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젤렌스키, ‘방공 전력 고갈’에 한국 지원 촉구”

앵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 군 러시아 추가 배치 소식을 잇따라 전한 가운데, 이는 한국 등 외부로부터 방공 전력 을 지원받으려는 의도가 담긴 주장이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지 시간으로 10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 북한 군을 추가로 배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서 “안전한 후방을 확보하지 못한 러시아가 이제 북한 군 증원 없이 전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됐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이어 “러시아는 북한 군으로부터 탄도 미사일도 추가로 받았다”며 “북한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무기들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미사일과 병력이 더 많이 사용되고, 북한이 부족한 경험을 더 많이 보완할수록 한국과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이 직면할 위험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 전날엔 최대 5만 명의 북한 군이 러시아에 배치됐다며 방공망 지원을 받기 위해 한국 외교당국과 접촉 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한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부족한 방공 체계 분야에서 한국의 지원을 받고 싶다”면서 “무인기를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군 규모가 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제는 북한 군 3만~5만 명을 러시아에 배치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며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현대전 경험을 확실히 쌓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최대 5만 명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말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한 추가 병력 3만 명에 비해 크게 증가한 규모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윤민호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윤민호 한국 통일부 대변인: 우크라이나 측 발언에 대해서는 저희가 평가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관련 동향은 저희가 주시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확인해 드릴 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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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군 5만 명 추가 파병은 쉽지 않아”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 군 추가 배치 가능성은 분명히 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주장한 5만 명 규모를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2024년 3월, 조선인민군 공군 및 상륙전 부대 훈련 중 시범에 참여하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
2024년 3월, 조선인민군 공군 및 상륙전 부대 훈련 중 시범에 참여하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 2024년 3월, 조선인민군 공군 및 상륙전 부대 훈련 중 시범에 참여하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 (Reuters)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 군 특수전 병력 전체를 합쳐도 20만 명이 채 안될 것”이라며 “5만 명은 북한으로선 막대한 손실을 무릅쓴 채 최정예 병력 대부분을 보낸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북한 정규군이 1백20만 명 안팎이라고는 하지만, 자체 농사 인력 등을 고려하면 상당수는 전투 능력이 없는 전력입니다. 막대한 인명 손실이 우려되는 우크라이나 전선에 과연 5만 명을 더 보낼 여력이 있을지는 신중히 따져봐야 합니다.

조 석좌연구위원은 “5만 명을 파병하려면 그만큼의 교대 병력이 추가로 필요해진다는 의미”라면서 “당장 전선에 보내 의미 있는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훈련된 병력이 북한에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 추가 파병과 한국의 지원 필요성을 계속 언급하는 것은 정치적·내부적 목적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러시아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국가들도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을 즉각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천궁’ 등 방공무기 체계를 갖춘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 러시아의 조직적인 반격이 시작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방공망이 절대 부족하지 않습니까? 미국도 패트리어트를 즉각 지원하기 어렵고, 유럽 국가들도 그렇고…‘천궁’ 미사일을 보유한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센터장은 “무기 지원을 얻어내려는 목적 외에도, 북한 위협을 내세워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면서, 흔들리고 있는 지지율 등을 돌파하는 수단으로 북한 문제를 환기하고 한국과의 방공 체계 및 무인기 협력 등을 주장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놓았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5만 명’이라는 구체적인 수치에 주목하는 것 보다는 대규모 추가 파병 가능성 자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한국의 방공 무기 체계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에, 북한 군 파병 규모를 부풀려 말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수치 자체의 정확성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추가 파병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박 교수는 “추가 파병이 시작되면 앞으로도 병력이 지속적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 5만 명이 아니더라도 전체 파병 규모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 동안 파병이 쿠르스크 탈환이라는 제한적인 목표로 이뤄졌다면, 추가 파병은 전쟁 전체에 더 광범위하게 기여하는 형태가 될 것인 만큼 그 규모가 향후 크게 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이 한국 등으로부터 방공 무기 체계를 지원받으려는 목적이란 데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국내법적인 제약 등으로 인해 이에 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다만 박 교수는 방공 체계를 방어용 무기로 분류할 수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가 갈수록 커지는 한편 전쟁이 한반도 상황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점을 감안해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