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김정은 9.9절 연설 이례적…민심수습 의도”
2024.09.10
앵커: 한국 정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정권수립일, 이른바 9.9절에 진행한 연설에 민심을 수습하고, 연말 성과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1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전날 정권수립일, 이른바 9.9절을 맞아 연설을 한 것에 대해 이례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김 총비서가 9.9절을 맞아 국정 상황에 대한 방향을 연설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통일부는 김 총비서가 연설을 통해 민심 수습 및 연말 성과 달성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 총비서가 수해복구 상황을 평가하며 수습을 주문한 것은 “재난을 극복하려는 지도자상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김 총비서가 향후 10년 동안 매년 20개 공업공장을 세워 지방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이른바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비롯해 올해 경제분야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기대감을 주입하려고 주력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총비서가 핵무력 강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20X10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국방분야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김 총비서의 이번 연설은 “경제건설 및 민생개선 목표 관철을 독려하기 위한 성격”이라며 “대내적 메시지를 전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고 분석했습니다.
임 교수는 또 “지방발전 정책의 성과가 정권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김 총비서가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남은 과제를 잘 이행하면 우리도 지금보다 나은 생활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보내줌으로써 다시 한 번 굉장히 움츠린,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일신시키려고 하는 의도도 내포되어 있는 게 아닌가 판단됩니다.
임 교수는 김정은 총비서가 8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경축행사 참석을 건너뛰고 9일 연설을 진행한 것에 대해서는 “김 총비서가 대내외 정세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심사숙고를 위한 별도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추측한다”고 밝혔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심 수습, 지방발전 정책수행 독려 목적과 함께 ‘국가 경제발전 5개년 계획’ 4년차를 맞아 목표달성을 강조하려는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오 연구위원은 최고인민회의 개최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김 총비서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대신 9.9절 연설을 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오 연구위원은 “만약 이번 달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이 진행됐다면, 이번 연설과 비슷한 구성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회에 해당하는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2021년부터 연 2회 개최로 정례화되는 추세였습니다. 북한은 일반적으로 최고인민회의 개최에 앞서 직전 달 소집을 예고하지만, 아직 관련 소식이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올해의 경우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최고인민회의 개최가 늦어지는 상황에 대해 오 연구위원은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 새로운 대남전략 등 개정 헌법에 담을 내용들에 대해 아직 내부적으로 가닥을 못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앞서 지난 1월 한국은 ‘제1의 적대국’이라며 이를 헌법에 명기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오 연구위원은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연설을 통해 경제력의 한계가 있음에도 핵무기 수량을 늘려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고 평가하며 향후 북한의 핵 개발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 연구위원은 북한의 핵무력 증강 기조가 지방 및 경제 발전 등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 개선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했을 때 핵무기를 몇 개 정도 보유하려고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많았는데, (이번 연설을 통해) 계속적으로 핵무기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이야기했거든요. 핵무력 증강이 경제발전을 더욱 제약하고 북한 인민들의 경제적 풍요와 번영, 지방의 경제 발전 등을 제약하는 현상이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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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날 정권수립일에 “국가사업 방향과 관련 중요 연설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지방발전 정책은 일부 회의적 시각이 있지만 달성 가능한 정책이라고 강조했고, 상반기 북한 경제 개선 추진 활동에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김 총비서는 또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데 대한 핵무력 건설 정책을 흔들림없이 관철해나가고 있다”며 “임의의 시각에 사용할 수 있는 태세가 더 철저하게 완비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목용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