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조선과 단군, 역사실체 부각은 체제유지용

북한은 1993년 평양외곽에서 단군의 유골을 발굴했다고 발표한 이후 대대적으로 단군릉을 건축하고 단군을 민족의 원시조로 크게 부각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북한이 이를 통해 역사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체제유지를 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개천절을 맞아 남한과 북한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북한은 남한처럼 공휴일은 아니지만 정부차원에서 개천절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개천절은 국가의 시조인 단군이 나라를 세운 날을 기념하는 겨레의 생일이라 할 수 있는 날로 단군연호로는 올해가 4338년이 됩니다.

단군의 존재에 대해서는 많은 역사학자들이 신화로 돌려왔고, 종교계에서는 단군을 신흥종교나 미신으로 간주해 온 게 사실입니다.

북한도 1990년대 이전에는 단군조선과 단군은 봉건사가나 부르조아 민족주의 사가에 의해 실재한 고대국가, 실재한 인물처럼 과장되고 있다고 비판해 온 입장이었습니다.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출판사가 1983년 1월 발행한 ‘백과전서’에는 단군신화에 대해 ‘고조선의 건국신화’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1993년 10월2일 북한의 사회과학원이 단군이 5012년전 평양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죽은 실제 인물이라고 주장한 ‘단군릉 발표보고서’라는 논문을 발표해 역사학계에 커다난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단군릉 발굴을 주관했던 북한의 사회과학원은 보고서를 통해 단군과 부인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굴했다면서 이 유골을 ‘전자상자성 공명법’을 적용해 측정한 결과 그 연대가 발견당시로부터 약 5011년전 전의 것으로 확증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이후 단군릉에 대한 대대적인 복원공사를 추진해 94년 10월 준공식을 가졌습니다. 단군릉 발굴이후 발행된 북한의 ‘조선백과사전’에는 단군에 대해 ‘우리 민족의 원시조이며 동방의 첫 국가 고조선을 세운 건국시조’라면서 ‘원래 신화적인 존재로 전해져 왔으나 93년 에 평양시 강동군에 있는 단군릉에서 그의 유골이 발굴, 고증됨으로써 실재한 인물로 인정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회과학원측은 또 단군이 평양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고조선을 건국하고 평양을 수도로 삼았고 평양에서 죽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평양이 이집트의 나일 강 유역이나 고대 그리스처럼 고대문화의 주요 발생지 중 하나이고, 조선 사람의 발상지며 고대명의 발원지인 동시에 조선 민족 문화발전의 중심지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북한의 변화에 대해 일부 학자들이나 단군을 연구하는 단체 등에서는 순수한 민족적 정체성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체제유지를 위한 선전도구에 이용하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단군에 대한 연구를 위한 남한 시민단체 ‘단군세계’는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재한 논문에서 북한의 김일성 주체사상이 이미 내부로 와해되고 있고 이 와중에 주체사상을 대체할 민족주의의 주체로 단군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한편 남한에서는 단군의 실존인물 여부를 놓고 기독교계와 단군연구관련 단체간에 갈등이 빚어져 왔습니다. 남한의 한문화운동연합 등은 단군이 종교적 색채를 떠나 민족의 구심점이라며 지난 97년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300여개의 단군상을 설치했고 한국기독교총연합 등 기독교 단체에서는 이를 철거하려는 운동을 펼치는 가운데 남한 전국 각지의 단군조각상들의 머리부분이 잘려나가는 사태도 일어났습니다.

이장균기자