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작년 10월, 북한당국이함경북도 청진시의 자랑이던 청년공원에 승마장을 꾸렸습니다. 주민들이 휴식일과 명절이면 즐겨 찾던 오래된 공원인데요, 청진 주민들은 사라진 공원을 매우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 사동구역 미림동에 첫 민간 승마장이 생긴 것은 2013년입니다. 승마를 좋아하는 김정은의 지시로 군부대 기마 훈련장이 민간 승마 구락부(클럽)로 바뀐 것입니다.
2022년 함경북도 청진에도 승마장이 꾸려졌습니다. 이미 있던 청진 청년공원을 승마장으로 만든 건데 공원 중심에 있는 호숫가를 따라 1천 3백여 미터의 승마 주로를 닦고 실내 훈련장을 만들더니 명칭도 청진유원지로 바꾸었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8일 “몇 년 전, 청진의 자랑이던 청년공원이 도시 정비를 한다며 절반 면적으로 줄더니 작년에 승마장으로 변했다”며 “주민들은 어렸을 때부터 많은 추억이 깃든 청년공원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백두산에서 백마를 타는 등 말 사랑으로 잘 알려진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최근 북한 전역의 주요 군부대 등 20곳에 에 승마장과 관련 시설을 조성했거나 건설중인 것으로 위성사진 분석 결과 확인 (관련 기사) 됐습니다.
또 지난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5돌 경축 열병식 때 김총비서와딸 김주애가타는 백마가나란히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청진 광장 인근 바닷가기슭에 청년공원이 생긴 것은 1960년대입니다. 면적이 약 25정보(25ha)에 달하는 청년공원은 가운데에 큰 인공호수가 있고 호수 주변으로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정자와 다리가 설치된 아름다운 공원이었습니다.
소식통은 “넓은 부지에 바다를 낀 청년공원은 경치도 좋지만 무성한 나무가 많아 여름날 더위를 식히며 휴식하기 정말 좋은 장소”였다며 “평양의 유원지처럼 현대적인 유희 오락기구는 없지만 정구장, 배구장이 있고 나무 보트도 탈 수 있어 시내 주민은 물론 청진에 온 타지역 사람들도 꼭 찾는 명소”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청진에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명절이나 일요일에 청년공원에 가면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할 정도였고 놀러온 사람, 해수욕을 마치고 나무 그늘에서 쉬는 사람, 학교나 직장에서 단체로 온 학생과 노동자들로 공원은 늘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이런 청년공원이 수난을 겪기 시작한 것은 2012년경부터”라며 “김정일의 유훈이라며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선을 중심축으로 하는 청진시 중심부 건설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원 한쪽에 청진극장과 청년야외극장 등이 건설되면서 공원 면적이 절반 이하로 대폭 축소되었는데 남은 공간도 호수가 많은 면적을 차지하다 보니 사람들이 휴식할 공간이 매우 협소해졌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남은 공간마저 작년 여름부터 당국이 주민들을 동원해 호숫가를 따라 긴 승마 주로를 닦고 허술한 훈련장을 짓더니 승마장으로 만들어 버렸다”며 “그 결과, 호수가 접근도 어려워지고 정구장, 보트장도 없어졌지만 당국은 승마장이 김정은의‘인민 사랑의 결실’이라는 선전을 반복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다른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같은 날 “평양과 달리 지방에는 공원과 유원지 같은 문화시설이 거의 없다”며 “청진시는 중심부 도시 건설로 인해 이미 있던 공원마저 없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청진청년공원이 작년에 승마장으로 바뀐 이후 승마장에서 말의 위생관리와 배설물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악취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돈 많은 사람이나 일부 젊은 청년들은 공원이 승마장으로 바뀐 것을 좋아할지 몰라도 대부분 사람들은 이전의 청년공원을 그리워하고 있다”며 “청진에서 나서 자란 사람치고 청년공원과 관련해 좋은 추억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시내 유치원과 학교에서 물놀이, 자연 관찰, 해양 체육 등 다양한 이유로 단체로 청년공원을 자주 찾으며 명절이나 휴식 날 직장이나 기관 혹은 가정에서 제일 많이 찾는 곳이 바다 해수욕장과 가까운 청년공원이었다는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도 청진청년공원이 넓은 부지에 아름답게 꾸려진 것에 감탄했었다”며 “그런 곳이 간부나 돈주들이 좋아하는 승마장으로 변해 돈 없는 일반 사람이나 어린이들이 쉽게 놀러 갈 수 없는 곳으로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원래 청진 시내 중심에 공원이 하나 더 있었다”며 “포항광장에 있는 (김일성, 김정일) 동상 옆에 크진 않아도 작은 분수대와 여러 개의 조각상이 설치된 아름다운 공원이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를 김정일화 전시관이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청진시 중심에 바닷가 해수욕장을 제외하고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 같은 장소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며 “도시에 삐까뻔쩍한 건물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대중 장소인 공원을 없애는 것은 극히 잘못된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