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방송서 한국제 추정 주방기구 흐림 처리
2024.07.25
앵커: 북한의 요리 방송에서 한국 상표로 보이는 지짐판(후라이팬)이 포착됐습니다. 북한도 이를 의식한 듯 영상 속 로고를 꼼꼼하게 가렸습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지난 18일 북한 조선중앙TV에서 방영된 요리 프로그램 <료리상식>.
이날 방송에서 북한 백운봉식당의 정철준 주방장은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강일심 기자와 함께 우동볶음을 선보였는데, 요리에 사용한 지짐판(후라이팬) 중앙에 위치한 로고는 전부 흐리게 처리해 방영했습니다.
지짐판에 재료들을 볶는 과정에서도 꼼꼼한 영상 작업을 통해 로고를 철저하게 숨기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방송 중 요리 재료들 사이로 약 1초간 지짐판(후라이팬)의 로고가 포착됐습니다.
한국의 유명 주방용품 기업 H사의 별 모양 로고와 흡사합니다.
H사 제품은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지짐판(후라이팬) 제품들을 평가한 결과, 가혹 조건에서 코팅이 벗겨지지 않아 내구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의 해당 제품에 대한 질의에 H사 측은 25일 오후까지 답이 없어 북한 방송에 등장한 후라이팬이 H사 제품인지는 자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유사한 로고 모양은 물론 굳이 흐림 처리를 꼼꼼히 한 정황으로 미뤄 방송에 로고를 그대로 내 보내지 못 한 배경으로 한국산이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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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 제품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선호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김혜영 씨의 말입니다.
김혜영 씨: 지금은 북한 주민들이 중국산보다 한국산 옷이나 화장품을 더 선호하죠. 무역 대방들을 통해 한국에 사는 가족이나 친척들로부터 의류나 화장품들을 받으면, 상표도 다 떼고 화장품 용기도 바꿉니다. 밀수나 무역을 통해 북한으로 들여가는데요. 장마당에서도 사람들이 물어보면 대놓고 팔지 못하고, 은밀하게 팔고 있습니다.
북한 청진이 고향인 조미영 탈북 방송인은 RFA에 “북한 사람들에게는 한국제품 자체가 하나의 유명 상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조미영 씨: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삼성, LG라고 붙어 있으면 바로 딱 신뢰가 가니까요. 북한에서도 한국제품에 대한 신뢰가 꽤 높아, 한국산이라고 하면 무조건 믿고 사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데, 어쩌면 북한사람들에겐 '한국제품'이 하나의 유명 브랜드로 자리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기자는 2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한국의 생활용품이나 식량 등이 중국을 거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작년 말부터 북한과 한국의 적대관계가 심화하면서 주민들에게 노출되는 한국 상표에 대한 단속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말 북한으로 돌아오는 중국 파견 노동자들에게도 ‘괴뢰서체상표’ 즉, 한국 상표가 붙은 물건을 들여오지 말 것을 지시할 만큼 주민들이 한국 제품에 접하지 못하도록 통제해 왔습니다.
당시 한 소식통은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북조선 당국은 남한 상품과 미국산 물품을 가장 먼저 금지품목으로 지정했다”면서 “중국에서는 누구나 한국산과 미국산을 제일 선호하는데 북조선 당국은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남한과 미국산을 배척하도록 조직적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지난 17일에도 조선관광 홈페이지에 봄철 골프 애호가 경기 새로운 영상이 공개됐는데 아예 화면 테두리 전체를 뿌옇게 처리했습니다.
화면에 공개할 수 없는 한국 또는 미국 상표를 가리기 위한 의도로 추측됩니다.
앞으로도 외국 상표의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북한 당국의 검열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