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로 6명이 사망한 가운데, 사망자 전원이 북한 국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지난 24일 러시아 보안·사법기관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이날 저녁 유대인 자치주 스미도비치 지구 철길 건널목에서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한 사망자 6명 전원이 북한 국적자라고 보도했다.
러 당국, 사망자 체류 신분 미확인
같은 날 극동교통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사고는 니콜라예프카와 데즈뇨프카 구간 건널목에서 발생했다. 7명이 탑승한 미니버스가 적색 신호를 무시하고 철길에 진입했다가 하바롭스크발 블라고베셴스크행 여객열차와 충돌한 것이다.
이 사고로 탑승자 7명 중 6명이 현장에서 숨졌고, 중상을 입은 1명은 인근 하바롭스크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하바롭스크 보건부는 이 생존자가 다발성 늑골 골절 등을 입었으나 현재는 안정된 상태라고 전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동부 교통수사국은 사고 당일 철도 운행 안전 규정 위반 혐의로 형사사건을 개시했다. 다만, 유대인 자치주 정부와 공식 수사기관은 사망자들의 국적을 ‘외국인’으로만 발표했을 뿐, 북한 국적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이들이 러시아 내에서 어떤 신분으로 체류 중이었는지, 어떤 직종에 종사하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리아 비로비잔 등 현지 매체도 버스 탑승자들을 ‘외국인 노동자’로 지칭했지만, 이들의 비자 종류나 고용주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대북 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모든 유엔 회원국에 2019년 12월까지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송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북한 노동자들은 관광, 유학, 기술 연수 명목의 비자로 러시아에 파견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정식 노동 비자를 발급받은 사례도 전해졌는데, RFA 취재 결과, 지난해 7월 하바롭스크의 한 고층 아파트 건설 현장에 북한 노동자들이 3년 기한의 노동 비자를 받고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 전문가 “시신 송환도 비용 절감이 우선”
전문가들은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안전 장비조차 없이 위험한 작업과 열악한 이동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렉 스칼라튜 회장은 28일 RFA에 러시아 내 노동 현장의 안전 실태를 꼬집었다.
[스칼라튜 회장] 러시아 극동에서 북한 사람들은 특히 벌목과 건설 분야에서 일해 왔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업종입니다. 건설 노동자들 역시 적절한 안전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안전 조치 없이 안전벨트나 그와 유사한 어떤 것도 착용하지 않은 채 구조물 위에 올라가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사진을 분명 보셨을 겁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안전 실태는 과거에도 드러난 바 있다. 2024년 9월에는 모스크바 외곽 힘키의 건설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 리영철 씨가 임시 발판에서 작업하다 3층 높이에서 떨어졌다. 당시 러시아 매체 ‘매쉬’(Mash)에 따르면, 리 씨는 추락 직후 의식이 있었지만, 현장 책임자는 응급조치 대신 그를 차에 태워 인근 다리 밑에 방치했고, 리 씨는 결국 그곳에서 숨졌다.
해외에서 숨진 북한 노동자의 시신 처리에 대해서도 비인도적 관행이 지적됐다. 스칼라튜 회장은 과거 러시아 벌목장에서 동료들의 시신을 직접 다뤘던 탈북민의 증언을 인용해, 겨울에 숨진 노동자들의 시신을 보관했다가 봄이 되면 한꺼번에 트럭에 실어 나간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스칼라튜 회장] 건설 현장이든 벌목 현장이든, 문제는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는 겁니다. 유가족 보상에도, 유가족 위로에도 초점이 있지 않습니다. 오로지 비용 절감과 이 사업을 운영하는 당국 또는 기관들의 편의에만 맞춰져 있습니다. 아마 사망한 북한인 6명도 트럭에 실렸다가 기차를 통해 모두 한꺼번에 송환될 겁니다.
한편,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과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사망자들의 국적 확인과 사고 관련 추가 정보를 요청하는 RFA의 이메일 질의에 28일 오후까지 답하지 않았다.
에디터 노정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