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압록강 국경에 탈북 방지용 ‘못 판자’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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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북한 양강도에서 압록강을 따라 세워진 국경 차단벽 바닥에 못을 박은 판자를 깔고 있습니다. 탈북을 막겠다는 건데 당국이 각 인민반에 '못 판자'를 만들어 바치라는 과제까지 부과해 주민들 불만이 높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과 맞닿은 압록강 상류에 위치한 양강도 일대는 강폭이 좁고 물 깊이도 얕아 탈북이 매우 용이합니다. 이를 모르지 않는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탈출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5일 “요즘 압록강을 따라 설치된 국경 차단 울타리 바닥에 ‘못 판자’를 까는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주 혜산시내 각 인민반에 ‘못 판자’ 과제가 부과되었다”며 “주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한 국경 차단 사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난 여름 주민을 동원해 압록강에 나무 담장을 새로 세우는 국경 차단물 보수 공사가 진행되었다”면서 “공사가 다 끝나자 이번에는 ‘못 판자’를 깐다며 주민들을 들볶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인민반은 24세대(가구)인데 ‘못 판자’ 50개 과제가 떨어져 한 세대가 2개 정도 만들어 바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못 판자는 철조망이 설치되지 않은, 시내에서 떨어진 인적이 드문 구간에 탈북이 용이한 지역 위주로 설치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혜산시내에서 북쪽에 위치한 보천군, 서남쪽에 위치한 김정숙군까지 압록강 구간에 외진 곳이 많은 데다 양강도 인구가 많지 않아 도에서 그래도 인구가 제일 많은 도시인 혜산에 이번 과제가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국경 차단벽은, 도시 지역의 경우 철조망으로 되어 있지만 인적이 드문 지역은 나무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에 싸리나무와 잡관목 같은 것을 엮어 세운 울타리 같은 것으로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전 구간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설치한 이 잡관목 울타리가 넘어지고 부서진 구간이 많아 올 여름 양강도에서는 주민을 동원해 울타리를 새로 설치하는 공사를 두 달 가까이 벌였고 이제는 또 ‘못 판자’를 깐다는 겁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못 판자’는 길이 2m, 너비 0.2m의 판자에 10cm 되는 대못이나 뾰족하게 날을 세운 철사를 촘촘히 박아 만들어야 합니다.

이 판자를 울타리 넘어 중국 쪽 바닥에 두 줄로 깔아 주로 밤에 탈출을 시도하는 주민이 국경경비대를 피해 울타리를 넘더라도 바닥에 설치한 못에 발이 찔리게 해 탈북을 막으려는 게 당국의 의도라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각 인민반별로 부과된 ‘못 판자’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인민반에서는 ‘못 판자’를 집체적으로 만들지, 아니면 각 세대가 자체로 만들지 논의하다가 집체적으로 만들기로 결정해 세대 당 내화 2만원(미화 2.35 달러)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여름에 진행된 국경 차단물 보수 공사 때도 내화 만원(미화 1.17 달러)을 냈는데 또 2만원을 내라고 하니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며 “식량, 김장, 땔감 등 겨울 나이(나기) 준비에 쓸 돈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리 날카로운 ‘못 판자’를 설치해도 갈 사람은 어떻게 하나 도망을 친다”며 “지금까지 총을 멘 경비대가 지키지 않고, 국경 차단물이 없어서 숱한 사람이 강을 건너 갔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