 외교를 외치던 것과 모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