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형사사법대사 “북 주민 상황에 깊은 관심”
2024.10.11
앵커: 한국을 처음으로 공식 방문한 베스 반 샤크 미 국무부 글로벌형사사법대사는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의 상황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7일부터 4일간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별대사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베스 반 샤크 글로벌형사사법대사.
반 샤크 대사는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들의 상황에 대해 보고 듣고 있으며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베스 반 샤크 대사] 우리가 북한 주민들의 상황에 대해 보고 듣고 있다는 사실, 이들의 고통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 당국에는 대화의 문이 여전히 열려있다며 인도주의적 상황 등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대화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지난 2014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 내 인권침해가 반인도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것은 중대한 결론이라며 반인도범죄에는 공소시효가 없어 이에 대한 관할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기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살상용 무기를 제공한 정황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 즉 ICC 차원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일각의 견해와 관련 반 샤크 대사는 ICC가 북한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는 측면에서 다소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전쟁 범죄나 잔학 행위에 기여한 공모 행위가 있었다면 이는 ICC의 관할권에 속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베스 반 샤크 대사] 모든 국가는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군사적으로든, 외교적으로든, 어떤 측면으로든 지원해선 안됩니다. ICC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영토 관할권(territorial jurisdiction)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내에서 전쟁 범죄나 기타 잔학 행위에 기여한 공모 행위가 있었다면 이론적으로 이는 국제형사재판소의 관할권에 속하게 됩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관련 고위급회의에서 북한을 러시아 전쟁 범죄의 공범으로 규정했으며 이에 대해 김여정 당 부부장은 지난달 29일 담화를 통해 정치적 도발이라며 반발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22년 3월 국무부의 글로벌형사사법대사로 임명된 반 샤크 대사는 전쟁 범죄, 반인도범죄, 집단 학살 등 잔혹 범죄의 예방과 대응 관련 국무장관에게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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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베스 반 샤크 대사, 줄리 터너 특사와의 인터뷰 전문.
[기자] 이번 방한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베스 반 샤크 대사] 저희는 한국 정부 기관들과 면담을 갖고 북한의 상황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글로벌형사사법대사로서 저는 책임규명과 과도기 정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에 대한 정의 구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또 한국 정부 당국자들, 그리고 탈북민 단체, 납북자 단체 대표 등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함께 워크숍을 개최하고 정의 구현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논의했습니다.
[줄리 터너 특사] 이번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창립 10주년을 맞아 책임규명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저희는 피해자 중심, 생존자 중심 책임규명을 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 샤크 대사와 저는 이번 방한 계기에 탈북민 가족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책임규명 측면에서 그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자] 탈북민들과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셨습니까?
[베스 반 샤크 대사] 이번 방한 계기에 만난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세계가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진실 알리기는 그들에게 정의의 기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북한 내 인권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 내에서 반인도범죄가 자행되고 있다고 결론 내린 바 있는데요. 반인도범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뉘른베르크 군사재판과 도쿄 군사재판에서 전쟁 범죄자들에게 적용된 범죄 중 하나로서 민간인 대상의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공격을 수반합니다. 매우 중대한 결론이죠. 탈북민들은 북한 주민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전 세계가 이해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때로는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반인도범죄에는 공소시효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할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기소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형사 소송이든 민사 소송이든 제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기자] 피해자 중심의 책임 규명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줄리 터너 특사] 피해자 본인이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피해자에게 또 한번 정신적 고통을 주지 말자는 겁니다. 우리는 단체들에게 북한인권 관련 기록을 책임 규명 뿐 아니라 인식 제고, 진실 말하기, 추모 등 더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과 책임 규명은 모두 연결되고 함께 진행되는 것입니다.
[기자] 현 국제 정세가 북한 당국의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에 유리하다고 보십니까? 어떤 기회를 활용하면 좋겠습니까?
[베스 반 샤크 대사] 한 가지 기회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 발표 10주년이라는 매우 중요한 이정표에 도달했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계기로 많은 단체들이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정보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 상황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주장할 순 없지만 탈북민들의 증언이 매우 방대하며 유사 입장 국가들(like-minded governments)은 각자 파악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내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를 갱신할 예정이며 이 모든 정보는 유엔 차원에서 수집될 것입니다. 이는 향후 정의 구현을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줄리 터너 특사] 서울에 오기 전에 저는 샌프란시스코에 들러 북한의 인권침해 기록 노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 개발의 최첨단에 있는 여러 IT 회사들과 면담했습니다. 더 나은 해상도의 위성사진과 더 많은 데이터를 소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통해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저희에게 기회입니다.
[기자] 한국 내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북한이 살상용 무기를 제공했다는 정황과 관련 국제형사재판소 차원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베스 반 샤크 대사] 관할권 측면을 고려했을 때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북한과 러시아 간 협력이 지난 2022년부터 러시아에 침공 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모든 국가는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군사적으로든, 외교적으로든, 어떤 측면으로든 지원해선 안됩니다. ICC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영토 관할권(territorial jurisdiction)이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우크라이나 내에서 전쟁 범죄나 기타 잔학 행위에 기여하는 공모 행위가 있었다면 이론적으로 이는 국제형사재판소의 관할권에 속하게 됩니다.
[기자] 최근 들어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당국의 인권 침해가 한층 대담해졌다고 보십니까?
[줄리 터너 특사] 최근 몇 년간 북한의 인권 상황은 확실히 악화됐습니다. 이는 신형 코로나 기간 동안 북한 당국이 취한 조치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신형 코로나는 북한 주민을 포함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매우 어려운 시기였지만, 북한 정부는 신형 코로나를 적극 활용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새로운 탄압을 단행했습니다. 3대 악법을 제정하고 공개 처형 횟수를 늘리는 등 탄압 수준과 처벌 강도를 높였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특히 북한 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목격한 많은 학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보아온 것과 일치하지만 확실히 작년에 북한 내 인권 침해의 심각도와 속도가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민사회가 지난 수십 년 동안 해온 노력을 축소해서는 안 됩니다. 올해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 발표 10주년이고 다음주면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 20주년이 됩니다.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탈북민과 시민사회 활동가, 인권 운동가들의 노력으로 점진적인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반 샤크 대사와 저는 이들의 노력을 증폭시키고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려 하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이 외부 정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권을 증진할 수 있겠습니까? 또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해야 할까요?
[줄리 터너 특사] 저희는 정보에 대한 접근이 깨어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깨어있는 시민이 한반도뿐 아니라 지역과 전 세계의 평화, 번영, 안보에 기여한다고 믿습니다. 북한이 외부 정보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이 정보를 원한다면 우리가 이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FA와 같은 매체가 그러한 노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북한 내 독립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방법과 기술을 시도하는 시민사회 단체들과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탈북민들에게 북한을 떠나기로 결정한 계기가 무엇인지 묻곤 하는데요. 대다수는 외부 정보, 특히 자유롭고 개방된 사회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의 모습을 본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탈북민들은 '미리 온 통일'이라는 한국 통일부의 표현이 정말 맞습니다. 이들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체제 하에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기자] 자유아시아방송의 한국어 서비스는 북한에 라디오 전파를 송출하고 있습니다. 방송을 듣는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가요?
[베스 반 샤크 대사] 우리가 북한 주민들의 상황에 대해 보고 듣고 있다는 사실, 이들의 고통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반도에 발 조차 디딘 적 없는 사람들까지도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이 이해하길 바랍니다.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있습니다.
북한 당국에는 대화의 여지가 여전히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공통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많을 겁니다. 인도주의적 문제, 특히 우리가 이미 목격한 기후 재해로 인한 문제부터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세계는 북한을 돕길 원하고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기를 원합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대화에 열려있습니다. 이러한 대화에 북한을 초대한다고 해도 좋겠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