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 대북확성기 방송 이튿날은 일시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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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군은 대북 확성기가 재가동된 이튿날인 10일엔 방송을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전방지역에 대남 확성기를 설치중인 동향도 포착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9일 북한이 반복해서 오물 풍선을 띄우자 이에 대응해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가동을 재개한 한국 군.

다음 날인 10일엔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비열한 행위를 할 경우에는 즉시 방송할 준비는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긴장이 고조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이 대남 방송용 확성기를 설치하는 동향이 한국 군 당국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한국 합참은 “현재까지 대남 방송은 없었지만, 북한 군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한국 군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도 대북 확성기 방송과 관련해 융통성을 발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의 말입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전략적·작전적 상황을 고려해서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합니다. 또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그것은 필요할 때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군은 항상 준비돼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 군은 전날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두 시간 만에 중단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장비 휴식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필요한 시간만큼, 필요한 시간대에 작전을 실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답변했습니다.

지난 2015년 대북 확성기 재개 당시처럼 북한이 포격 도발로 대응할 경우 장병 안전 확보 대책에 대해선 “1차적으로는 방호가 되는 곳에서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필요한 장구류를 착용하고 있고, 공격받았을 땐 즉각 응징할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어 쉽게 북한이 도발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북한을 향한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을 가리켜 ‘새로운 대응’을 시사하는 담화를 낸 것과 관련해선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날 김 부부장이 ‘새로운 대응’을 시사한 것에 대해 “별도로 예단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 북한이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으며, 북한은 우리의 정당한 대응을 도발의 명분으로 삼는 오판을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통일부는 “그동안 북한의 오물 풍선 등 일련의 도발에 대해 ‘감내하기 힘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대북전단 살포 자제 요청과 관련해선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한국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윤희근 한국 경찰청장도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오물 풍선이 법령상 대북전단을 제지할 수 있는 근거인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협’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명확치 않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한국 내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경찰이 제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 합참에 따르면 9일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한국 방향으로 살포된 북한 오물 풍선은 모두 3백10여개에 달합니다.

북한이 한국 방향으로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낸 것은 이를 포함해 모두 네 차례로, 지난달 말과 이달 초 1천 개 정도의 풍선을 날렸고 이후 한국 민간단체가 지난 6일 대형 풍선에 전단을 달아 보내자 8일 밤부터 9일 새벽까지 3백30여 개의 풍선을 다시 살포했습니다.

북한이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살포한 대남 오물 풍선은 1천6백 개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풍선 내용물은 대부분 폐지와 비닐 등 쓰레기로, 분석 결과 안전 위해 물질은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주말 동안 살포된 대남 오물 풍선은 서울 대통령 집무실 인근을 포함해, 수도권에서 주로 발견됐습니다.

한국 행정안전부는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오물 풍선 살포로 차량 유리가 파손되는 등의 피해가 모두 8건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